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에서 대형 증권사까지 신용등급 강등 움직임이 확산할 조짐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폭탄과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 불확실한 금융 환경 등이 증권사 신용도를 짓누르는 양상이다.
신용등급 '도미노 강등' 우려…증권사 살얼음

증권사 신용도 줄강등

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11월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강등했다.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이 ‘A-’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471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며 “주력 사업인 부동산금융이 위축되면서 수익창출력이 저하됐다”고 신용도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이미 신용도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린 중소형 증권사들도 강등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는 SK증권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A(부정적)’로 매기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A-(부정적)’ 신용도가 책정됐다.

대형 증권사 중에도 신용등급이 강등될 처지에 놓인 곳들이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하나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내렸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데다 금융지주 모회사의 지원 여력이 충분한 증권사로 평가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업을 바라보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잣대도 깐깐해지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월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 등을 반영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도 겹쳐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증권사들의 신용도 줄강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아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26조3000억원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집계한 ‘금융업권 부동산 PF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이 중 손실액은 4조6000억~7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이 이미 적립한 충당금과 준비금은 2조원 규모에 그친다. 향후 증권사들이 PF 관련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도 증권사 재무건전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 각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연일 급락하면서 손실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증권사는 신용도 하향 조정 위험성이 더 높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증권업황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데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지원으로 부동산 PF시장이 연착륙에 성공하더라도 증권사는 여전히 추가 손실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라며 “부동산 PF와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로 재무 부담이 커진 증권사는 신용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