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깜짝 성장’한 데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높이면서 야당이 요구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명분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침체 등 추경 요건 더 멀어졌다"…명분 잃은 '野 민생지원금'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3일 “GDP 증가율이 시장 추정치의 두 배를 넘고, OECD가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대폭 높인 상황에서 현 경기가 침체가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졌다”며 “경기 침체 등 법정 추경 요건에서 더 멀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1.3%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0.5~0.6%)를 두 배 넘게 웃돌았다. GDP 증가율이 1%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4분기(1.4%) 후 2년3개월 만이다. OECD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이상인 국가 중에서는 미국과 함께 가장 높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 국민 25만원 지원을 위해 정부·여당에 요구한 13조원 추경 편성의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재정법 89조에 따르면 정부는 전쟁 또는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거나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한 관계 변화, 경제 협력 등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경기 회복세에 더해 성장률 전망치까지 대폭 상향된 상황에서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인 ‘경기 침체’로 볼 수 없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도 각각 이달 16일과 23일 수정 경제전망을 공개할 예정이다. 두 기관은 올해 성장률을 각각 2.2%와 2.1%로 제시했다. OECD와 해외 투자은행(IB) 전망처럼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대 중후반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웃돌 가능성이 높은 데다 민간 소비도 회복되는 추세”라며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점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법인세 결손에 따른 ‘세수 펑크’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추경 편성이 부담을 주는 또 다른 요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누적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2조2000억원 감소한 8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법인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5조5000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올해 세수 결손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적자국채 발행 등을 통한 추경 편성은 여의찮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5년간 10차례 추경을 편성한 결과 지난해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GDP 대비 50%를 넘어서 잦은 추경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수출 호조 등의 온기가 체감경기로 확산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는 정부 및 여야 모두 이견이 없기 때문에 야당의 추경 요구는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