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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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부터 국내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을 따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3~4월 '무료 이벤트' 기간을 마치고 지난 1일 '유료중계'로 전환하면서 야구팬들 고민이 늘었다. 그간 무료로 즐기던 야구를 돈을 내고 봐야 한다는 거부감에다 OTT를 통한 유료 스포츠 스트리밍 자체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티빙은 올 3월 시작한 프로야구 시범경기부터 지난달 정규시즌 경기까지 회원 가입만 해도 무료로 생중계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예고한 대로 최소 5500원의 월 구독료를 내는 회원만 생중계를 제공한다.

이에 2일 아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응원팀 경기를 보기 위해 티빙 결제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개중에는 "그간 티빙 유료결제 이력이 없었던 '티빙 최초 이용 고객'은 첫 달 100원만 결제하면 된다"는 '팁'을 공유하는 등 구독 정보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야구 팬인 30대 직장인 A씨는 "야구는 규칙도 어렵고 타임아웃이 없는 데다 지역 연고도 얽혀있는 스포츠라는 특성이 있다"면서 티빙의 유료중계가 팬덤을 축소시키고 야구팬으로 유입되는 데도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그는 "지역 연고가 있다 보니 어릴 때 가족들과 함께 손 잡고 구장에서 응원하던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OTT가 유료 생중계를 하면 키오스크로 디지털 소외계층이 생기는 것처럼 OTT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응원하는 팀 경기도 보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걱정했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유료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낮았다. OTT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50~60대 이상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 스포츠 중계 시청을 위해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지 묻는 항목에 20대는 84.3%, 30대는 90%가 '있다'고 답했다. 40대도 73.3%로 비교적 높았다. 하지만 50대는 50.5%, 60대 이상은 35%로 비율이 뚝 떨어졌다.

한 40대 야구 팬 B씨는 "야구 경기 직접 관람도 온라인 예매 위주로 바뀌면서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예매에 서툴러 보고 싶어도 못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나마 경기장 관람은 일정 비율 현장 판매분이라도 있는데, OTT 생중계는 그런 방법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야구 팬 C씨도 "야구는 축구처럼 애국심을 갖고 보기엔 진입장벽이 높은 스포츠다. 더 쉽고 폭넓게 공유되지 않으면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유료중계는 저소득층에게도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응답자 94.1%는 '저소득층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유료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재단은 "스포츠 스트리밍 유료화는 저소득층의 스포츠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 상업성에 기반한 과도한 유료화 정책이 추진될 경우 대중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감소시킬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스포츠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야구 유료 중계 서비스를 시작한 티빙을 향한 불만도 수치로 확인됐다. 유료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 중 45.5%는 티빙을 사용했다. 티빙 중계에 대한 만족도는 58.4%로 다른 OTT보다 낮은 편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