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약발 떨어졌나…증권가 "인센티브 구체화" 한목소리
금융당국이 전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가운데 주요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지주사·자동차 업종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상장사들이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증권가에서는 인센티브가 구체화될 때까지 장기적으로 보고 수혜 업종을 좁혀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알맹이 안보인 밸류업, 증시 영향력 줄어드나

3일 현대차는 3.21% 하락한 24만1000원에 마감했다. 전날 금융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0.8%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이날 실망 매물이 추가로 나오면서 낙폭을 키웠다. 전날 소폭 상승했던 기아도 이날 4.77% 빠지며 하락 전환했다.

다른 주요 밸류업 수혜주도 약세 마감했다. 보험주 중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생명은 전날 3.09%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1.18% 하락했다. 흥국화재(-4.5%), 한화손해보험(-1.93%)도 약세였다.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과 지수 반등으로 상승세였던 은행주들은 밸류업 발표 직후 상승세가 둔화됐다. KB금융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직전인 지난달 24~30일 5거래일 동안 7.69% 상승했지만 최근 2거래일 동안은 2.51% 하락했다. 신한지주 역시 밸류업 2차 발표 전 5거래일 간 6.26% 상승했지만 이후엔 0.42% 하락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 1차 밸류업 프로그램 세미나 발표(2월26일) 전 주요 수혜주들이 포함된 'KRX 은행', 'KRX 자동차' 지수는 1개월(1월26~2월26일) 동안 각각 12,02%, 17.27% 상승했다. 그러나 이번 2차 밸류업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KRX 은행, KRX 자동차 지수는 1개월(4월2일~5월2일) 사이 각각 1.31%, 7.07% 오르는 데 그쳤다.

○증권가 "인센티브 구체화" 한목소리

증권가에서는 이미 알려진 내용이 다수이고, 세제 혜택과 구체적인 인센티브가 제시되지 않으면서 기대감이 꺾였다고 지적했다. 올해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정책 추진력이 약화한 점도 밸류업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전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은 상장사가 직접 자사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가치 제고 목표를 세워 관련 계획·평가 등을 시장에 알리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기업 참여를 유도할 법인세 세액공제 등의 혜택은 아직 법 개정 추진 단계에 머무른 상태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핵심이 되는 주주환원 증가액에 대한 법인세 부담 완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구체적 혜택 내용은 또다시 배제됐다"며 "세제 인센티브가 확정되지 않는다면 연초와 같은 강한 상승세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만약 실제 혜택이 없다면 상장사에겐 공시 부담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연초엔 막연한 기대감으로 증시가 움직였지만 앞으론 구체적 혜택이 없다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신증권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으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실적 개선세가 확실한 금융, 자동차, 지주사 중심으로 수혜주가 압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대감이 꺼지면서 당분간 저PBR주 주가는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라며 "금융, 자동차, 지주사 등의 주주환원 여력이 높고 저PBR 상태인 종목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