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상황 많이 바뀌었다"…금리 인하 사실상 '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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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인하 지연·한국 깜짝 성장
"지난달까지 생각했던 통화정책의 전제가 모두 바뀌었습니다. 기존의 논의를 재점검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동행기자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기대에 비해 더 지연되고, 국내에서는 1분기 예상 외의 국내총생산(GDP) 서프라이즈가 나타나면서 당초 판단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려는 노력에 대해 "추가 진전이 없다"며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움직인다는 더 큰 확신을 얻을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표현이 나오면서 '금리 인하 지연'이 공식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 방향회의를 할때만해도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줬지만 (상황이 바뀌면서) 4월 통방이 5월 통방의 근거가 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통방에서는 '충분히 장기간' 긴축을 유지하겠다는 표현에서 '장기간'이라는 문구가 빠지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확대됐다.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낼 경우 통화정책 차원에서는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어진다.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지 않아도 돼서다. 높은 성장률이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필요성도 커진다.
이 총재는 "작년 한해 1.4%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1분기 1.3% 성장은 1년 간 성장한 것을 1개 분기에 다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 경제엔 좋은 뉴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GDP 전망치 상향은 기술적으로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얼마를 올릴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GDP 서프라이즈의 이유에 대해선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어디에서 차이가 났는지 살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온 것에 대해선 "3.1%나 2.9%나 작은 차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성장률 전망이 바뀌기 때문에 물가도 (바뀔 것)"이라며 "하반기 물가 전망도 같이 봐야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한은은 오는 23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GDP와 물가 전망치를 공개할 계획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꼽았다. 이 총재는 "중동사태가 악화되면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다"며 "얼마나 안정될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이 총재는 귀국하는대로 이같은 전제 변화에 대해 직원들에게 브리핑을 받을 계획이다. 이 총재는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금통위원들과 다시 커뮤니케이션 하겠다"고 말했다.
구조개혁에 대한 평소 소신도 재차 언급했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성장률 하락을 당연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1인당 소득이 한국보다 2배 이상 높은 미국의 성장률이 더 높다"며 "구조개혁을 통해 2% 이상의 잠재성장률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구조개혁 없이는 성장률 하락을 막을 수 없다"며 "구조개혁 관련된 보고서를 계속 내놓으면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얘기를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빌리시(조지아)=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동행기자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기대에 비해 더 지연되고, 국내에서는 1분기 예상 외의 국내총생산(GDP) 서프라이즈가 나타나면서 당초 판단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전 세계가 "美 금리 인하 지연"
한은은 지난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미국이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제로 통화정책을 수립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전 세계가 '미국의 견조한 경기와 물가 수준을 볼 때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기존의 전제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시장에서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려는 노력에 대해 "추가 진전이 없다"며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움직인다는 더 큰 확신을 얻을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표현이 나오면서 '금리 인하 지연'이 공식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 방향회의를 할때만해도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줬지만 (상황이 바뀌면서) 4월 통방이 5월 통방의 근거가 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통방에서는 '충분히 장기간' 긴축을 유지하겠다는 표현에서 '장기간'이라는 문구가 빠지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확대됐다.
1분기 깜짝 성장…"GDP 전망치 높일 것"
한국의 1분기 GDP가 1.3% 깜짝 성장한 것도 기존의 판단을 뒤집어야하는 이유로 꼽혔다. 이 총재는 "수출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수가 생각보다 강건하게 나왔다"며 "우리가 뭘 놓쳤는지, 영향이 일시적인지 등을 점검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낼 경우 통화정책 차원에서는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어진다.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지 않아도 돼서다. 높은 성장률이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필요성도 커진다.
이 총재는 "작년 한해 1.4%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1분기 1.3% 성장은 1년 간 성장한 것을 1개 분기에 다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 경제엔 좋은 뉴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GDP 전망치 상향은 기술적으로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얼마를 올릴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GDP 서프라이즈의 이유에 대해선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어디에서 차이가 났는지 살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온 것에 대해선 "3.1%나 2.9%나 작은 차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성장률 전망이 바뀌기 때문에 물가도 (바뀔 것)"이라며 "하반기 물가 전망도 같이 봐야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한은은 오는 23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GDP와 물가 전망치를 공개할 계획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꼽았다. 이 총재는 "중동사태가 악화되면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다"며 "얼마나 안정될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이 총재는 귀국하는대로 이같은 전제 변화에 대해 직원들에게 브리핑을 받을 계획이다. 이 총재는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금통위원들과 다시 커뮤니케이션 하겠다"고 말했다.
금통위원 교체도 변수…"이수형 비둘기 아니다"
금통위원 진용이 바뀐 것도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요인 중 하나다. 최근 임명된 김종화·이수형 금통위원은 아직 통화정책방향 회의에 한차례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아직 금통위원들과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며 "사견을 전제로 얘기하려고 해도 새 금통위원의 생각을 모르는 사태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새 금통위원들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수형 위원을 왜 비둘기로 보는지 모르겠다"며 "구조개혁이나 제도적인 것에 대해 분석할 수 있는 학술적인 부분을 한은에 가져올 좋은 자산"이라고 소개했다.구조개혁에 대한 평소 소신도 재차 언급했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성장률 하락을 당연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1인당 소득이 한국보다 2배 이상 높은 미국의 성장률이 더 높다"며 "구조개혁을 통해 2% 이상의 잠재성장률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구조개혁 없이는 성장률 하락을 막을 수 없다"며 "구조개혁 관련된 보고서를 계속 내놓으면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얘기를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빌리시(조지아)=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