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세가 된 구독경제…피로감은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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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요즘 가장 유행하는 용어 중 하나가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죠. 소비자가 제품을 소유하는 대신 정기적으로 일정한 요금을 내고 제품을 쓰거나 서비스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뜻합니다. 최근엔 유튜브에 이어 쿠팡이 구독료를 크게 올려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습니다. 평상시엔 구독경제가 제공하는 편리함을 잘 이용하다가도 이렇게 난데없이 요금이 급등하면 속된 말로 ‘호구’가 된 느낌이 듭니다.
그렇더라도 쉽사리 기존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지 못하는 게 현대인입니다. 이미 삶 속에 깊이 파고들어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됐다고 할까요. e커머스, 동영상·음악 등 콘텐츠부터 전자제품, 자동차 등 각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구독경제 아닌 게 없는 시대입니다. 심지어 신경정신과 치료도 ‘제정신 구독 서비스’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구독 서비스 없이 살아가는 것을 상상할 수 없게 된 거죠.
하지만 시장지배력에 기반한 ‘구독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과 눈속임 상술을 뜻하는 구독경제의 ‘다크 패턴’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AI 서비스와 결합하면 그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편리하긴 한데, (구독경제로 인해) 피곤하기도 해”라고 반응합니다. 구독경제 시대의 명과 암은 무엇인지, 구독경제를 이끄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소유보다 경험…MZ세대 구독에 빠졌다
구독경제는 ‘소유’가 아닌 ‘경험’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가정에 있는 정수기를 예로 들면, 기성세대는 직접 제품을 구매해 쓰는 경우가 적지 않았어요. 높은 사양의 좋은 제품을 쓰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과거에 구독이라고 하면 신문·잡지·우유 등 극소수 품목에 국한됐죠. 그런데 바쁜 일상에서 필터를 계속 교체하고 정수기 내부를 청소하기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이에 따라 렌털 서비스가 확산됐고, 정수기 제조업체는 이를 정기 점검 서비스와 묶어 구독형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구독 권하는 사회
구독경제는 소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공유경제’와 비슷하지만, 제품 등의 이용을 배타적으로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최근 들어 공유경제는 차량 공유를 제외하고 점차 인기를 잃고 있는 반면, 구독경제는 범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되고 있어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동영상·음악·강의 등 온라인 콘텐츠, 전자책,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공기청정기·안마의자 등 생활용품, TV 등 가전제품, 모빌리티, 의류, 청소·세탁 등 생활 서비스까지… 공유경제가 던진 ‘무소유’의 발상 전환이 2라운드에 접어든 듯합니다.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2016년 25조9000억원이던 국내 구독 시장은 2025년 100조원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쿠팡의 유료 회원은 1400만 명, OTT인 넷플릭스 이용자는 112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인 4명 중 3명이 OTT 채널을 한 개 이상 시청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탐색비용’ 줄이는 합리적 선택
구독경제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먼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제조업과 유통업, 서비스업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하면서 기업은 개별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인화된 경험은 소유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게 됐죠. 또 소셜미디어의 활성화로 이제는 중장년층도 온라인 거래에 익숙해졌습니다. 다음으로 인구구조의 변화입니다. 디지털에 좀 더 익숙한 젊은 MZ세대가 국내 인구의 3분의 1이 넘어섰고, 무언가를 소유하기엔 ‘규모의 경제’가 생기지 않는 1·2인 가구가 전체 인구 가운데 60%를 넘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때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경험이 집 현관문 앞까지 알아서 배송해주는 구독경제 서비스를 더욱 선호하게 만든 측면도 있습니다.
좀 더 이론적으로 들어가볼까요? 구독경제의 이점은 경제학의 ‘탐색비용’, 심리학의 ‘인지적 종결 욕구(need for cognitive closure)’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탐색비용이란 거래 주체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기 위해 들이는 모든 비용을 뜻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찾는 데 들어간 시간이나 노력이 대표적이겠지요. 예를 들어, 중고차를 직거래하려고 하면 구매자 입장에선 정보 부족은 물론, 눈속임 판매를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중고차 거래업체를 통하면 이런 탐색비용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를 온라인으로 들여놓은 게 바로 구독경제입니다.
인지적 종결 욕구는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대안을 더 찾거나 추가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빨리 끝내려는 성향을 말합니다. ‘귀차니즘’이 발동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정보를 처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려는 선택이라고 이해하면 경제적 의사결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욕구가 높을수록 신속한 의사결정을 중시하고, 기존 대안을 반복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죠. 한마디로 현대인에겐 “시간이 곧 돈”이란 얘기와 일맥상통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일반적으로 구독경제를 이용하면 제품·서비스의 여러 정보에 접근하기 쉬울 뿐 아니라 소비자의 편의성이 높아지며, 초기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아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전체적으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해주고, 지속 가능한 소비가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단골고객을 잡아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얻게 되며, 재무적으로 안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2. 탐색비용, 역선택 등 경제용어에 대해 공부해보자.
3. 본인은 인지적 종결 욕구가 강한지, 약한지 친구들과 얘기해보자.구독플레이션, 다크패턴, 편리함속 피로감…
구독경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긍정적 측면이 많은 반면 그림자도 적지 않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구독 요금을 급격히 높이는 ‘구독플레이션’입니다. 서비스 초기의 저렴한 가격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제시한 ‘약탈적 가격정책’의 일환이란 지적이 나올 만합니다.
소비자 불만…구독경제의 민낯
지난달 쿠팡은 유료 멤버십 제도인 ‘와우 멤버십’ 요금을 2년여 만에 대폭 인상했습니다. 신규 가입자부터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올렸죠. 2021년 12월 이전엔 이 요금이 2900원이었으니, 당시와 비교하면 구독료가 거의 2.5배 올랐습니다. 주어지는 혜택을 모두 따져보면 손해 보는 게 아니라지만, 이런 급격한 요금 인상이 얼마나 정당성을 가질까요? 작년 말엔 유튜브도 ‘유튜브 프리미엄’ 월 구독료를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 인상했습니다. 결국 구독 서비스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에 회원을 모집한 뒤, 시장점유율 등 지배력을 키우고 요금 인상에도 고객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 구독료를 크게 올리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AI)이 구독 서비스를 스마트하게 만들 텐데요, 이게 구독플레이션을 가속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마케팅 명분을 내세운 불공정거래 관행인 ‘다크 패턴’도 구독경제의 부작용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무료 체험 뒤 유료 결제로 넘어갈 때 별다른 공지가 없다거나, 최종결제 금액에 가보면 차이가 발생하고, 어려운 해지 방법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경우 등이죠. 이런 ‘숨겨진 함정’ 때문에 구독 서비스가 피곤하다는 소비자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소비자의 72%가 평균 5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피로감이 적지 않다는 설문 결과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OTT를 1인당 평균 2.1개 구독하고, 월 이용료로 1만2005원을 냅니다. 구독 서비스까지 하면 매달 수만원씩 지출하는 셈이지요.
플랫폼 기업의 지대추구
잘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가 끼어 있어도 울며 겨자먹기로 요금을 다 지불해야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구독 서비스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클 때 벌어집니다. 그런데 동영상, 전자상거래, 콘텐츠 등 구독경제의 핵심 요소는 모두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고 있어요. 구독경제의 기반이 곧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얘기입니다. 구독경제의 부작용은 플랫폼 기업의 독점 문제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글이 세계 검색시장의 92%를 차지하고, 구글과 페이스북이 세계 모바일 광고 시장의 60%가량을 점하는 등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은 엄청납니다. 과거 독점화된 석유, 철강 등 전통산업의 시장점유율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공급을 장악하고 희소성을 기반으로 가격을 움직일 수 있었던 전통산업의 독점 문제와는 달리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누구든 네트워크(인터넷)에 접근해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고, 소비자 스스로 싫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게 플랫폼 비즈니스의 속성이긴 합니다. 이에 대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즉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모델이 등장함에 따라 플랫폼 기업이 오프라인에서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의 플랫폼에 들어온 공급자(기업)와 비슷한 서비스로 경쟁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반독점 전문가인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은 2016년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란 논문에서 플랫폼 기업의 지대(rent) 추구 문제를 제기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업은 단기 이윤보다 이용자 기반의 확대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데요, 수익성을 낮춰 고의로 독점을 유지하려는 지대추구 문제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었죠. 플랫폼 독점이 온라인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 것이고 전통산업의 ‘자연 독점’과는 다르지만, 시장지배력 강화와 정보 독점을 그대로 두면 많은 부작용을 몰고올 것이란 주장입니다. 반독점규제 체계가 소비자가격만 문제 삼아선 안 된다는 얘기죠. 정부의 섣부른 미래 산업 규제를 경계하고 규제보다는 경쟁 촉진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첨단기술 시대를 맞아 독점과 소비자 후생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2. 경제적 지대(rent)의 의미를 공부해보자.
3. 정부 반독점 정책의 필요성과 자율적 시장 질서의 중요성에 대해 토론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
그렇더라도 쉽사리 기존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지 못하는 게 현대인입니다. 이미 삶 속에 깊이 파고들어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됐다고 할까요. e커머스, 동영상·음악 등 콘텐츠부터 전자제품, 자동차 등 각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구독경제 아닌 게 없는 시대입니다. 심지어 신경정신과 치료도 ‘제정신 구독 서비스’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구독 서비스 없이 살아가는 것을 상상할 수 없게 된 거죠.
하지만 시장지배력에 기반한 ‘구독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과 눈속임 상술을 뜻하는 구독경제의 ‘다크 패턴’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AI 서비스와 결합하면 그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편리하긴 한데, (구독경제로 인해) 피곤하기도 해”라고 반응합니다. 구독경제 시대의 명과 암은 무엇인지, 구독경제를 이끄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
소유보다 경험…MZ세대 구독에 빠졌다
귀차니즘' 강한 사람일수록 더 애용
구독경제는 ‘소유’가 아닌 ‘경험’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가정에 있는 정수기를 예로 들면, 기성세대는 직접 제품을 구매해 쓰는 경우가 적지 않았어요. 높은 사양의 좋은 제품을 쓰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과거에 구독이라고 하면 신문·잡지·우유 등 극소수 품목에 국한됐죠. 그런데 바쁜 일상에서 필터를 계속 교체하고 정수기 내부를 청소하기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이에 따라 렌털 서비스가 확산됐고, 정수기 제조업체는 이를 정기 점검 서비스와 묶어 구독형으로 발전시켰습니다.구독 권하는 사회
구독경제는 소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공유경제’와 비슷하지만, 제품 등의 이용을 배타적으로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최근 들어 공유경제는 차량 공유를 제외하고 점차 인기를 잃고 있는 반면, 구독경제는 범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되고 있어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동영상·음악·강의 등 온라인 콘텐츠, 전자책,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공기청정기·안마의자 등 생활용품, TV 등 가전제품, 모빌리티, 의류, 청소·세탁 등 생활 서비스까지… 공유경제가 던진 ‘무소유’의 발상 전환이 2라운드에 접어든 듯합니다.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2016년 25조9000억원이던 국내 구독 시장은 2025년 100조원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쿠팡의 유료 회원은 1400만 명, OTT인 넷플릭스 이용자는 112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인 4명 중 3명이 OTT 채널을 한 개 이상 시청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탐색비용’ 줄이는 합리적 선택
구독경제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먼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제조업과 유통업, 서비스업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하면서 기업은 개별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인화된 경험은 소유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게 됐죠. 또 소셜미디어의 활성화로 이제는 중장년층도 온라인 거래에 익숙해졌습니다. 다음으로 인구구조의 변화입니다. 디지털에 좀 더 익숙한 젊은 MZ세대가 국내 인구의 3분의 1이 넘어섰고, 무언가를 소유하기엔 ‘규모의 경제’가 생기지 않는 1·2인 가구가 전체 인구 가운데 60%를 넘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때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경험이 집 현관문 앞까지 알아서 배송해주는 구독경제 서비스를 더욱 선호하게 만든 측면도 있습니다.
좀 더 이론적으로 들어가볼까요? 구독경제의 이점은 경제학의 ‘탐색비용’, 심리학의 ‘인지적 종결 욕구(need for cognitive closure)’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탐색비용이란 거래 주체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기 위해 들이는 모든 비용을 뜻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찾는 데 들어간 시간이나 노력이 대표적이겠지요. 예를 들어, 중고차를 직거래하려고 하면 구매자 입장에선 정보 부족은 물론, 눈속임 판매를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중고차 거래업체를 통하면 이런 탐색비용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를 온라인으로 들여놓은 게 바로 구독경제입니다.
인지적 종결 욕구는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대안을 더 찾거나 추가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빨리 끝내려는 성향을 말합니다. ‘귀차니즘’이 발동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정보를 처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려는 선택이라고 이해하면 경제적 의사결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욕구가 높을수록 신속한 의사결정을 중시하고, 기존 대안을 반복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죠. 한마디로 현대인에겐 “시간이 곧 돈”이란 얘기와 일맥상통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일반적으로 구독경제를 이용하면 제품·서비스의 여러 정보에 접근하기 쉬울 뿐 아니라 소비자의 편의성이 높아지며, 초기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아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전체적으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해주고, 지속 가능한 소비가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단골고객을 잡아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얻게 되며, 재무적으로 안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NIE 포인트
1. 공유경제와 구독경제의 차이점을 알아보자.2. 탐색비용, 역선택 등 경제용어에 대해 공부해보자.
3. 본인은 인지적 종결 욕구가 강한지, 약한지 친구들과 얘기해보자.
구독플레이션, 다크패턴, 편리함속 피로감…
지배력 커진 구독경제의 부작용 줄여야죠
구독경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긍정적 측면이 많은 반면 그림자도 적지 않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구독 요금을 급격히 높이는 ‘구독플레이션’입니다. 서비스 초기의 저렴한 가격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제시한 ‘약탈적 가격정책’의 일환이란 지적이 나올 만합니다.소비자 불만…구독경제의 민낯
지난달 쿠팡은 유료 멤버십 제도인 ‘와우 멤버십’ 요금을 2년여 만에 대폭 인상했습니다. 신규 가입자부터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올렸죠. 2021년 12월 이전엔 이 요금이 2900원이었으니, 당시와 비교하면 구독료가 거의 2.5배 올랐습니다. 주어지는 혜택을 모두 따져보면 손해 보는 게 아니라지만, 이런 급격한 요금 인상이 얼마나 정당성을 가질까요? 작년 말엔 유튜브도 ‘유튜브 프리미엄’ 월 구독료를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 인상했습니다. 결국 구독 서비스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에 회원을 모집한 뒤, 시장점유율 등 지배력을 키우고 요금 인상에도 고객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 구독료를 크게 올리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AI)이 구독 서비스를 스마트하게 만들 텐데요, 이게 구독플레이션을 가속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마케팅 명분을 내세운 불공정거래 관행인 ‘다크 패턴’도 구독경제의 부작용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무료 체험 뒤 유료 결제로 넘어갈 때 별다른 공지가 없다거나, 최종결제 금액에 가보면 차이가 발생하고, 어려운 해지 방법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경우 등이죠. 이런 ‘숨겨진 함정’ 때문에 구독 서비스가 피곤하다는 소비자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소비자의 72%가 평균 5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피로감이 적지 않다는 설문 결과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OTT를 1인당 평균 2.1개 구독하고, 월 이용료로 1만2005원을 냅니다. 구독 서비스까지 하면 매달 수만원씩 지출하는 셈이지요.
플랫폼 기업의 지대추구
잘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가 끼어 있어도 울며 겨자먹기로 요금을 다 지불해야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구독 서비스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클 때 벌어집니다. 그런데 동영상, 전자상거래, 콘텐츠 등 구독경제의 핵심 요소는 모두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고 있어요. 구독경제의 기반이 곧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얘기입니다. 구독경제의 부작용은 플랫폼 기업의 독점 문제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글이 세계 검색시장의 92%를 차지하고, 구글과 페이스북이 세계 모바일 광고 시장의 60%가량을 점하는 등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은 엄청납니다. 과거 독점화된 석유, 철강 등 전통산업의 시장점유율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공급을 장악하고 희소성을 기반으로 가격을 움직일 수 있었던 전통산업의 독점 문제와는 달리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누구든 네트워크(인터넷)에 접근해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고, 소비자 스스로 싫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게 플랫폼 비즈니스의 속성이긴 합니다. 이에 대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즉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모델이 등장함에 따라 플랫폼 기업이 오프라인에서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의 플랫폼에 들어온 공급자(기업)와 비슷한 서비스로 경쟁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반독점 전문가인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은 2016년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란 논문에서 플랫폼 기업의 지대(rent) 추구 문제를 제기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업은 단기 이윤보다 이용자 기반의 확대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데요, 수익성을 낮춰 고의로 독점을 유지하려는 지대추구 문제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었죠. 플랫폼 독점이 온라인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 것이고 전통산업의 ‘자연 독점’과는 다르지만, 시장지배력 강화와 정보 독점을 그대로 두면 많은 부작용을 몰고올 것이란 주장입니다. 반독점규제 체계가 소비자가격만 문제 삼아선 안 된다는 얘기죠. 정부의 섣부른 미래 산업 규제를 경계하고 규제보다는 경쟁 촉진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첨단기술 시대를 맞아 독점과 소비자 후생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NIE 포인트
1. 본인이 경험한 구독 서비스의 ‘다크 패턴’을 친구들과 공유해보자.2. 경제적 지대(rent)의 의미를 공부해보자.
3. 정부 반독점 정책의 필요성과 자율적 시장 질서의 중요성에 대해 토론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