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얘기가 왜 이제서야?…日 정부, 네이버 벼르고 있었나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민간 기업인 네이버의 경영권을 좌우하려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법적으로 맞설 경우 회사 측에 승산이 있다 해도 일본 정부가 유·무형 압박을 통해 사업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 법정 다툼을 감수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日 "라인야후, 네이버에 안전조치 요구 못해"

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네이버의 라인야후 경영권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이메일을 보내 라인야후 서버 관리를 맡는 네이버클라우드 시스템 조사에 협조해줄 수 있는지 질의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16일 라인야후 상대로 두 번째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클라우드와의 네트워크 분리를 빠르게 완료할 것을 주문했다. 네트워크를 완전히 분리하는 데 3년이 걸린다는 회사 측 대응 계획을 사실상 '반려'한 것이나 다름없다.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네이버클라우드의 보안 관련 업무를 위탁받은 회사가 멀웨어에 감염된 게 발단이 됐다. 이후 네이버클라우드와 정보기술(IT) 인프라 운영을 네이버클라우드에 위탁하던 라인야후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총무성은 개인정보 유출을 발판 삼아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경영권 문제를 정조준했다.

라인야후 최대 주주인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갖고 있다. 총무성은 이 같은 구조가 개인정보 유출을 막지 못한 원인이 됐다고 봤다. 라인야후가 실질적 모회사인 네이버에 안전관리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없는 구조라고 판단한 것이다. 총무성이 자본관계 재검토를 거쳐 소프트뱅크 지분을 높이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한 이유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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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3년 전 행정지도 언급하며 "여전히 미흡"

총무성 행정지도 내용을 살펴보면 그간 벼르고 있었던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행정지도가 연이어 두 차례나 이뤄진 데다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경영권을 넘기라는 식의 압박은 일본에서도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3년 전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했던 사안과 이번 사건을 연결지으면서 강도 높은 압박의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관측이다.

총무성은 지난 3월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1차 행정지도를 통해 "옛 라인사에 대해 (중략) 액세스 관리의 철저 등도 포함해 행정지도를 실시했었는데도 여전히 액세스 관리가 미비해 이번 사건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매체 토요케이자이에 따르면 2021년 4월 라인야후(당시 라인)는 총무성으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은 바 있다. 라인 시스템 관리를 위탁받았던 중국에서 이용자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점이 문제가 됐다. 회사 측은 데이터가 일본 안에 있다고 했지만 중국에서 접근이 가능했다는 사실이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라인 모회사였던 Z홀딩스는 전문가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데이터 거버넌스 강화를 위한 그룹 내 일원화된 감독체제를 구축할 것을 제언했다.

이시이 카오리 일본 주오대학 교수는 토요케이자이를 통해 "경제안보상 의미가 강했던 3년 전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회사의 허술한 체질이 배경에 있다는 점은 공통된다"며 "(당시) 특위가 제언한 거버넌스 체제도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지도 영향력 막강한 日, 네이버 대응 '주목'

당장 문제는 행정지도 이행 여부다. 일본 사회는 국가기관의 행정을 신뢰하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어서 통상 행정지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행정지도가 법적 효력은 없지만 영향력은 막강한 셈이다.

물론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경영권을 넘기라는 요구는 일본에서도 이례적인 만큼 네이버가 법리적으로 다투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엔 일본 정부에 의한 사업상 어려움이나 불이익을 감수하게 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사태 해결 실마리가 우리 정부의 정치·외교적 대응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네이버의 대정부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일본이 우리보다 개인정보 보호 법제가 약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일로 지분 구조를 변경하라는 데 대해선 법리적으로 다퉈볼 수 있지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정치와 외교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고 네이버도 총력을 다해 우리 정부든 일본 정부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지분 관련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일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본지배력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 행정지도가 굉장히 이례적이지만 따를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 전략으로 내부 검토를 진행중"이라며 "아직 입장이 정리되진 않아 정리되는 시점에 명확히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