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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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의 지분 66%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투자 금액만 1조3000억원 규모다. 독자적인 자율주행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정면 돌파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가 오는 8월 로보택시(무인택시)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간 자율주행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유상증자에 6630억원

'자율주행' 승부수…현대차, 모셔널 품었다
현대차그룹 3사(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모셔널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파트너사 앱티브의 보유 지분 일부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이번에 투입한 자금은 모두 1조2880억원이다. 유상증자와 지분 매입이 이달 마무리되면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모셔널 지분은 50%에서 66.8%로 늘어난다. 모셔널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전체 유상증자 규모는 6630억원(현대차 3450억원·기아 1860억원·현대모비스 1320억원)이다. 유상증자로 현대차그룹의 모셔널 지분율은 기존 50.0%에서 55.8%로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앱티브 지분 11%를 매입하기로 했다. 지분 매입 규모는 6250억원(현대차 3250억원·기아 1750억원·현대모비스 1250억원)이다.

앱티브는 내부 경영 사정상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케빈 클라크 앱티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 “모셔널이 기술 및 상용화 측면에서 발전을 지속하고 있지만 (앱티브는) 투자 범위를 핵심사업 분야로 축소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과 미국 자율주행차 업체 앱티브가 2020년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법인이다. 앱티브는 2015년 완전 자율주행차로 미국 대륙을 횡단했고, 2016년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로보택시 시범사업을 펼치는 등 기술력을 입증해 왔다. 2018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를 상용화해 지금까지 10만 회 이상 주문을 달성했다.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 우위 확보

앱티브의 가능성을 본 건 정 회장이다. 그는 2019년 수석부회장 시절 뉴욕을 찾아가 앱티브와 지분 5 대 5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양사 합작법인인 모셔널은 2020년 3월 공식 출범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40억달러로 평가됐다.

모셔널 창립 이후 가이드하우스가 집계하는 ‘자율주행 기술 종합 순위’에서 2020년 6위에 머물던 현대차그룹·앱티브는 2023년 5위로 올라섰다. 모셔널은 지난해 말 우버, 리프트와 함께 현대차 아이오닉5 기반의 로보택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사이 새로운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왔다. 인텔의 모빌아이가 같은 기간 5위에서 1위로 상승했고, 중국 바이두는 4위에서 3위가 됐다.

현대차그룹이 모셔널 지분을 높인 건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도 필요했다. 자체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자율주행 사업을 본격화할 때 선두권 경쟁업체가 구축한 생태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자율주행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8월 8일 완전자율주행(FSD)을 적용한 로보택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기본 적용하는 오토파일럿과 별도로 FSD 완성도를 높여 다른 완성차 제조사에 탑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모셔널 경영 주도권을 확보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며 “그룹 내 자율주행 담당 부문 간 시너지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