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에도 카메라는 돌았다" 50년대 한국영화 7편 이탈리아로 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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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우디네극동영화제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 인터뷰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 인터뷰
4월 23일에 개막한 제26회 우디네극동영화제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과의 협업으로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복원된 1950년대 한국영화 총 7편 – <지옥화> (신상옥, 1958), <낙동강> (전영근, 1952), <피아골> (이강천, 1955), <미망인> (박남옥, 1955), <시집가는 날> (이병일, 1956), <자유부인> (한형모, 1956), <돈> (김소동, 1958) – 이 상영 되었다. 이 뜻깊은 상영회는 올해 영상자료원의 창립 50주년을 맞는 기념행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우디네에서 최초로 상영되는 한국 고전영화들이니만큼 관객의 반응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영상자료원장이자, 우디네에서 역시 상영되는 <장미빛 인생> (1994)의 감독, 김홍준 원장과 현지 관객 반응과 상영작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 일단 한국영상자료원의 50주년 (영상자료원은 ‘필름보관소’라는 이름으로 1974년에 만들어졌다) 을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떤가.
- 자료원이 한국영화와 함께 성장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해외에서는, 자화자찬 같지만 (웃음), 자료원 덕에 한국영화가 성장한 부분도 있다는 칭찬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영상자료원이 유튜브로 운영하고 있는 고전영화 채널은 해외에 있는 한국영화 팬들에게, 그리고 한국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학자들에게 매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대별로, 감독별로 많은 편수의 고전 영화를 무료로, 영문 자막까지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필름 아카이브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다만 오히려 한국에서 사람들이 이런 걸 몰라주는 것 같아, 많이 알려 주시기를 바란다 (웃음). ▷ 올해 한국 영상자료원의 활약이 대단하다. 특히 우디네극동영화제에서의 한국영상자료원 50주년 행사는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가.
- 한국영상자료원과 우디네극동영화제는 매년 다른 형태로 꾸준히 협업을 해왔다. 우디네에서 한국 고전영화를 거의 늘 상영해왔다고 보면 된다. 다만 올해는 가장 큰 스케일로 이루어진 것뿐이다. 또한 해외영화제 같은 경우, 상대방이 먼저 자료원에 요청을 주고 그에 따라 복원이나 필요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이번에는 자료원에서 복원한 작품들을 우리 쪽에서 리스트 업해서 패키지를 만들어 먼저 제안을 했다. 해외에서 관객들이 보기 힘든 작품들을 중심으로, 최대한 다양하게 7편을 구성하여 우디네에서 선보이게 된 것이다. 동시에 영화사적인 가치가 높고 복원상태가 좋은 작품들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 특히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은 해외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다.
- 음악적인 요소도 많고, 스테이지에서 벌어지는 스펙터클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한국가수가 호텔 연회장에서 노래하는 시퀀스는 이 영화의 시그니쳐다. 일반 관객들은 <자유부인>을 더 좋아할 것 같고, 진지한 관객들은 분단의 이슈를 다룬 <피아골>도 흥미롭게 볼 것이다.
▷ 우디네에 이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50주년 행사가 열린다.
- 전주국제영화제는 25주년을 맞았고, 우리가 50주년을 맞으니 뭔가를 같이 해보면 좋겠다는 연락이 전주에서 먼저 왔다. 전주에서 틀었던 한국영화들 중에 복원 상영이 가능한 작품들이 있는지 연락이 왔고, 거기에 더해 10편을 구성한 것이다. 특히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 같은 경우 디지털로 복원이 안 된 상태였고, 이번 기회를 통해서 복원한 것이다. 90년대 영화들이 오히려 저작권을 구하기도, 복원을 하기도 더 어렵다. ▷ 어제 <미망인>과 <낙동강>이 먼저 관객을 만났다. 반응은 어땠나.
- 일단 객석이 거의 만석이었다 (웃음). 특히 여기 관객들은 <미망인>을 좋아했던 것 같다.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의 작품이라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는 관객이 많았다. 사운드가 유실되어 엔딩이 의도치 않게 열린 결말(?)로 끝나는데 오히려 엔딩을 각자 감상대로 결정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도 있었다. <낙동강>의 경우, 한국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관객들 역시 관심 있게 영화를 봤고, 특히 전쟁의 이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 최근 영상자료원의 활약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웃음). 감독님이 부임하고 나서 자료원의 이벤트들이 눈에 띄게 다양해졌다.
- 영화제에서 오래 일한 경험이 도움이 된다. 영화제를 겪지 않으면 이렇게 다채로운 상영회와 작품선정을 하기가 어렵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 올해 우디네에서 자료원이 선정한 ‘한국영화 패키지’가 성공해서 다른 해외 영화제들, 그리고 해외 관객들이 한국 고전영화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영회들이 열리길 바라고 있다. ▷ 또한 감독님의 연출작인 <장미빛 인생> 역시 우디네에서 상영된다. 올해 개봉 30주년을 맞았다. 이탈리아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되지 않는가?
- 솔직히 기대 안 된다. 그냥 창피하다 (웃음).
▶▶['장미빛 인생' 리뷰] 개봉 30주년 맞은 '장미빛 인생', 알고보니 코리안 뉴웨이브의 상징작
칸 영화제에서 경쟁 섹션만큼이나 중요하고 가장 인기가 많은 섹션 중 하나는 ‘칸 클래식’이다. 복원한 고전을 상영하고 작품의 영화사적인 가치를 돌아보는 이 섹션은 전 세계의 영화 팬들에게, 그리고 영화 산업과 관련한 모두에게 소중한 유산이자, 보석 같은 존재다. 이번 우디네에서의 영상자료원 섹션 역시 같은 맥락의 가치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상영회에 참여한 관객들에게 이 한국 고전영화들은 한국사의 한 단면으로 고전으로서의 레거시로 이 작품들을 간직할 것이다.
▶▶[관련 리뷰]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이탈리아 북부 도시 우디네에 정우성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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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네=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