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효 관세청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프리카 고위급 무역원활화 정책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관세청 제공
고광효 관세청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프리카 고위급 무역원활화 정책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관세청 제공
관세청이 세관을 거쳐 들어오는 모든 물품의 안전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e커머스 업체로부터 위해성이 있는 물품이 무더기로 들어오자 관세청이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관세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정 수출입거래 방지 특례법’(가칭)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관세청은 외부 연구용역을 거쳐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세관을 통해 국내로 반입되는 품목은 두 가지로 나뉜다. ‘세관장 확인 대상’ 품목의 경우, 각 물품이 수입 요건을 갖췄는지 세관이 직접 확인한다. 예를 들어 약사법상 의약품 또는 의약외품의 경우 국내에 수입되려면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장의 표준통관 예정 보고서나 수입 요건확인 면제 추천서를 갖춰야 하는데, 관세청은 해당 물품의 수입업자가 필요한 승인서나 허가서를 얻었는지 등을 일일이 확인한다.

문제는 세관장 확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품목이다. 실무적으로 이들 품목은 수입업자가 승인서에 기입된 문서 번호를 입력하기만 하면 세관을 통과하는 상황이다. ‘형식적 검사’만 하다 보니 승인서 번호를 허위로 기입하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승인서 번호를 써내더라도 구별해내기 어렵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입업자가 입력한 숫자를 믿을 수밖에 없다”며 “세관 업무의 사각지대”라고 했다.

세관장 확인 대상이 아닌 품목이 수입에 필요한 요건을 제대로 갖췄는지 등을 확인할 책임은 담당 부처나 기관에 있다. 그러나 통관절차를 거쳐 국내에 유통된 다음에 문제 사실을 파악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엔 늦은 경우가 많다. 지난해 9월 관세청은 국립환경과학원의 안전 확인을 받지 않은 채 국내로 들어와 유통된 ‘가습기용 오일’을 적발했는데, 수입된 물량만 약 430만개에 달했다.

최근 ‘알테쉬’ 등 중국 e커머스를 통한 해외 직접구매가 활발해지면서 이 같은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상거래 물품 가운데 목록통관으로 국내에 수입된 건수는 9693만건으로, 전년(6450만) 대비 50.3% 증가했다.

관세청은 현재 65개 개별 법령에 흩어져있는 품목별 수입 요건을 아우르는 새 특별법을 만들고, 각 물품이 국경을 넘어오는 과정에서 수입 요건을 갖췄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권한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단 타 부처의 협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 법령을 총괄하는 새 특별법을 만드는 것도 복잡한데다 타 부처의 권한을 관세청이 가져온다는 점에서 반발이 예상돼서다. 정부 관계자는 “관세청이 수입품에 대한 검사 권한을 ‘독점’할 정도로 능력을 갖췄는지부터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