조직에도 궁합이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의 운명 가른 '정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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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우리 너무 소름 끼치네!" 한 케이블 채널의 데이트 프로그램에 남녀 한 쌍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달콤한 눈빛을 나누며 달달한 분위기를 풍긴다. 데이트 장소를 준비하며 대화를 나누던 중 뜻밖의 공통점을 발견하더니, 연신 "우리 왜 이렇게 잘 맞지?"라고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데이트를 즐기던 중에도 이들의 찰떡궁합은 이어진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굳은 맹세까지 한다. 지켜보는 패널들도 두 사람이 커플이 될 거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친다.
그렇다. 남녀가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려면 서로 잘 맞는 구석이 있어야 하는 게 이치다. 대화가 통하고, 관심사가 비슷하고, 서로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어울림이 비단 남녀 관계에서만 중요한 건 아닐 것이다. 친구 관계, 사회생활 심지어 조직 운영에서도 서로 잘 들어 맞는다는 소위 '느낌적인 느낌'은 큰 힘을 발휘한다.
시스템 이론은 조직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본다. 여기서 시스템은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각자 기능하는 여러 하위 구성요소가 상호 연결된 집합체’를 말한다. 시스템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외부에서 인풋을 받아들여 변환시킨 후 아웃풋을 산출하는 유기체를 닮아 있다는 점이다.
컨그루언스(Congruence) 모델은 시스템 이론에 근거를 둔 조직관리 프레임워크다. 조직의 ‘투입-변환-산출’ 과정의 정합성을 점검하여 조직 효과성을 높이는 접근법이다. 환경, 고객 니즈, 자원 등은 경영 활동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인풋 요소다. 이러한 투입물은 조직 안에서 변환 과정을 거쳐 성과로 나타나는데, 여기서 성과의 양과 질은 일, 사람, 조직·인사체계, 조직문화 네 요소 간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컨그루언스 모델의 요지다.
여기서 변화 과정을 책임지는 네 요소들이 서로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를 이르는 용어가 ‘정합성’이다. 한 요소의 목적, 필요성, 니즈 등이 다른 요소의 그것과 어울리는 정도를 의미한다. 조직관리 세부 요소 간에 정합성이 높을수록 조직은 효과적으로 돌아간다. 투입한 양과 노력 이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명확한 역할과 업무, 개개인의 역량, 일사불란한 명령체계, 매력적인 평가보상체계, 유연한 조직문화 등 개별적 요소를 체계적으로 갖추고 고도화하는 접근은 조직 운영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이 보다 나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이러한 부분에 신경 쓴다. 그렇지만 기업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주어진 자원 내에서 외부와 경쟁하는 존재다. 효율과 효과성 추구는 필수적이다. 이에 환경의 요구사항, 제약, 기회에 비추어 여러 경영 요소를 잘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것이 조직 효과성의 관건이 된다.
일, 사람, 조직·인사체계, 조직문화 각각을 고도화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직 전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하나의 요소를 기준으로 다른 요소들이 잘 들어 맞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디지털 전환,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일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뜨겁다. 상당 부분의 일이 기계로 대체되거나, 전혀 다른 전문성을 요하는 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은 디지털 변화에 맞춰 ‘일’을 재정비하는 게 급선무다. 환경과 일의 정합성을 높이는 단계다.
다음으로, 새롭게 정비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조직 안에 충분한지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만약 충분치 않다면, 새로운 ‘일’에 맞춰 구성원의 스킬을 전환하고 적절한 외부 인재 영입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사람 간의 정합성을 높일 수 있다. 더불어, '일'이 효과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조직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사람들이 올바르게 ‘일’하도록 조직문화가 뒷받침하고 있는지 점검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인디텍스는 패션 브랜드 ‘자라’로 유명한 스페인 의류기업이다. 패션산업은 한때 사양산업으로 여겨졌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경쟁업체가 많았으며, 매출과 수익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인디텍스는 이러한 패션산업에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도입하며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했다. 무엇보다 패션 유행 코드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확산되고, 소유보다는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는 MZ 세대가 주요 소비층이 된 경영 환경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에 맞는 '패스트패션' 전략을 펼친다. 신제품을 빠르게 생산하고 전 세계에 유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 실행을 위해 인디텍스는 디자이너와 생산관리자보다는 유통, 물류 분야 전문가를 확보하고 육성하는데 조직역량을 집중한다. 바로 ‘환경-일-사람’간의 정합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이다. 아울러 젊은 신진 디자이너를 대거 채용해 트렌드를 신속히 반영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그 결과, 인디텍스는 패션업계 최고 수준의 회전율과 낮은 재고율을 달성하며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일본 전자산업 시장은 한때 파나소닉과 소니가 양분하던 시절이 있었다. 2011년 매출 기준 1위는 파나소닉, 2위는 소니였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이 흘러 2020년에는 업계 지형이 크게 변한다. 소니는 조직 혁신을 통해 파나소닉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른 반면, 파나소닉은 소니에게 추월당한 것은 물론이고 10년 전 대비 매출이 1조 원 이상 후퇴한다.
소니와 파나소닉의 성패를 좌우한 요소 중 하나는 환경에 맞춰 조직의 정합성을 높인 변화다. 소니는 스마트폰 시장 발전에 맞춰 광학 카메라 렌즈 역량을 발전시킨 한편, 제조업 쇠퇴에 대응하여 콘텐츠 제작 유통사업을 강화한다. 이를 위한 직무, 인적 구성, 조직구조를 새롭게 정비했다.
반면 파나소닉은 제조업 중심의 대규모 장치산업에서 큰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 이후 변화를 꾀하긴 했지만 새로운 전략 방향에 적합한 직무 구조나 인재관리 방식, 리더십 스타일을 전환하는 데 진통을 겪는다. 결국 환경과 정합성 높은 경영시스템의 차이가 소니와 파나소닉 간의 성패를 갈랐다는 평이다.
조직 정합성을 높인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를 꼽을 수 있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CEO에 사티아 나달리가 취임한다. 이전 CEO였던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어서 당시 나달리의 취임에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나달리는 클라우드 기업용 솔루션 등 환경 변화를 예측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 중 하나로 전사적 협력을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사적 협력을 단순히 구호로만 외치지 않고 ‘임팩트’라는 성과 지표를 도입한다. 구성원 개개인 성과보다는 다른 구성원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끼쳤는지를 평가함으로써 협업 활성화를 도모한 것이다. 그 결과 기존에는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Know it all’ 조직문화를, 무엇이든 배우고 협업하면 된다는 ‘Learn it all’ 문화로 변화시킨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업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게 된다. 환경과 평가체계, 조직문화 간의 높은 정합성이 결국 전략 실행력을 높여 조직을 성공으로 이끈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몇몇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조직 운영의 핵심은 ‘정합성’이다. 조직관리의 여러 요소를 고도화시키는 자체보다 환경과 전략, 전략과 일, 일과 사람, 사람과 제도, 제도와 문화 그리고, 이 모든 요소 간의 정합성을 높이는 것이 조직의 효과성을 좌우한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 우리 조직의 정합성은 충분한지 점검해 보자.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그렇다. 남녀가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려면 서로 잘 맞는 구석이 있어야 하는 게 이치다. 대화가 통하고, 관심사가 비슷하고, 서로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어울림이 비단 남녀 관계에서만 중요한 건 아닐 것이다. 친구 관계, 사회생활 심지어 조직 운영에서도 서로 잘 들어 맞는다는 소위 '느낌적인 느낌'은 큰 힘을 발휘한다.
시스템 이론은 조직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본다. 여기서 시스템은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각자 기능하는 여러 하위 구성요소가 상호 연결된 집합체’를 말한다. 시스템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외부에서 인풋을 받아들여 변환시킨 후 아웃풋을 산출하는 유기체를 닮아 있다는 점이다.
컨그루언스(Congruence) 모델은 시스템 이론에 근거를 둔 조직관리 프레임워크다. 조직의 ‘투입-변환-산출’ 과정의 정합성을 점검하여 조직 효과성을 높이는 접근법이다. 환경, 고객 니즈, 자원 등은 경영 활동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인풋 요소다. 이러한 투입물은 조직 안에서 변환 과정을 거쳐 성과로 나타나는데, 여기서 성과의 양과 질은 일, 사람, 조직·인사체계, 조직문화 네 요소 간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컨그루언스 모델의 요지다.
여기서 변화 과정을 책임지는 네 요소들이 서로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를 이르는 용어가 ‘정합성’이다. 한 요소의 목적, 필요성, 니즈 등이 다른 요소의 그것과 어울리는 정도를 의미한다. 조직관리 세부 요소 간에 정합성이 높을수록 조직은 효과적으로 돌아간다. 투입한 양과 노력 이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명확한 역할과 업무, 개개인의 역량, 일사불란한 명령체계, 매력적인 평가보상체계, 유연한 조직문화 등 개별적 요소를 체계적으로 갖추고 고도화하는 접근은 조직 운영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이 보다 나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이러한 부분에 신경 쓴다. 그렇지만 기업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주어진 자원 내에서 외부와 경쟁하는 존재다. 효율과 효과성 추구는 필수적이다. 이에 환경의 요구사항, 제약, 기회에 비추어 여러 경영 요소를 잘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것이 조직 효과성의 관건이 된다.
일, 사람, 조직·인사체계, 조직문화 각각을 고도화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직 전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하나의 요소를 기준으로 다른 요소들이 잘 들어 맞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디지털 전환,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일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뜨겁다. 상당 부분의 일이 기계로 대체되거나, 전혀 다른 전문성을 요하는 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은 디지털 변화에 맞춰 ‘일’을 재정비하는 게 급선무다. 환경과 일의 정합성을 높이는 단계다.
다음으로, 새롭게 정비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조직 안에 충분한지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만약 충분치 않다면, 새로운 ‘일’에 맞춰 구성원의 스킬을 전환하고 적절한 외부 인재 영입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사람 간의 정합성을 높일 수 있다. 더불어, '일'이 효과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조직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사람들이 올바르게 ‘일’하도록 조직문화가 뒷받침하고 있는지 점검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인디텍스는 패션 브랜드 ‘자라’로 유명한 스페인 의류기업이다. 패션산업은 한때 사양산업으로 여겨졌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경쟁업체가 많았으며, 매출과 수익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인디텍스는 이러한 패션산업에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도입하며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했다. 무엇보다 패션 유행 코드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확산되고, 소유보다는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는 MZ 세대가 주요 소비층이 된 경영 환경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에 맞는 '패스트패션' 전략을 펼친다. 신제품을 빠르게 생산하고 전 세계에 유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 실행을 위해 인디텍스는 디자이너와 생산관리자보다는 유통, 물류 분야 전문가를 확보하고 육성하는데 조직역량을 집중한다. 바로 ‘환경-일-사람’간의 정합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이다. 아울러 젊은 신진 디자이너를 대거 채용해 트렌드를 신속히 반영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그 결과, 인디텍스는 패션업계 최고 수준의 회전율과 낮은 재고율을 달성하며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일본 전자산업 시장은 한때 파나소닉과 소니가 양분하던 시절이 있었다. 2011년 매출 기준 1위는 파나소닉, 2위는 소니였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이 흘러 2020년에는 업계 지형이 크게 변한다. 소니는 조직 혁신을 통해 파나소닉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른 반면, 파나소닉은 소니에게 추월당한 것은 물론이고 10년 전 대비 매출이 1조 원 이상 후퇴한다.
소니와 파나소닉의 성패를 좌우한 요소 중 하나는 환경에 맞춰 조직의 정합성을 높인 변화다. 소니는 스마트폰 시장 발전에 맞춰 광학 카메라 렌즈 역량을 발전시킨 한편, 제조업 쇠퇴에 대응하여 콘텐츠 제작 유통사업을 강화한다. 이를 위한 직무, 인적 구성, 조직구조를 새롭게 정비했다.
반면 파나소닉은 제조업 중심의 대규모 장치산업에서 큰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 이후 변화를 꾀하긴 했지만 새로운 전략 방향에 적합한 직무 구조나 인재관리 방식, 리더십 스타일을 전환하는 데 진통을 겪는다. 결국 환경과 정합성 높은 경영시스템의 차이가 소니와 파나소닉 간의 성패를 갈랐다는 평이다.
조직 정합성을 높인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를 꼽을 수 있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CEO에 사티아 나달리가 취임한다. 이전 CEO였던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어서 당시 나달리의 취임에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나달리는 클라우드 기업용 솔루션 등 환경 변화를 예측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 중 하나로 전사적 협력을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사적 협력을 단순히 구호로만 외치지 않고 ‘임팩트’라는 성과 지표를 도입한다. 구성원 개개인 성과보다는 다른 구성원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끼쳤는지를 평가함으로써 협업 활성화를 도모한 것이다. 그 결과 기존에는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Know it all’ 조직문화를, 무엇이든 배우고 협업하면 된다는 ‘Learn it all’ 문화로 변화시킨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업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게 된다. 환경과 평가체계, 조직문화 간의 높은 정합성이 결국 전략 실행력을 높여 조직을 성공으로 이끈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몇몇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조직 운영의 핵심은 ‘정합성’이다. 조직관리의 여러 요소를 고도화시키는 자체보다 환경과 전략, 전략과 일, 일과 사람, 사람과 제도, 제도와 문화 그리고, 이 모든 요소 간의 정합성을 높이는 것이 조직의 효과성을 좌우한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 우리 조직의 정합성은 충분한지 점검해 보자.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