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도 아닌데"…식비 빠듯한 직장인 몰린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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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집 대신 여기 줄서죠"
점심마다 붐비는 판교 풍경
점심값 부담 느끼는 직장인
인근 식당 대비 백화점 푸드코트 붐비는 모습
"해당 백화점 식당가 이용객 전년 대비 17% 증가
점심마다 붐비는 판교 풍경
점심값 부담 느끼는 직장인
인근 식당 대비 백화점 푸드코트 붐비는 모습
"해당 백화점 식당가 이용객 전년 대비 17% 증가
"오늘은 시간 없으니까 텐동 먹자. 그게 빨리 나오니까."
2일 오전 11시 40분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인근 백화점 지하 1층 식당가. 직장인 무리가 걸음을 서두르며 이같이 말했다. 식당가에는 대부분 사원증을 목에 건채 식사 중이거나 키오스크를 이용해 점심 메뉴를 구매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각자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는 푸드코트 구역에는 다섯 대의 키오스크 앞이 붐볐고, 이외에도 15명가량이 주문을 위해 유인 계산대에도 줄 서 있는 모습이었다. 구내식당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다.
직장인들이 치솟은 외식 물가에 못 이겨 점심값부터 줄인다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는 가운데, 판교역 일대에선 점심시간마다 '백화점 푸드코트'가 붐비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주로 식대를 이용해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이 몰려있는 데다, 식대가 오르는 속도에 비해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 식대로 해결할 수 있는 점심 메뉴가 많지 않아서다. 이 지역에서 '백화점 푸드코트 정도면 점심값이 저렴한 편'이라는 의미다.
이곳에서 만난 인근 대기업 근무 직장인 최모(27) 씨는 "팀원들과 함께 주 2~3회 이곳을 이용한다"며 "팀원끼리 특정 메뉴를 정했거나 점심 미팅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거의 구내식당처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모두 다른데 한 테이블에서 각자 원하는 메뉴를 먹을 수 있어 찾게 된다"며 "기업 제휴 할인도 가능해 1만원인 식대 한도 내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오늘은 김치돈까스나베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정오를 넘기자 사원증을 식탁 한쪽에 두고 혼자 식사하는 직장인 '혼밥족'부터, 아예 노트북을 이용해 업무를 보면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는 이도 있었다. 동료들과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는 직장인도 포착됐다.
끼니마다 식대로 1만5000원을 지급받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인근에 이 식대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평균 주 2회는 백화점 지하 1층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밝혔다. 김 씨는 "구내식당이 없는 회사라 사실 팀원끼리 메뉴 고르는 것도 일"이라며 "고민을 덜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식대 1만원인 판교 소재 IT 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도 "재택근무 제도가 없어지면서 판교역 일대가 붐비는 것을 체감한다"며 "주변 식당의 점심 메뉴값은 계속 오르는 데 식대는 계속 1만원이라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는 듯하다. 인근 식당 물가가 '법카(법인카드)' 한도에 맞춰져 있어 '가성비' 식당이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3년 차 판교 직장인 40대 이모 씨는 "서울 업무 지구에 비해 찌개나 백반집이 많이 없는 것 같다"며 "한식집이 있다고 해도 수요에 비해 적어 타이밍을 놓치면 줄을 서야 한다"며 이날 푸드코트에 방문한 이유를 밝혔다. 지하 1층 푸드코트 한 직원은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가량은 매일 직장인으로 붐빈다"며 "고객들이 한식 메뉴를 자주 찾는 것 같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게임사와 IT 기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판교에 현대제철 등 제조업 기반 주요 대기업도 지사를 차리며 직장인들이 점점 몰리고 있다. 최근엔 교촌에프앤비가 판교에 신사옥을 열어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주거지가 많고 오래된 식당이 적은 2기 신도시라는 판교의 지역적 특성도 푸드코트에 몰리는 점심시간 풍경을 연출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 인근 식당가의 메뉴판을 확인해보니 1만원 한 장으로 식사를 해결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양식을 판매하는 식당의 경우 메뉴당 2만원을 훌쩍 넘는 곳도 있었다. 2022년 푸드테크 기업 식신이 발표한 지역별 점심값 통계에 따르면 판교의 평균 점심값은 이때 이미 1만687원을 기록해 당시 전국에서 점심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알려진 바 있다.
KB국민카드가 주요 업무지구 5곳의 2023년 1~5월 점심시간 매출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직장인의 월평균 점심 비용이 2019년 동기 대비 17% 올랐다. 분석한 업무지구는 광화문·강남·여의도·구로·판교다. 이들은 지난해 점심값 1건당 평균 1만1300원을 소비했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2024 신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살펴봐도 직장인들의 1인당 월평균 식비는 64만원으로 전년 대비 10.3% 늘었다. 이에 신한은행이 직장인 2500명을 대상으로 별도 조사한 결과, 68.6%가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대백화점 측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판교에서 직장을 다니는 현대백화점카드 이용 고객 중 판교점 식당가를 이용한 고객의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했다. 직장인들이 점심값을 아끼려는 노력이 푸드코트 이용의 증가세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4월 기준으로 판교점 일대 기업에서 근무 중인 '기업 회원'의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7.2% 증가했다"며 "엔데믹으로 재택근무가 줄어들면서 기업 회원 고객 수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2일 오전 11시 40분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인근 백화점 지하 1층 식당가. 직장인 무리가 걸음을 서두르며 이같이 말했다. 식당가에는 대부분 사원증을 목에 건채 식사 중이거나 키오스크를 이용해 점심 메뉴를 구매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각자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는 푸드코트 구역에는 다섯 대의 키오스크 앞이 붐볐고, 이외에도 15명가량이 주문을 위해 유인 계산대에도 줄 서 있는 모습이었다. 구내식당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다.
직장인들이 치솟은 외식 물가에 못 이겨 점심값부터 줄인다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는 가운데, 판교역 일대에선 점심시간마다 '백화점 푸드코트'가 붐비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주로 식대를 이용해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이 몰려있는 데다, 식대가 오르는 속도에 비해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 식대로 해결할 수 있는 점심 메뉴가 많지 않아서다. 이 지역에서 '백화점 푸드코트 정도면 점심값이 저렴한 편'이라는 의미다.
이곳에서 만난 인근 대기업 근무 직장인 최모(27) 씨는 "팀원들과 함께 주 2~3회 이곳을 이용한다"며 "팀원끼리 특정 메뉴를 정했거나 점심 미팅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거의 구내식당처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모두 다른데 한 테이블에서 각자 원하는 메뉴를 먹을 수 있어 찾게 된다"며 "기업 제휴 할인도 가능해 1만원인 식대 한도 내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오늘은 김치돈까스나베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정오를 넘기자 사원증을 식탁 한쪽에 두고 혼자 식사하는 직장인 '혼밥족'부터, 아예 노트북을 이용해 업무를 보면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는 이도 있었다. 동료들과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는 직장인도 포착됐다.
끼니마다 식대로 1만5000원을 지급받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인근에 이 식대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평균 주 2회는 백화점 지하 1층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밝혔다. 김 씨는 "구내식당이 없는 회사라 사실 팀원끼리 메뉴 고르는 것도 일"이라며 "고민을 덜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식대 1만원인 판교 소재 IT 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도 "재택근무 제도가 없어지면서 판교역 일대가 붐비는 것을 체감한다"며 "주변 식당의 점심 메뉴값은 계속 오르는 데 식대는 계속 1만원이라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는 듯하다. 인근 식당 물가가 '법카(법인카드)' 한도에 맞춰져 있어 '가성비' 식당이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3년 차 판교 직장인 40대 이모 씨는 "서울 업무 지구에 비해 찌개나 백반집이 많이 없는 것 같다"며 "한식집이 있다고 해도 수요에 비해 적어 타이밍을 놓치면 줄을 서야 한다"며 이날 푸드코트에 방문한 이유를 밝혔다. 지하 1층 푸드코트 한 직원은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가량은 매일 직장인으로 붐빈다"며 "고객들이 한식 메뉴를 자주 찾는 것 같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게임사와 IT 기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판교에 현대제철 등 제조업 기반 주요 대기업도 지사를 차리며 직장인들이 점점 몰리고 있다. 최근엔 교촌에프앤비가 판교에 신사옥을 열어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주거지가 많고 오래된 식당이 적은 2기 신도시라는 판교의 지역적 특성도 푸드코트에 몰리는 점심시간 풍경을 연출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 인근 식당가의 메뉴판을 확인해보니 1만원 한 장으로 식사를 해결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양식을 판매하는 식당의 경우 메뉴당 2만원을 훌쩍 넘는 곳도 있었다. 2022년 푸드테크 기업 식신이 발표한 지역별 점심값 통계에 따르면 판교의 평균 점심값은 이때 이미 1만687원을 기록해 당시 전국에서 점심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알려진 바 있다.
KB국민카드가 주요 업무지구 5곳의 2023년 1~5월 점심시간 매출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직장인의 월평균 점심 비용이 2019년 동기 대비 17% 올랐다. 분석한 업무지구는 광화문·강남·여의도·구로·판교다. 이들은 지난해 점심값 1건당 평균 1만1300원을 소비했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2024 신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살펴봐도 직장인들의 1인당 월평균 식비는 64만원으로 전년 대비 10.3% 늘었다. 이에 신한은행이 직장인 2500명을 대상으로 별도 조사한 결과, 68.6%가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대백화점 측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판교에서 직장을 다니는 현대백화점카드 이용 고객 중 판교점 식당가를 이용한 고객의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했다. 직장인들이 점심값을 아끼려는 노력이 푸드코트 이용의 증가세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4월 기준으로 판교점 일대 기업에서 근무 중인 '기업 회원'의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7.2% 증가했다"며 "엔데믹으로 재택근무가 줄어들면서 기업 회원 고객 수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