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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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큰 고민에 빠져있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키운 ‘라인(LINE)’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의 요구를 가볍게 여길 수도 없는 처지다.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빌미로 네이버를 향해 라인에 대한 지배력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당장 정해진 방침은 없다.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며 ‘네이버 사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하겠다는 큰 원칙만 정했을 뿐이다.

○네이버 의존도 줄이려는 日

사달이 난 것은 지난 3월이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5일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사장을 불러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 비밀 누설을 지적하며,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수정 등을 요청하는 행정 지도를 전달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출자한 합작 조인트벤처 ‘A홀딩스’가 지분 64.4%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메신저 라인과 일본 최대 포털 야후 모두 라인야후가 운영한다.

라인야후에선 지난해 11월 라인 이용자·거래처·직원 등 개인정보 51만 건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시스템 개발과 운용, 보수 등을 위탁하며 개인정보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고 봤다. 일본 정부는 라인 시스템의 인증 기반이 네이버와 공동으로 사용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네이버에 대한 강한 의존관계가 (관리·감독 부실의)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급기야 지난달엔 기술 조치를 넘어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두 번째 행정지도를 내렸다. 일본 정부가 특정 기업에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닛케이 “네이버·SB 골 깊어져”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라인야후 지분을 유지할지, 일부라도 팔아 영향력을 줄여야 하는지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있다.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지분 64.5%를 보유한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주식 매각을 요청하고 이를 협의 중이라고 여러 차례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지난달 25일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서는 약간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해서 일정한 비율의 주식을 매입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의 지분을 1%라도 사들이면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 주도권을 쥐게 된다.

오는 9일 라인야후 실적 결산 발표가 관련 협의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데자와 쓰요시 라인야후 사장이 공개석상에서 네이버와의 관계 등을 설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혈맹’을 맺었던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2019년 11월 라인과 야후재팬 경영 통합을 선언한 이래 우호적인 관계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날 닛케이는 소식통을 인용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골은 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며 “네이버는 소프트뱅크가 출자 비율을 높이려 나서는 데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이버, 라인 경영권 지킬까

네이버가 ‘가장 좋은 수’로 보는 것은 라인야후 지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다. 네이버는 2011년 6월 일본에서 라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 해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전화 불통으로 SNS 소통이 주목받던 직후였다. 2016년 7월에는 뉴욕과 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했다. 라인은 일본뿐 아니라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2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매머드급’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행정 지도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소프트뱅크가 지분 구조 논의를 요구해 와도 네이버가 응할 의무는 없다”며 “개인 정보 유출 방지책을 꼼꼼하게 마련하면 일본 정부도 지분 매각을 계속 요구할 명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내 반한 정서가 확산하고, 양국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모양새는 네이버에 부담스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9일 “일본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후속 행정지도는 한일 외교관계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긋는 보도자료를 냈다. 앞서 대통령실, 외교부 등이 “네이버 입장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일본과 소통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낸 데 이어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