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만 30년 했는데…" 매일 밀려드는 中 직구에 '하소연'
“바바바반출, 삑, 삑, 바반출”

지난 4월 30일 오전 10시 전북 군산시 군산세관 특송물류센터. 25t 규모 컨테이너 차량에서 쏟아진 하얀 비닐 소포들이 컨베이어벨트 위로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이곳에서 처리하는 소포는 하루 평균 2만4000여건. 모두 중국 스다오에서 오는 물건들이다.

세관 직원이 1초에 소포 두세개 꼴로 바코드를 찍어 이상 여부를 확인하다 보니 문제가 없으니 ‘반출’해도 좋다는 메세지조차 겹쳐 들릴 정도였다. 한 세관 직원은 “한 주에 2일씩 야근해가며 전수검사 한다고 하지만 물건이 이렇게 많으면 어쩔 수 없이 놓치는 게 생길 수 있다”며 “직원을 더 투입하려 해도 요즘 다들 일이 많다고 기피한다”고 말했다.

25t 컨테이너서 테무 포장지 쉴새없이 쏟아져

"이 일만 30년 했는데…" 매일 밀려드는 中 직구에 '하소연'
이날은 군산 특송물류센터가 두 달여 간의 시범 운영을 거쳐 정식 개장한 첫날이었다. 전자상거래 물품 등을 취급하는 통관시설로 인천, 평택, 부산항에 이어 국내 4번째다. 중국 직구(직접구매)가 최근 급증하다 보니 관세청이 중국발 소포를 전담할 물류센터를 새로 만든 것이다. 시범 운영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에는 28만건, 4월에는 71만건의 물품이 이곳을 거쳐갔다.

중국발 직구 건수는 날로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국으로 통관된 물류 건수는 2021년 4395만건에서 2022년 5215만건, 2023년 8882만건으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3년 전부터 사용자를 서서히 늘린 알리익스프레스와 달리 테무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에 상륙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직구 건수는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곳에 오는 물류들은 크게 두 단계를 거쳐 통관이 이뤄진다. 먼저 세관 직원들은 컨베이어벨트에 실린 물건들의 바코드를 찍어 반입 신고자의 이력 등을 모니터에 띄워 살핀다. 이상이 없다면 엑스레이 판독기를 통해 신고한 물품이 맞는지 추가로 확인한다. 두 단계를 거치는 동안 이상이 있다고 판단된 물건들은 따로 옮겨져 직원들이 소포를 뜯고 직접 확인한다.

이날 컨베이어 벨트에 쏟아지는 소포의 90%는 테무 특유의 포장지인 하얀색 비닐에 싸여있었다. 모두 중국 e커머스 업체 테무에서 발송된 것들이다. 이 곳은 정식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배송된 물건은 아직 받고 있지 않다.

강정규 군산세관 보세화물팀장은 “세관 업무만 30년을 하면서 정식 수입되는 물건만 검사했지 개인 직구 물건만 전담해서 일을 하는 건 처음”이라며 “매일 컨테이너가 10개씩 들어올 정도로 직구가 많다는 게 무섭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세관직원 10명이 하루 2.4만건 검사

"이 일만 30년 했는데…" 매일 밀려드는 中 직구에 '하소연'
물류센터 한 켠에선 세관 직원들이 반입 이력이나 엑스레이 판독을 통해 추가로 조사가 필요한 소포들을 일일히 뜯어 물건을 확인하고 있었다. 명품 등 지적재산권 침해가 우려되거나 사용적합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받지 않은 전자기기들이 조사 대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 인증을 받지 못한 라면·국수·빵 등 식품류도 검사 대상이다.

한 세관 직원이 책상 위에 놓여진 하얀 비닐 소포를 뜯자 같은 모양의 머리끈과 펜 등이 수십개 쏟아졌다. 자가사용으로 신고했지만, 갯수가 눈에 띄게 많아 판매 목적으로 의심되는 소포였다.

이 세관 직원은 “문구점 같은 곳에서 판매하려 주문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식 수입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낼 때까지 물건은 이 곳에 보관된다”고 했다. 자가 사용 물건은 150달러까진 면세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할 경우 세금을 내야 한다.

군산세관 특송물류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세관 직원은 총 10명. 이상 물량을 판독하는 엑스레이 기계는 3대가 설치돼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2대로만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현장에선 지재권 보호 뿐 아니라 마약과 검역 물품을 효과적으로 단속하기 위해선 인력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 팀장은 “직원이 2명 추가 투입돼 엑스레이 판독기를 한 대 더 운영할 예정”이라면서도 “매일 밀려드는 직구 물품을 감당하기엔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