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열린 로에베재단의 로에베 램프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밀라노=민지혜 기자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열린 로에베재단의 로에베 램프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밀라노=민지혜 기자
이영순 작가.   /사진 모두 로에베 재단 제공
이영순 작가. /사진 모두 로에베 재단 제공
“이것은 근원이자 모든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시각적으로 이해하게 해주며 낮과 밤의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이것’은 바로 ‘빛’이다. 로에베 재단이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로에베 램프’를 선보이며 밝힌 기획 배경이다. 빛을 표현하는 글로벌 아티스트 24명의 작품을 한데 모아 전시했다.

빛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선

정다혜 작가.
정다혜 작가.
이 전시는 조너선 앤더슨 로에베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가 ‘집 안 조명’을 탐구하기 위해 장인들에게 설치물 제작을 의뢰한 것이 시작이었다. 앤더슨 CD는 “사람이 사는 집의 조명이라는 아이디어는 정말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로에베는 시즌마다 인테리어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것에 새롭게 도전하려고 노력한다”고 전시 배경을 설명했다.

빛은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유리를 통과하는 빛, 대나무에 스며드는 빛이 만들어내는 무늬, 자작나무 가지 사이로 비치는 보송보송한 햇살.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저마다의 경험과 환경, 빛을 바라보는 시각을 투영해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 24명이 본인만의 방식으로 빛을 표현한 결과물은 다채로웠다. 소재마다 빛이 투과되는 방식이 달랐고 빛이 어우러지는 굴곡이 어두운 전시장을 은은하게 채웠다.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대나무, 자작나무 가지, 종이, 말총, 유리, 세라믹, 가죽, 오닉스 등 소재도 다양했다.

한국인으로는 지승 공예가 이영순 작가, 말총 공예가 정다혜 작가가 참여했다. 지승 공예란 종이를 비벼 꼬아 노끈을 만들고 이를 엮은 것이다. 이 작가는 손으로 만 닥나무 종이로 호리병을 제작한 뒤 그 안에 전구를 넣어 조명으로 매달았다. 그는 앞서 로에베와 협업해 항아리 연작, 신문지로 만든 토트백 등을 제품으로 출시했다.

구부리고 그을리고 두드리고

엔리코 다비드.
엔리코 다비드.
나무를 소재로 쓴 작가도 여럿 있었다. 다나베 지쿤사이 4세는 대나무를 불에 쪼인 뒤 구부려 스탠딩 조명을 만들었다. 그는 “제게 빛이라는 단어는 불을 상징하기 때문에 불의 힘을 이용해 나쁜 것을 물리치고 빛으로 당신을 인도하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옻칠 공예가 이시즈카 겐타는 여러 겹의 옻칠로 마감한 펜던트 조명을 제작했다. “대나무 잎사귀를 빛이 통과하는 방식을 좋아한다”는 마쓰모토 하푸는 납작한 대나무를 엮어 테이블 조명을 선보였다.
다나베 지쿤사이 4세.
다나베 지쿤사이 4세.
엔리코 다비드는 곡선형 테이블 램프를 오닉스와 유리로 제작했다. 그는 “이 램프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빛이 전달되는 무언가로 제작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앤시아 해밀턴은 기모노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옻칠한 나무와 유리를 조합해 독특한 조명을 선보였다. 도예가 막달레나 오둔도는 가죽으로 행잉 조명을 만들었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받은 앤 로를 비롯해 24명은 모두 이 재단과 관련이 있는 작가다. 베네수엘라의 알바로 바링톤, 영국의 니컬러스 번, 앤시아 해밀턴, 제니퍼 리, 앤드리아 월시, 세리스 윈 에번스, 이탈리아의 엔리코 다비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안딜레 디알바네, 지지포 포스와, 독일의 에른스트 감펄, 아일랜드의 조 호건, 벨기에의 안 판호이, 캐나다의 앤 로, 케냐의 막달레나 오둔도, 일본의 하마나 가즈노리, 히라이 아키코, 이시즈카 겐타, 구와타 다쿠로, 마쓰모토 하푸, 다나베 지쿤사이 4세, 요코하마 쇼헤이 등이다.

밀라노=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