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출산지원금 1억원을 주면 아이 낳을 생각이 있는지 물었더니 응답자 63%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어제 공개했다. 출산지원금 1억원 지급에 연간 23조원가량 드는데 국가재정으로 부담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64% 정도가 찬성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왜 권익위가 이런 조사를 하는지부터 의문이다. 권익위는 반부패 총괄기관이다. 권익위 설립 근거법인 ‘부패방지 권익위법’ 제1조는 권익위의 목적을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행위 등으로 인한 고충 민원 처리와 불합리한 행정제도 개선, 부패 발생 예방과 부패 행위 규제를 통해 국민의 기본적 권익을 보호하고 행정의 적정성을 확보하며 청렴한 공직·사회 풍토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저출산 극복이 아무리 국가적 과제라고 해도 권익위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일은 아닌 것이다.

권익위는 “소관부처에 정책 제안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관부처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달 권익위 여론조사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출산지원금 1억원에 대해 “현재 정부가 준비 중인 저출산 종합 대책 수립 과정에서 전혀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출산지원금 1억원이 좋은 정책인지도 논란이다. 1억원을 주면 아이 낳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이 많을 것이란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1억원보다는 2억원, 2억원보다는 3억원을 더 선호할 것이란 점도 물어보나 마나다. 문제는 그렇게 펑펑 쓸 만큼 나라 살림이 여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돈만 뿌린다고 출산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즉 무차별적인 현금 살포보다는 출산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곳에 돈을 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출산 여성이 경력 단절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육아시설을 대폭 확충하거나 출산·육아휴직비를 인상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권익위 조사에는 이런 고민이 빠졌다. 오히려 권익위 조사 때문에 ‘아이 낳으면 정부가 1억원을 주겠다는 건가’ 하는 불필요한 오해만 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