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장관 "양곡법 통과땐 남는 쌀 매입·보관비만 3조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농산물가격안정법, 노동력 많이 드는 배추·마늘·양파값 치솟게 할 것"
"논에 밀·콩·가루쌀 등 전략작물…수입보장·농작물 재해보험 도입"
사과 수입 요구엔 "검역 협상해야…생산기반 무너지면 회복 불가"
"기후변화 대응TF 가동…농산물 전품목 수급관리 중장기 대책 만들 것" "양곡법은 '남는 쌀 강제 매입법'입니다.
지금도 쌀 소비는 줄고 생산은 계속 늘어 재고가 많은데 양곡법으로 남아도는 쌀이 더 많아질 겁니다.
벼농사는 기계화율이 99%에 이르는데, 직불금도 주고 남는 쌀도 다 사준다고 하면 누가 벼농사를 안 짓겠습니까.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달 3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라면서 반대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폭락하면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이고, 농안법 개정안은 농산물값이 기준치 미만으로 하락하면 정부가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가격보장제'가 핵심이다.
오는 28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송 장관은 양곡법이 통과될 경우 쌀 보관비만 연간 5천억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매입비와 합친 총비용은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쌀 매입비는 1조2천266억원, 보관비는 4천61억원으로 이를 합하면 1조6천327억원이다.
양곡법이 통과돼 쌀 생산이 더 늘어나면 매입·보관 비용이 2배로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쌀을 보관하는 정부 양곡창고는 전국에 3천400개가 넘고 쌀 재고는 168만t(톤)에 이른다.
양곡법이 통과될 경우 쌀 매입비는 꾸준히 늘어 2030년에는 현재보다 1조4천659억원이 추가된 2조6천925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농식품부는 예상한다.
송 장관은 "쌀을 보관하는 비용도 엄청나게 드는데 양곡법으로 보관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쌀 보관비가 4천61억원인데 양곡법이 통과되면 보관비는 1천277억원이 추가된 5천338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매입비와 보관비를 합한 비용은 3조2천263억원으로 3조원을 훌쩍 웃돌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송 장관은 "쌀 전업농이 '양곡법은 창고업자 배만 불리는 법'이라고 인터뷰하던데 농가도 남는 쌀이 많아질수록 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을 안다"면서 "양곡법이 누구를 위한 법이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장관은 농안법에 대해서도 "가격안정법이라고 하니 가격을 떨어지게 하는 법이라고 (소비자가) 오해한다"면서 "특정 품목은 가격이 더 높아지고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곡법으로 남는 쌀은 사주고 가격이 내려가면 농안법으로 보상해주는 양곡·농안법 세트 구조라면서 "농가 입장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농사짓기 편한 쌀농사에 집중하고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배추, 마늘, 양파, 고추 같은 것은 안 할 것이다.
쏠림이 일어날 텐데 덜 생산되는 품목은 공급이 부족해져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 장관은 농안법 개정안에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가 대상 품목을 선정하고 기준 가격을 결정하게 돼 있는 데 대해서도 "정하는 과정은 갈등의 도가니고 난리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만 많이 생산하면 되기 때문에 질을 높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농산물의 질은 낮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젊은 세대가 들어와서 농사지을 수 있게 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스마트팜 키우고 해야 하는데, 거기(양곡법과 농안법)에 돈 쓰느라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농가가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소득 안전망"을 갖출 수 있는 대안으로 직불제와 함께 수입 보장보험과 농작물 재해보험을 제시했다.
그는 남는 쌀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해 논에 쌀 대신 밀, 논콩, 가루쌀 등 전략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지원금을 주는 '전략 작물 직불제'로 벼 재배 면적을 계속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송 장관은 지난해 말 취임 이후 농산물과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 관리에 매진해왔다.
4개월간 물가 관련 현장을 찾은 것이 서른 다섯차례다.
사과 가격이 물가를 끌어올린 것을 놓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과 수입으로) 생산 기반이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사과는 이미 수입은 개방돼 있지만 검역 협상을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한국은 사과 수입 허용을 요청한 11개국과 검역 협상을 하고 있는데 가장 진도가 많이 나간 일본이 8단계 중에서 5단계까지 와 있는 상황이다.
송 장관은 일본 사과에 나방류 병해충 문제가 있는데 일본이 검역 비용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한국과 사과 대신 배를 우선 협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폭우, 탄저병으로 사과 생산량이 30% 감소했다면서 "근본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산물 전 품목 수급관리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상청을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중장기 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논에 밀·콩·가루쌀 등 전략작물…수입보장·농작물 재해보험 도입"
사과 수입 요구엔 "검역 협상해야…생산기반 무너지면 회복 불가"
"기후변화 대응TF 가동…농산물 전품목 수급관리 중장기 대책 만들 것" "양곡법은 '남는 쌀 강제 매입법'입니다.
지금도 쌀 소비는 줄고 생산은 계속 늘어 재고가 많은데 양곡법으로 남아도는 쌀이 더 많아질 겁니다.
벼농사는 기계화율이 99%에 이르는데, 직불금도 주고 남는 쌀도 다 사준다고 하면 누가 벼농사를 안 짓겠습니까.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달 3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라면서 반대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폭락하면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이고, 농안법 개정안은 농산물값이 기준치 미만으로 하락하면 정부가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가격보장제'가 핵심이다.
오는 28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송 장관은 양곡법이 통과될 경우 쌀 보관비만 연간 5천억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매입비와 합친 총비용은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쌀 매입비는 1조2천266억원, 보관비는 4천61억원으로 이를 합하면 1조6천327억원이다.
양곡법이 통과돼 쌀 생산이 더 늘어나면 매입·보관 비용이 2배로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쌀을 보관하는 정부 양곡창고는 전국에 3천400개가 넘고 쌀 재고는 168만t(톤)에 이른다.
양곡법이 통과될 경우 쌀 매입비는 꾸준히 늘어 2030년에는 현재보다 1조4천659억원이 추가된 2조6천925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농식품부는 예상한다.
송 장관은 "쌀을 보관하는 비용도 엄청나게 드는데 양곡법으로 보관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쌀 보관비가 4천61억원인데 양곡법이 통과되면 보관비는 1천277억원이 추가된 5천338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매입비와 보관비를 합한 비용은 3조2천263억원으로 3조원을 훌쩍 웃돌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송 장관은 "쌀 전업농이 '양곡법은 창고업자 배만 불리는 법'이라고 인터뷰하던데 농가도 남는 쌀이 많아질수록 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을 안다"면서 "양곡법이 누구를 위한 법이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장관은 농안법에 대해서도 "가격안정법이라고 하니 가격을 떨어지게 하는 법이라고 (소비자가) 오해한다"면서 "특정 품목은 가격이 더 높아지고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곡법으로 남는 쌀은 사주고 가격이 내려가면 농안법으로 보상해주는 양곡·농안법 세트 구조라면서 "농가 입장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농사짓기 편한 쌀농사에 집중하고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배추, 마늘, 양파, 고추 같은 것은 안 할 것이다.
쏠림이 일어날 텐데 덜 생산되는 품목은 공급이 부족해져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 장관은 농안법 개정안에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가 대상 품목을 선정하고 기준 가격을 결정하게 돼 있는 데 대해서도 "정하는 과정은 갈등의 도가니고 난리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만 많이 생산하면 되기 때문에 질을 높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농산물의 질은 낮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젊은 세대가 들어와서 농사지을 수 있게 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스마트팜 키우고 해야 하는데, 거기(양곡법과 농안법)에 돈 쓰느라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농가가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소득 안전망"을 갖출 수 있는 대안으로 직불제와 함께 수입 보장보험과 농작물 재해보험을 제시했다.
그는 남는 쌀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해 논에 쌀 대신 밀, 논콩, 가루쌀 등 전략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지원금을 주는 '전략 작물 직불제'로 벼 재배 면적을 계속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송 장관은 지난해 말 취임 이후 농산물과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 관리에 매진해왔다.
4개월간 물가 관련 현장을 찾은 것이 서른 다섯차례다.
사과 가격이 물가를 끌어올린 것을 놓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과 수입으로) 생산 기반이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사과는 이미 수입은 개방돼 있지만 검역 협상을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한국은 사과 수입 허용을 요청한 11개국과 검역 협상을 하고 있는데 가장 진도가 많이 나간 일본이 8단계 중에서 5단계까지 와 있는 상황이다.
송 장관은 일본 사과에 나방류 병해충 문제가 있는데 일본이 검역 비용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한국과 사과 대신 배를 우선 협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폭우, 탄저병으로 사과 생산량이 30% 감소했다면서 "근본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산물 전 품목 수급관리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상청을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중장기 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