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지식쇼를 위한 실험실'…英 서펜타인은 게임과 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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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살롱 - 에이드리언 청
초대손님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英 서펜타인갤러리 예술감독
문화·상상 만나는 '유토피아'
박물관, 단순히 기록물 수집 아닌
'모르는 것 탐구하는 곳'으로 진화
미래 내다본 英서펜타인갤러리
디지털시대 박물관 키워드로
세계관 창조하는 '게임' 꼽아
환경 전담 생태학 프로젝트도
초대손님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英 서펜타인갤러리 예술감독
문화·상상 만나는 '유토피아'
박물관, 단순히 기록물 수집 아닌
'모르는 것 탐구하는 곳'으로 진화
미래 내다본 英서펜타인갤러리
디지털시대 박물관 키워드로
세계관 창조하는 '게임' 꼽아
환경 전담 생태학 프로젝트도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서펜타인갤러리 예술감독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 중 한 명이다. 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헌신으로 현대 미술계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다. 수많은 획기적인 전시회를 기획했고, 영향력 있는 예술가 및 사상가들과의 대화도 이끌었다.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에 연재되고 있는 세계적인 예술 후원자이자 홍콩 K11그룹 회장 에이드리언 청의 ‘아트 살롱’에 그가 초대됐다. 오브리스트는 한국 독자들에게 ‘기술과 박물관 시스템의 미래’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오늘날의 박물관과 예술기관이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관대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상상력을 기반으로 박물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 동시에 변화를 일으킬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에두아르 글리상은 도너와 함께 내 인생 최고로 중요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는 전시와 박물관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놨다. 그는 박물관을 세계의 모든 문화와 상상력이 서로 만나고 들을 수 있는 ‘유토피아적 장소’로 여겼다. 흔히 하는 것처럼 기록물을 상품화하거나, 현재의 수집품을 모으고 작가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기관이 아닌 것이다. 글리상이 주장한 또 다른 개념은 ‘군도’다. 지리학에서 군도는 한 무리를 이룬 여러 섬을 의미한다.
그는 이 모든 섬에 각각의 문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이 개념을 박물관에 적용했다. 박물관에서 이뤄지는 모든 전시를 각 섬들 간 문화적 교류를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군도와 같다고 여긴 것이다. 즉 그의 개념 속 군도는 변한다. 어떻게 교류하냐에 따라 정체성이 고정돼 있지 않다. 또 각 섬들이 가진 정체성은 교류를 통해 변화하지만 희석되진 않는다.
그의 말처럼 대형 박물관은 문화적 통합을 위해 굳이 노력할 필요가 없다. 박물관에 필요한 것은 오직 전통과 관점 사이의 상호 네트워크다. 박물관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을 ‘탐구하는 곳’이어야만 한다. 박물관은 다른 조직, 생태 기관, 기업, 브랜드와 함께 연합해 ‘우리가 하는 일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에 대해 늘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가장 먼저 팀 버너스 리와 ‘월드와이드웹(www)’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 이후 나는 다양한 기술 분야 선구자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예술과 기술이 어떻게 함께 발전하고 기능하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나의 목표도 더 커지고 있다.
기술은 변화의 주요 매개체임이 분명하다. 1989년 버너스 리는 월드와이드웹을 발명했고, 이는 예술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측면에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지난 10년간 서펜타인에서는 예술가와 기술을 결합하는 새로운 실험을 했다. 다섯 명의 큐레이터와 한 명의 최고기술책임자로 구성된 전담 부서를 만들고 비디오 게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예술기관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졌다. 나는 아티스트 구스타프 메츠거와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서펜타인에 생태학 큐레이터를 임명하고 환경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서펜타인의 많은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성, 환경, 멸종 위기 등을 다루고 있다.
단순 전시를 넘어 생각의 범위를 넓히며 브라질 출신 이탈리아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가 남긴 말인 “내부는 외부에 있다”의 의미를 깨달았다. 박물관은 문 뒤에 있는 전시 공간에서 예술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과 함께 사회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매년 서펜타인에 짓는 파빌리온은 공공미술처럼 문이 없고 공원 안에 있다. 방문객은 이 파빌리온을 체험할 수 있고, 종종 우연히 들르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각자의 게임 세계에서 매일 몇 시간씩을 보낸다. 비디오 게임은 20세기에 영화가, 19세기에 소설이 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전시에서는 단일 채널 비디오 작품부터 현장 중심의 상호작용 몰입형 작업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이 비디오 게임과 상호 작용하며 이를 예술의 한 형태로 만들어낸 다양한 방식을 조명했다.
이 전시는 게임 제작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임 세계 안에서 이용자가 자신만의 규칙을 설정하고 주변 환경, 시스템을 만들고 바꾸며,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이안 쳉이 자주 말했듯, 예술의 중심에는 세계가 무엇인지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이 존재한다. 이제 기존의 세계를 계승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주체성을 소유하는 것이 예술가의 꿈이 됐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펼친 연구를 통해 예술에서 비디오 게임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비디오 게임의 역할과 함께 전시와 박물관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서펜타인갤러리 예술감독
※전문은 아르떼(arte.co.kr)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서펜타인갤러리는
영국 런던 켄싱턴가든과 하이드파크에 있는 현대미술관이다. 1933~1934년 건축돼 1970년 현대미술 갤러리가 된 이곳은 만 레이, 장 미셸 바스키아, 앤디 워홀, 애니시 커푸어, 데이미언 허스트, 제프 쿤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등 유명 작가의 작품과 현대미술 작가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현대음악과 건축 등을 주제로 각종 콘서트와 포럼이 열리며 2013년엔 하이드파크에 서펜타인새클러갤러리가 문을 열어 서로 연결됐다. 2000년부터 매년 세계 새로운 건축가의 공공미술인 ‘서펜타인 파빌리온’이 세워진다. 올해는 한국의 조민석 건축가가 파빌리온을 짓는다.
서펜타인갤러리 홈페이지 캡처
오늘날의 박물관과 예술기관이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관대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상상력을 기반으로 박물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 동시에 변화를 일으킬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024년 박물관의 할 일
스위스 생갈렌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중고품 가게에서 독일 미술사학자 알렉산더 도너의 책 <예술 너머의 길(The Way Beyond Art)>과 처음 만났다. 그리고 50번은 더 읽었다. 도너는 하노버에서 란데스미술관을 운영하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인물. 그는 엘 리시츠키에게서 영감을 받아 박물관을 ‘실험을 위한 곳’ ‘지식 쇼를 위한 실험실’ ‘미래를 보여주는 장소’라고 주장했다.에두아르 글리상은 도너와 함께 내 인생 최고로 중요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는 전시와 박물관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놨다. 그는 박물관을 세계의 모든 문화와 상상력이 서로 만나고 들을 수 있는 ‘유토피아적 장소’로 여겼다. 흔히 하는 것처럼 기록물을 상품화하거나, 현재의 수집품을 모으고 작가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기관이 아닌 것이다. 글리상이 주장한 또 다른 개념은 ‘군도’다. 지리학에서 군도는 한 무리를 이룬 여러 섬을 의미한다.
그는 이 모든 섬에 각각의 문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이 개념을 박물관에 적용했다. 박물관에서 이뤄지는 모든 전시를 각 섬들 간 문화적 교류를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군도와 같다고 여긴 것이다. 즉 그의 개념 속 군도는 변한다. 어떻게 교류하냐에 따라 정체성이 고정돼 있지 않다. 또 각 섬들이 가진 정체성은 교류를 통해 변화하지만 희석되진 않는다.
그의 말처럼 대형 박물관은 문화적 통합을 위해 굳이 노력할 필요가 없다. 박물관에 필요한 것은 오직 전통과 관점 사이의 상호 네트워크다. 박물관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을 ‘탐구하는 곳’이어야만 한다. 박물관은 다른 조직, 생태 기관, 기업, 브랜드와 함께 연합해 ‘우리가 하는 일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에 대해 늘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예술과 기술은 하나다”
오늘날 박물관의 발전을 이해하고 새로운 관객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는 기술이다. 나는 항상 예술과 기술은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 목표는 큐레이터로서 내가 이루고 싶은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난 매일 새로운 기술을 최대한 많이 배우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가장 먼저 팀 버너스 리와 ‘월드와이드웹(www)’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 이후 나는 다양한 기술 분야 선구자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예술과 기술이 어떻게 함께 발전하고 기능하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나의 목표도 더 커지고 있다.
기술은 변화의 주요 매개체임이 분명하다. 1989년 버너스 리는 월드와이드웹을 발명했고, 이는 예술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측면에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지난 10년간 서펜타인에서는 예술가와 기술을 결합하는 새로운 실험을 했다. 다섯 명의 큐레이터와 한 명의 최고기술책임자로 구성된 전담 부서를 만들고 비디오 게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예술기관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졌다. 나는 아티스트 구스타프 메츠거와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서펜타인에 생태학 큐레이터를 임명하고 환경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서펜타인의 많은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성, 환경, 멸종 위기 등을 다루고 있다.
단순 전시를 넘어 생각의 범위를 넓히며 브라질 출신 이탈리아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가 남긴 말인 “내부는 외부에 있다”의 의미를 깨달았다. 박물관은 문 뒤에 있는 전시 공간에서 예술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과 함께 사회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매년 서펜타인에 짓는 파빌리온은 공공미술처럼 문이 없고 공원 안에 있다. 방문객은 이 파빌리온을 체험할 수 있고, 종종 우연히 들르기도 한다.
예술은 세계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열망
최근엔 ‘월드빌딩’이라는 전시회를 기획했다. 줄리아 스토섹 컬렉션에서 열린 디지털 시대의 게임과 예술이라는 전시회를 기획했는데, 이 전시회는 ‘비디오 게임의 보급’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약 30억 명이 매년 비디오 게임을 즐긴다. 과거의 틈새시장이 현대에 와서는 가장 큰 유행으로 떠오른 것이다.많은 사람이 각자의 게임 세계에서 매일 몇 시간씩을 보낸다. 비디오 게임은 20세기에 영화가, 19세기에 소설이 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전시에서는 단일 채널 비디오 작품부터 현장 중심의 상호작용 몰입형 작업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이 비디오 게임과 상호 작용하며 이를 예술의 한 형태로 만들어낸 다양한 방식을 조명했다.
이 전시는 게임 제작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임 세계 안에서 이용자가 자신만의 규칙을 설정하고 주변 환경, 시스템을 만들고 바꾸며,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이안 쳉이 자주 말했듯, 예술의 중심에는 세계가 무엇인지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이 존재한다. 이제 기존의 세계를 계승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주체성을 소유하는 것이 예술가의 꿈이 됐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펼친 연구를 통해 예술에서 비디오 게임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비디오 게임의 역할과 함께 전시와 박물관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서펜타인갤러리 예술감독
※전문은 아르떼(arte.co.kr)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서펜타인갤러리는
영국 런던 켄싱턴가든과 하이드파크에 있는 현대미술관이다. 1933~1934년 건축돼 1970년 현대미술 갤러리가 된 이곳은 만 레이, 장 미셸 바스키아, 앤디 워홀, 애니시 커푸어, 데이미언 허스트, 제프 쿤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등 유명 작가의 작품과 현대미술 작가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현대음악과 건축 등을 주제로 각종 콘서트와 포럼이 열리며 2013년엔 하이드파크에 서펜타인새클러갤러리가 문을 열어 서로 연결됐다. 2000년부터 매년 세계 새로운 건축가의 공공미술인 ‘서펜타인 파빌리온’이 세워진다. 올해는 한국의 조민석 건축가가 파빌리온을 짓는다.
서펜타인갤러리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