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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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처음 벌어졌던 미국 컬럼비아대에 30일(현지시간) 경찰이 진입해 교내 캠퍼스 건물을 점검하고 농성 중인 시위대를 속속 체포했다.

AP, 로이터,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를 넘어 헬멧을 쓰고 전술 장비를 착용한 대규모의 뉴욕 경찰 병력이 캠퍼스에 진입해 시위대를 연행하며 해산에 나섰다. 경찰관들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시위대가 점거 중인 해밀턴 홀 2층 창문을 통해 줄지어 건물에 진입했고, 다른 경찰관들은 야영캠프 농성장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학생들은 경찰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며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등 뒤로 손이 결박된 채 끌려 나오는 시위대의 모습이 목격됐다. 경찰은 약 50여명을 체포해 버스에 태웠다. 시위대는 건물 밖에서 "자유, 자유, 자유 팔레스타인"을 외쳤으며,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도 "학생들을 놔줘라"라며 고함을 질렀다.

캠퍼스에 병력이 진입하기 직전 뉴욕 경찰국은 대학 측으로부터 경찰의 개입을 요청받았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가 전했다.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은 지난 18일에도 철수 요청을 거부한 시위대를 해산해달라고 경찰에 요구했고, 경찰의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100여명이 무더기로 연행된 적이 있다.

샤피크 총장은 이번에도 서한을 통해 "캠퍼스 내 시위 현장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질서를 유지하고 야영 텐트가 설치되지 않도록 5월 17일까지 캠퍼스에 병력을 주둔시켜달라"고 뉴욕 경찰에 요청했다.

컬럼비아대는 미국 대학가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반전 시위가 처음 발발한 곳으로, 시위대는 2주 가까이 캠퍼스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여왔다. 대학 측은 시위대에 전날 오후 2시까지 해산한 것을 요구한 뒤 시위대가 이에 불응하자 예고한 대로 정학 조치에 착수했다.

이에 학생들은 캠퍼스 내 건물인 해밀턴 홀을 기습 점거했고, 학교 측은 건물을 점거한 학생들은 퇴학 처분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이름을 딴 해밀턴 홀은 1960년대부터 컬럼비아대 학생 시위의 본거지 역할을 한 곳이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