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회장, 툭하면 거친 발언·고소…전공의 대표도 "독단적 행동 우려"
‘강경파’ 임현택 회장(사진)을 필두로 한 대한의사협회 새 집행부가 1일 출범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대정부 대응 수위를 한층 높여 가겠다고 선언해 의정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3년간 임기를 시작한 임 회장은 의료계에서 손꼽히는 강경파다. 2000년 충남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2016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맡은 뒤 강성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행사에서 ‘문재인 케어’에 반대해 연단에 드러눕기도 했다. 15여 년 전부터 충남 아산에서 소아과 의원을 운영해 왔으나 현재는 폐업한 상태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협의 반발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임 회장이 저출생 등을 감안해 의대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기 때문이다. 정부 책임자 문책도 강하게 요구해왔다. 의정 갈등이 고조되자 정부와의 대화 조건으로 대통령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을 요구했다.

임 회장은 거친 발언도 수시로 쏟아냈다. 그는 “정부가 동네 양아치 건달이나 할 저질 협박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회를 줬는데도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면 그땐 (탄핵 외) 선택지가 없다”는 등 강성 발언을 해왔다. 임 회장은 지난 2월 윤 대통령이 참석한 민생토론회에서 ‘입틀막(입을 틀어막힘)’을 당했다.

임 회장은 최근 대정부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의협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의료계를 사지로 몰아가는 정책을 죽을 각오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새 집행부 멤버도 강경파 일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대식 상근부회장은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 의협 부회장을 지냈다. 부회장 8명 중 5명은 개원의, 3명은 대학병원 의사다.

이번 집행부가 변호사를 대폭 늘린 것도 특이점이다. 통상 2명 수준이던 변호사 출신 법제이사를 4명으로 확대했다.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 교수의 집단행동에 대한 처벌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 회장이 이슈가 생길 때마다 정부 등을 상대로 고소·고발하는 등 법률 대응을 선호하는 성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는 2월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의사를 ‘의새’라고 낮잡아 불렀다며 서울경찰청에 형사 고소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복지부 의료정책과 담당 공무원을 강요죄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의협은 새 집행부 출범 첫날부터 불협화음을 냈다. 임 회장은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이 참여하는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는데, 집행부 정책이사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협의한 바 없다”고 반박하면서다. 박 비대위원장은 “임 회장의 독단적 행동을 심히 우려한다”고 했다. 이에 의협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남정민/오현아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