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가 독일의 대형 산업용 로봇업체 쿠카를 인수할 당시 글로벌 로봇업계는 혼돈에 빠졌다. 쿠카는 산업용 로봇 시장을 일본과 양분하고 있는 독일의 대표 기업이다. 미국 등 서방에선 “독일이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메이디는 지분 가치보다 60% 높은 6조원 규모의 인수 금액을 제안해 쿠카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만 해도 독일은 중국을 ‘제2의 내수 시장’으로 여길 정도로 돈독한 관계였던 데다 미·중 갈등은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었다.

쿠카 사례는 중국이 얼마나 로봇산업에 ‘진심’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통한다. <로봇의 부상> 저자인 마틴 포드는 단순노동 근로자가 많은 중국이 로봇산업을 육성하는 것에 대해 “자기 파멸적”이라고 분석했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로봇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의 경쟁력을 비교 불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셈법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11월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발전 지도의견’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휴머노이드 양산을 시작하고 2027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올 2월엔 공업정보화부, 교육부, 과학기술부, 교통운송부, 문화여행부, 국유자산관리위원회, 중국과학원 등 정부 7개 부처가 2025년까지 7개 분야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는데, 그중 첫 번째가 휴머노이드였다. 중국 정부는 휴머노이드 내수 규모만 2030년까지 8700억위안(약 155조7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분야의 성공 방정식을 AI 휴머노이드 분야에도 적용하고 있다. 초기에 막대한 보조금과 정부 지원으로 산업을 부양한 뒤 콜로세움의 검투사들처럼 수많은 기업이 경쟁을 벌이도록 하는 전략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글로벌 톱 수준의 휴머노이드 기업을 5~10개 육성한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정책 전문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로봇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세계를 이끄는 혁신 기업이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AI 학습 기능을 갖춘 중국산 산업용·가정용 로봇이 전 세계에 보급되면 중국이 엄청난 데이터를 축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전=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