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려면 10평에 살라고?"…국민청원 4만명 '눈앞'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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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임대주택 면적 제한 폐지에 관한 청원’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는 중입니다. 3일 현재 청원에 동의하는 이들이 3만8000명가량 됩니다. 청원인인 노모씨는 "세대원 수에 따른 임대주택 면적 제한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존 건설된 임대주택의 면적에 맞지 않는 규정으로 상향 조정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청원기간은 5월4일까지인데 이때까지 5만명이 동의하면 국회가 이 청원에 대해 논의하게 됩니다.
문제가 된 법률은 정부가 올해 3월에 공포한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입니다. 세대원수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전용면적에 제한을 두는 내용입니다. 세대원 1명은 전용면적 35㎡(10.5평) 이하, 2명은 25~44㎡(13.3평), 3명은 35~50㎡(15.1평) 등으로 구분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혼자 거주하는 1인 세대수는 1000만명이 넘어 전체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1.8%에 달합니다. 이제 압도적으로 다수인 1인 세대들이 여유롭게 살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청원으로 보여집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이번 논란을 전혀 예상을 못한 모양입니다.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1~2인 가구의 넓은 주택 입주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독거노인과 미혼 싱글이 많아지면서 혼자사는 사람이 1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청원인이 저출산을 특정한 것을 고려하면 미혼 싱글에 대한 고민으로 추측됩니다. 미혼 싱글도 당연히 넓은 면적에서 거주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재원이 많지 않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기 위해서는 다소의 제한과 불편함이 뒤따라야 합니다. 1인 세대만을 위해 주택면적을 마냥 넓힐수는 없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혼인·출산 세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자녀 양육에 불편함이 없도록 넓은 면적의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1인 세대의 면적 제한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 크게 고려해야 할 점은 공공임대에 편하게 오랜 기간 거주하는 것이 미혼 1인 세대에게 도움이 되느냐 문제입니다. 부부세대와 다르게 미혼세대는 더욱 자산관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노후의 경제생활은 물론 질병관리 등까지도 혼자 책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2023년 1인 세대 자산은 2억949만원, 부채 3651만원으로 1억7300만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체 가구의 평균 순자산인 4억3541만원에 비해 많이 적으며 더 큰 문제는 지출 규모입니다. 전체가구 평균 연간지출이 2023년 5.6% 증가하는 동안 1인 세대의 연간지출은 10.6% 증가했습니다. 굳이 노후대비라는 명제를 꺼내지 않더라도 자산관리의 필요성이 일반가구에 비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득을 높이고 자산축적을 통해 자립기반을 만드는 것이 고령화시대 꼭 필요한 자산관리의 목표입니다. 안타깝게도 공공임대주택에 오래 거주하는 동안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큰 계층에게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보장해주는 것이 공공임대주택의 목적이지만 오랜 기간 편안하게 임대주택에 거주한다면 자산축적과 독립적인 사고는 사라지게 됩니다.
공공임대주택을 보급하는 목적은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에 있습니다. 본인이 취약계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임대주택에 장기간 거주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내가 자산을 축적하고 한단계 나은 삶의 질을 누리고 싶다면 당장 임대주택을 벗어나는 계획부터 설계해야 합니다.
10년 이상을 임대주택에 편하게 거주하면 자산축적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임대주택 거주자들은 정부에 더 넓은 면적을 내놓으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임대주택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알려달라고 해야 합니다. 계속 편하게 임대주택에 거주하라는 정부의 정책 또한 임대주택 거주자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겁니다. 임대주택은 내 집 마련 이전에 거쳐 가는 징검다리에 그쳤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문제가 된 법률은 정부가 올해 3월에 공포한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입니다. 세대원수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전용면적에 제한을 두는 내용입니다. 세대원 1명은 전용면적 35㎡(10.5평) 이하, 2명은 25~44㎡(13.3평), 3명은 35~50㎡(15.1평) 등으로 구분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혼자 거주하는 1인 세대수는 1000만명이 넘어 전체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1.8%에 달합니다. 이제 압도적으로 다수인 1인 세대들이 여유롭게 살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청원으로 보여집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이번 논란을 전혀 예상을 못한 모양입니다.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1~2인 가구의 넓은 주택 입주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독거노인과 미혼 싱글이 많아지면서 혼자사는 사람이 1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청원인이 저출산을 특정한 것을 고려하면 미혼 싱글에 대한 고민으로 추측됩니다. 미혼 싱글도 당연히 넓은 면적에서 거주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재원이 많지 않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기 위해서는 다소의 제한과 불편함이 뒤따라야 합니다. 1인 세대만을 위해 주택면적을 마냥 넓힐수는 없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혼인·출산 세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자녀 양육에 불편함이 없도록 넓은 면적의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1인 세대의 면적 제한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 크게 고려해야 할 점은 공공임대에 편하게 오랜 기간 거주하는 것이 미혼 1인 세대에게 도움이 되느냐 문제입니다. 부부세대와 다르게 미혼세대는 더욱 자산관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노후의 경제생활은 물론 질병관리 등까지도 혼자 책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2023년 1인 세대 자산은 2억949만원, 부채 3651만원으로 1억7300만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체 가구의 평균 순자산인 4억3541만원에 비해 많이 적으며 더 큰 문제는 지출 규모입니다. 전체가구 평균 연간지출이 2023년 5.6% 증가하는 동안 1인 세대의 연간지출은 10.6% 증가했습니다. 굳이 노후대비라는 명제를 꺼내지 않더라도 자산관리의 필요성이 일반가구에 비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득을 높이고 자산축적을 통해 자립기반을 만드는 것이 고령화시대 꼭 필요한 자산관리의 목표입니다. 안타깝게도 공공임대주택에 오래 거주하는 동안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큰 계층에게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보장해주는 것이 공공임대주택의 목적이지만 오랜 기간 편안하게 임대주택에 거주한다면 자산축적과 독립적인 사고는 사라지게 됩니다.
공공임대주택을 보급하는 목적은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에 있습니다. 본인이 취약계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임대주택에 장기간 거주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내가 자산을 축적하고 한단계 나은 삶의 질을 누리고 싶다면 당장 임대주택을 벗어나는 계획부터 설계해야 합니다.
10년 이상을 임대주택에 편하게 거주하면 자산축적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임대주택 거주자들은 정부에 더 넓은 면적을 내놓으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임대주택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알려달라고 해야 합니다. 계속 편하게 임대주택에 거주하라는 정부의 정책 또한 임대주택 거주자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겁니다. 임대주택은 내 집 마련 이전에 거쳐 가는 징검다리에 그쳤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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