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부동산 계약…'이것'만 주의하세요
대학교 졸업생 A씨는 얼마 전 취업해 서울 강서구 근처로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있다. 대학가에서 첫 자취방을 구할 때는 부모님이 함께였지만 이번에 혼자 부동산 계약을 하려고 하니 막막한 게 한둘이 아니다. 계약서에 쓰이는 용어도 낯선 데다 혹시 계약을 잘못해 기사에 나오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자신이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최근에도 10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빼돌린 조직이 검거되는 등 전세사기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A씨처럼 부동산 계약을 처음 하는 사회초년생의 우려가 더욱 커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주택과 계약자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고 상황에 맞는 특약사항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사회초년생이라면 ‘전·월세 안심계약 서비스’ 등 지자체별로 시행하는 정책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서류 확인부터 충실히

공인중개사는 계약서 작성 전 주택과 임대인·매도자 정보를 꼼꼼하게 보는 게 기본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계약할 집의 동호수, 구조, 면적 등이 건축물대장상의 정보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때 위반건축물 여부와 건축물의 용도가 주거용인지 보면 된다. 가령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주거용이 아니기 때문에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가입 등이 불가능하다.

계약서를 쓰는 상대방이 나와 부동산 계약을 맺는 당사자가 맞는지 신분증과 등기부등본을 볼 필요가 있다. 등기부등본에는 부동산 물건의 주소, 면적 등의 정보뿐 아니라 현재 소유자, 저당권자, 임차권자 등의 권리관계도 기재돼 있어 확인이 필수다. 등기부등본은 표제부, 갑구, 을구로 나뉜다. 표제부에는 건물의 주소, 소재 지번, 구조와 면적이 적힌 건물 내역 등을 볼 수 있다. 계약서상의 주소와 등기부등본 내 주소지를 꼭 일치시켜야 한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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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구에는 소유권을 알 수 있는 사항이 적혀 있다. 만약 소유자가 아닌 대리인과 계약한다면 소유자의 인감도장이 찍힌 위임장이 필요하다. 다만 반드시 소유자 계좌로 계약금과 잔금 등을 송금해야 한다. 이때 사회초년생이라면 송금 한도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대문구 창천동 A공인 관계자는 “집을 처음 계약하는 20·30대라면 큰돈을 송금할 일이 별로 없어 이체 한도가 100만원 이하로 제한된 경우가 간혹 있다”고 말했다.

압류, 가압류, 신탁, 소유권이전가등기 등의 제한사항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가령 임대인이 대출을 위해 신탁회사에 건물 소유권을 이전하는 형태로 담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경우 임대 권한이 임대인에게 없는 상황이 된다. 해당 임대인과 체결한 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의미다.

을구는 소유권 이외에 해당 건물에 있는 다른 권리와 채무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근저당권, 전세권 등이다. 특히 소유자가 이 집을 담보로 돈을 과도하게 빌리지는 않았는지 봐야 한다. 만약 근저당권이 표시돼 있고 권리자 및 기타사항에 채권최고액 2억원과 은행이 기재돼 있다면 해당 부동산이 은행에 2억원 저당 잡혀 있다는 의미다. 통상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은 대출한 금액보다 10~30% 높게 설정한다. 다만 이 채권최고액이 너무 높게 잡혀 있다면 소유자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임차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세사기 예방하려면

이른바 ‘깡통전세’(담보대출과 전세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경우)를 피하려면 주택의 시세를 알아보는 것이 먼저다. 보증금이 시세의 80% 이상이라면 깡통전세를 의심해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국토교통부와 HUG(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부동산원이 만든 ‘안심전세앱’ 활용을 추천했다. 해당 앱에서 시세뿐 아니라 악성 임대인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3년간 2번 이상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채무 불이행 규모가 2억원 이상 등이라면 악성 임대인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9월부터 임대인 동의 없이도 악성 임대인 명단 조회가 가능하다.

계약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기재하는 특약사항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표준 계약서에 없는 내용을 계약자끼리 서로 합의해 작성할 수 있다. 입주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예방할 수 있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특약사항에 대출 관련 사안을 적는 경우가 많다. 전세자금대출 가능 여부와 한도는 은행에서 임대차 계약서 사본을 받은 후 심사를 통해 이뤄져서다. 대출이 안 나오는 부동산이거나 대출 금액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특약사항에 ‘전세자금대출 불가 시 계약 해지’, ‘계약금 및 지불한 금액 즉시 반환’ 등의 내용을 넣으면 된다.

창천동 B공인 관계자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에 대한 사항도 웬만하면 특약사항에 넣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항력을 갖추면 주택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임대인이 달라져도 해당 주택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항력은 전입신고를 한 다음날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그 전에 임대인이 다른 권리를 설정하지 못하도록 방지할 수 있는 내용을 특약사항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등기부상 권리관계를 잔금 익일까지 유지’, ‘위반 시 계약 해제 가능’ 등의 문구를 기록하는 식이다.

간혹 전세사기 유형 중 중개사무소가 사기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중개사무소가 안전한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중개사무소 등록증, 공인중개사 자격증 등을 보면 된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