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뿐 아니라 국민들 또한 폭언·폭행 등 민원인의 위법행위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공무원에 대한 마땅한 보호장치가 없고, 위법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인식한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진행한 '민원 공무원 보호 방안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위법행위가 일어나는 원인 중 가장 많이 선택된 답이 '처벌 미흡'(17.4%)이었다.
응답자 대부분은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98.9%)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욕성 전화와 정당한 사유 없는 반복 민원, 과도한 자료요구 등 업무방해 행위는 '제한'(81.4%)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절대다수였다.
◇ 전담 대응팀 만든다지만…별도 예산·인력 없고, 처벌도 '미흡' 이러한 각종 사례와 현장 의견 등을 바탕으로 정부는 '악성 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를 위한 범정부 종합대책'을 마련했으나, 이번 대책이 악성 민원을 극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눈에 띄는 대책은 기관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도록 악성 민원 전담 대응조직을 만들고, 법령에 폭언·폭행 등 민원인의 위법행위에 기관이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별도 예산 및 인력 보충 없이 전담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중론이다.
기관별 전담 대응팀은 '권장'으로 돼 있어 반드시 두지 않아도 된다.
별도 예산 및 인력 충원이 없으면 기존 관련업무를 하던 법무계나 민원실에서 구색만 갖춘 전담 대응팀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위법행위에 대한 기관의 법적 대응 또한 '원칙'으로 돼 있고,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기관장이나 악성 민원인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은 '검토'한다고 돼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는 공무원 개인이 민원인의 위법행위에 직접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방자치단체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지자체에 접수된 폭언·욕설·협박·성희롱 등 특이 민원은 총 7만9천904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위법행위에 시달리는 중에도 '절차가 복잡하고 여유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실제 고소·고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설문조사에 응답한 1천873명 중 37명(2.0%)에 불과했다.
오히려 절반 가까운 43.6%가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민원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도록 6개월 이내 종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도 강서구 한 주민센터에서 공무원이 민원인의 폭행으로 머리를 두차례 가격당했으나, 행정기관이 아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서 해당 민원인을 고발했다.
행안부 공식 통계에서도 위법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
매년 3∼5만건의 위법행위가 발생하지만, 신고와 고소·고발 등 위법행위에 대응한 건수는 2020년 627건, 2021년 801건, 2022년 685건 등 1.4∼1.6%에 불과했다.
악성민원을 가장 많이 접하는 읍면동 주민센터 민원실에 안전장치 설치, 안전요원 배치 등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이 미흡하다는 것 또한 지적 대상이다.
민원 통화를 시작부터 녹음하도록 개선한 것과 전화, 인터넷, 방문 등 민원 신청수단별 악성민원 차단장치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박중배 전공노 대변인은 "정부가 공무원 보호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나, 예산 및 인력 충원이 없으면 민원 전담 대응팀 등은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민원 전담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별도의 인력과 예산을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2년 민원 처리법령이 개정되면서 민원실에 CCTV 등 안전장치 및 보안요원을 의무적으로 배치하게 됐지만, 이러한 조치는 시청이나 구청 등 큰 기관에 몰려있고 악성 민원을 가장 많이 접하는 읍면동 단위에는 잘 안 돼 있다"며 "지자체가 읍면동 단위까지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의무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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