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평생 현역으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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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거나,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나면 이제 길어진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고민이 생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따라서 무엇이든 ‘할 일’이 있고, 어디든 ‘갈 곳’이 있으며, 누구든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야 살아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은퇴를 하고 나면 할 일이 없고, 갈 곳이 없고, 함께 어울릴 사람이 없다는 현실에 부딪친다.
일본에는 집에서 나가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코모리’가 있다. 버블경제가 붕괴되고 장기적인 불황 시작기인 1990년대부터 사회 문제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이나 집 등의 특정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거나 나가지 못한다. 일본 후생성에서는 6개월 이상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히키코모리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 가족들을 포함해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는다. 둘째, 낮에 잠을 자고 저녁에 일어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에 몰두한다. 셋째로 자기혐오, 상실감 등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 넷째 자주 신경질을 내고 심하면 폭력을 쓰는 증상을 나타낸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2023년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는 ‘청년’이 약 50만 명 정도이고 ‘중년’은 그보다 적은 약 14만 명으로 추산했다. 은퇴 이후 ‘노년 외톨이’는 얼마나 되는지 알 수도 없다.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했기 때문에 노년 외톨이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지만, 국가나 사회에서 해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은퇴 후 노년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개개인이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평생현역’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평생현역이라고 해서 꼭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취미생활이든 봉사활동이든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평생현역으로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할까? 할 일이 있고, 갈 곳이 있고, 함께 할 사람이 있어야 사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살아있음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분명 살아있음에도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투명인간’으로 취급당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는 나이는 보통 25세~30세 정도이며, 그로부터 약 30~35년 정도 일하고 퇴직을 한다. 하루 10시간 정도 근무하고, 1년에 200일 정도라고 계산하면 1년에 2,000시간 정도 된다. 이를 30년~35년으로 곱하면 약 60,000~70,000시간 정도 일하는 것이다. 그런데 퇴직 후 약 30년~40년을 더 살아야하니 젊은 시절 일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60,000~80,000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준비하지 않으면 비참한 노년 외톨이가 될 수 있다. 평생현역이 되는 방법은 자신을 스스로 경영하는 1인 지식기업가가 되거나, 1인 자영업을 하거나, 1인 농림어업인이 되는 것이다.
‘평생현역으로 살아가는 법’이라는 책은 ‘1인 지식기업가’로 남에게 고용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고용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 이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걷기에 1인 지식기업가의 길은 무척 험난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직의 문을 나오기 전에 가능하면 자신의 로드맵을 기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로드맵을 사전에 기획했다. 일단 후련하게 사표부터 던지고 시작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표부터 던지려면 조직의 문을 나서는 시기가 가능한 빠르거나, 부양가족이 없거나, 있다면 맞벌이거나 혹은 3년 이상의 최소생존경비를 비축하고 있을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역시나 로드맵을 지니고 시작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있어서 안정권에 들어서기까지의 시간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셋째, 실행 오직 실행했다. 저자는 한 분야에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필살기를 갖추는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1만 시간, 10년의 법칙은 개인에 따라 5년, 때로는 20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개인별로 얼마나 몰두하고 집중하느냐에 따라 1만 시간이 소요되는 기간은 충분히 단축될 수도, 오히려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넷째, 멘토는 반드시 필요했다. 멘토의 존재 여부는 실행 로드맵의 사전 기획과 마찬가지로 안정권에 들어서는 시간에 큰 차이가 나는 결정적인 포인트이다. 멘토가 꼭 거창하거나 위대한 인물일 필요는 없다. 내가 가려는 분야의 역할모델이나 샘플이 되어주는 경우라면 충분하다. 만약 그조차도 없는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경우 최소한 함께 하는 동료라도 있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핵심이 될 수 있다.
1인 지식기업가의 길이 좋기는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고 공부가 체질이 아닌 사람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1인 농림어업인’으로서 시골살이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시골에 살며 텃밭 농사를 짓는다면 ‘할 일’이 생긴 것이고, 뒷동산이나 시골길을 걸으면 ‘갈 곳’이 생긴 것이고, 이웃과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품앗이를 한다면 ‘함께 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을 친구삼아 여유로운 생활을 한다면 건강이라는 ‘친구’도 찾아온다. 마음을 비우고 나무와 이름 모를 꽃들을 감상하다보면 나만의 소중한 ‘시간’도 찾아온다. 시골살이는 진정한 삶의 시작일 수도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 자신과 오롯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큰 행복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일본에는 집에서 나가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코모리’가 있다. 버블경제가 붕괴되고 장기적인 불황 시작기인 1990년대부터 사회 문제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이나 집 등의 특정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거나 나가지 못한다. 일본 후생성에서는 6개월 이상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히키코모리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 가족들을 포함해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는다. 둘째, 낮에 잠을 자고 저녁에 일어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에 몰두한다. 셋째로 자기혐오, 상실감 등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 넷째 자주 신경질을 내고 심하면 폭력을 쓰는 증상을 나타낸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2023년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는 ‘청년’이 약 50만 명 정도이고 ‘중년’은 그보다 적은 약 14만 명으로 추산했다. 은퇴 이후 ‘노년 외톨이’는 얼마나 되는지 알 수도 없다.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했기 때문에 노년 외톨이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지만, 국가나 사회에서 해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은퇴 후 노년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개개인이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평생현역’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평생현역이라고 해서 꼭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취미생활이든 봉사활동이든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평생현역으로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할까? 할 일이 있고, 갈 곳이 있고, 함께 할 사람이 있어야 사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살아있음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분명 살아있음에도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투명인간’으로 취급당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는 나이는 보통 25세~30세 정도이며, 그로부터 약 30~35년 정도 일하고 퇴직을 한다. 하루 10시간 정도 근무하고, 1년에 200일 정도라고 계산하면 1년에 2,000시간 정도 된다. 이를 30년~35년으로 곱하면 약 60,000~70,000시간 정도 일하는 것이다. 그런데 퇴직 후 약 30년~40년을 더 살아야하니 젊은 시절 일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60,000~80,000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준비하지 않으면 비참한 노년 외톨이가 될 수 있다. 평생현역이 되는 방법은 자신을 스스로 경영하는 1인 지식기업가가 되거나, 1인 자영업을 하거나, 1인 농림어업인이 되는 것이다.
‘평생현역으로 살아가는 법’이라는 책은 ‘1인 지식기업가’로 남에게 고용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고용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 이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걷기에 1인 지식기업가의 길은 무척 험난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직의 문을 나오기 전에 가능하면 자신의 로드맵을 기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로드맵을 사전에 기획했다. 일단 후련하게 사표부터 던지고 시작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표부터 던지려면 조직의 문을 나서는 시기가 가능한 빠르거나, 부양가족이 없거나, 있다면 맞벌이거나 혹은 3년 이상의 최소생존경비를 비축하고 있을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역시나 로드맵을 지니고 시작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있어서 안정권에 들어서기까지의 시간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셋째, 실행 오직 실행했다. 저자는 한 분야에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필살기를 갖추는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1만 시간, 10년의 법칙은 개인에 따라 5년, 때로는 20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개인별로 얼마나 몰두하고 집중하느냐에 따라 1만 시간이 소요되는 기간은 충분히 단축될 수도, 오히려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넷째, 멘토는 반드시 필요했다. 멘토의 존재 여부는 실행 로드맵의 사전 기획과 마찬가지로 안정권에 들어서는 시간에 큰 차이가 나는 결정적인 포인트이다. 멘토가 꼭 거창하거나 위대한 인물일 필요는 없다. 내가 가려는 분야의 역할모델이나 샘플이 되어주는 경우라면 충분하다. 만약 그조차도 없는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경우 최소한 함께 하는 동료라도 있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핵심이 될 수 있다.
1인 지식기업가의 길이 좋기는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고 공부가 체질이 아닌 사람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1인 농림어업인’으로서 시골살이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시골에 살며 텃밭 농사를 짓는다면 ‘할 일’이 생긴 것이고, 뒷동산이나 시골길을 걸으면 ‘갈 곳’이 생긴 것이고, 이웃과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품앗이를 한다면 ‘함께 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을 친구삼아 여유로운 생활을 한다면 건강이라는 ‘친구’도 찾아온다. 마음을 비우고 나무와 이름 모를 꽃들을 감상하다보면 나만의 소중한 ‘시간’도 찾아온다. 시골살이는 진정한 삶의 시작일 수도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 자신과 오롯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큰 행복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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