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펑크’ 우려가 제기되는 핵심 원인은 연간 국세 수입의 24%가량을 차지하는 법인세 수입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 실적이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돼 올해 법인세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정부는 기업들이 오는 8월에 납부하는 법인세 중간예납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변수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남은 기간 세수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급감한 법인세 납부액

'법인세 빅2' 세수쇼크…1분기 5.5조 덜 걷혔다
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3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3월 국세 수입은 26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조원 감소했다. 법인세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3월 법인세는 1년 전보다 26.9%(5조6000억원) 급감한 1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2월 말 결산법인이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는 신고하는 법인세 납부 실적은 이듬해 3월에 반영된다.

적자 기업이 늘면서 법인세 감소 폭이 커졌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전체 법인세의 10% 이상을 차지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반도체 불황으로 지난해 11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내지 않은 건 1972년 이후 52년 만이다. 2022년 기준 법인세 납부 2위였던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조67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기업 실적 악화는 소득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3월 소득세 수입은 3조4000억원으로 작년보다 9.6%(4000억원) 줄었다. 고금리 영향으로 이자소득세가 2000억원 늘었지만, 주요 기업 성과급이 줄고 연말정산 환급금 지급액이 늘면서 근로소득세 수입이 5000억원 감소했다.

커지는 세수 결손 우려

당초 기재부는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를 작년 실적(344조1000억원)보다 23조2000억원 높게 잡았다. 다만 올해 법인세 예산은 77조7000억원으로, 작년 실적(80조4000억원)보다 낮췄다. 지난해 기업 실적이 부진했던 여파로 법인세가 작년보다 덜 들어올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두껑을 열어보니 지난해 하반기 기업 실적은 정부 예상보다 더 나빴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는 매년 7월 이듬해 국세수입 예산을 편성하는데, 이 때 예상보다 실제 하반기 실적이 부진했다는 뜻이다.

기재부는 법인세와 함께 대표적인 3대 세목인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당초 예상대로 걷히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올 1분기에 걷힌 부가세는 20조2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조7000억원 늘었다. 기재부는 오는 8월 법인세 중간예납 결과에 따라 올해 세수상황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세 중간예납 제도는 기업이 매년 8월 말 법인세를 중간 납부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한 해분 법인세를 정식 납부 시점인 4월에 한꺼번에 내는 게 아니라 직전연도 8월에 절반을 내는 것이다. 전년도 산출세액의 절반을 내거나 당해연도 상반기 결산을 토대로 추정한 법인세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상반기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경우 올 8월에 내는 법인세 중간예납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윤수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법인세 수입 진도율(24.1%)이 5년 평균 진도율(29.6%)보다 낮은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4월 금융지주 등의 법인세 신고와 8월 법인세 중간예납 결과를 봐야 정확히 전망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는 6월까지 2개월 추가로 연장된 유류세 인하도 세수 결손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가 올해 전망한 교통·환경·에너지세는 15조3000억원이다. 이는 유류세 이하 조치가 올해 4월 말 일몰될 것을 전제로 추산한 수치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