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숨은 보조금’이라고 불리는 조세지출과 내용이 비슷한 재정지출 사업을 전수 조사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내년도 예산 편성 때 재정지출과 조세지출 간 정책 목적과 수혜 대상이 중복된다면 폐지 또는 재설계한다는 계획이다. 특정 분야에 혜택을 주기 위해 세금을 면제·감면해주는 조세지출과 예산 편성을 통한 재정지출 중복을 줄여 나라 살림 씀씀이를 효율화하겠다는 것인데,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조세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1% 늘어 나라 살림의 12%인 77조1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상당수 조세지출이 효과는 불분명한데 성역처럼 여겨져 고착화했다는 데 있다. 지난해 말 일몰이 도래한 조세지출 항목 71개 중 연장된 것이 65개에 이를 정도다.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수혜층의 반발을 의식해 구조조정에 엄두도 못 낸 결과다. 농민 102만 명이 7000억원 안팎의 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농업용 석유류 간접세 면제’ 제도만 해도 면세유 불법 유통이 끊이지 않고, 공익직불제(농가 보조금)와 중복 논란이 적지 않은데도 8차례나 일몰이 연장됐다. 부가가치세 영세율(0%)을 적용받는 비료·농약·사료, 4년 새 약 50% 급증한 각종 중소기업 조세지출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책 목적이 같은데도 분절돼 예산 운용 효율화를 떨어뜨리는 조세·재정지출의 통합, 구조조정 작업은 일회성으로 끝날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취약층 지원 명분에 갇혀 획일적으로 세금을 면제·감면해주고 관성적으로 연장을 되풀이한다면 특혜에만 안주해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조세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가뜩이나 지난해 56조원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대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해 세수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뿐만 아니라 복지 분야 법정지출, 국채 이자 등 의무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는 정치권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과감한 실천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