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6회 연속 동결했다. 올 3월만 해도 기준금리를 연내 3회 인하할 뜻을 내비쳤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상당 기간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일각에서 가능성이 거론되는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그럴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인플레 완화 진전 부족”

금리 인상론 일축한 파월…가슴 쓸어내린 美 금융시장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까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던 Fed는 같은 해 9월부터 이번까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Fed는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이 지난 1년간 완화됐다”면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리 동결 배경과 관련해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향한 추가적인 진전이 부족했다”며 3월 FOMC 결정문에는 없던 설명을 덧붙였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월부터 3월까지 연속으로 전년 대비 3%대를 기록하며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정책결정문에 인플레이션의 진전이 없다는 문장을 포함한 것은 기존 Fed 인사들의 발언 수위에 비해 높은 것”이라며 “Fed는 금리 경로를 예측할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후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상대적으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경제 지표는 우리에게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완화됐다는 확신을 얻기까지는 이전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 정책 기조가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충분히 제약적이냐’는 질문에는 “여러 증거를 볼 때 제약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노동시장 측면에서 보면 노동 수요가 여전히 강하지만 매우 높은 수준에서 완화됐다”며 “주택 투자 등 금리에 민감한 지출은 높아진 금리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노동시장이 악화되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Fed는 물가와 고용 안정 등 양대 책무 가운데 목표에서 멀어져 있으면 그것에 집중하게 돼 있다”며 “지금까지 더 멀어져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이었다”고 말했다.

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4월 21~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와 동일한 20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작년 9월 중순 이후 20만 건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역대 최저치에 가까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낮은 수준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미국의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하고,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금리 인상론 일축한 파월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는 “다음 기준금리 조정이 인상일 것 같지는 않다”며 “만약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 현재 정책 기조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어야 하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우리는 지금 3% 성장을 하고 있는데 그런 얘기가 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시장은 당초 우려했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일축된 데 안도감을 나타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하루 만에 연 5%선 아래로 다시 떨어지며 연 4.94%로 마감했다.

JP모간은 “정책결정문이 매파적으로 변경됐으나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현 금리 수준이 충분히 제약적임을 강조하는 등 비둘기파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파월 의장이 현재 인플레이션 수준에 만족하고 있지는 않지만 2% 목표에서 크게 벗어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튿날(2일) 뉴욕증시도 안도하며 개장 전 3대 지수 선물이 올랐다. 오전 8시40분 기준 0.4~0.8%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뉴욕=박신영/워싱턴=정인설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