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론을 일축하고 완화 기조를 보이자 미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에 다시 글로벌 자금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조건인 미국 경기 둔화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는 만큼 미 장기채 ETF를 분할 매수하기 좋은 시기라고 조언했다.
美, 금리 인상론 일축…장기채 ETF 반등하나
6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채권형 ETF 중 가장 자금 유입이 많았던 상품은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국채’(TLT)였다. 이 기간에만 3억1590만달러(약 4303억원)가 몰려들면서 최근 1개월(-5억4460만달러), 3개월(-8억7890만달러)간 빠져나간 뭉칫돈이 다시 들어오고 있다. 이 ETF는 만기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미 장기채 ETF 중 운용 규모가 가장 크다.

올 들어 손실폭이 커진 미 장기채 상품의 대안으로 꼽혔던 단기채 ETF에서는 반대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추세다. 만기 1~3개월 단기채에 투자하는 ‘SPDR 포트폴리오 단기채’(SPTS)는 최근 1주일 새 12억2860만달러가 유출되며 미 채권형 ETF 중 자금 유출이 가장 많은 상품에 올랐다.

같은 구조의 상품인 ‘SPDR 블룸버그 1~3개월 만기 T-Bill’(BIL)과 ‘아이셰어즈 1~3개월 만기 국채’(SHY)에서도 각각 3억4750만달러, 2억497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최근 단기채는 고금리 상황에 장기채보다 금리 변동(채권 가격 변동)에 영향을 덜 받아 인기를 끌었다.

Fed가 금리 인하 기조를 재확인하고 미국 장기채 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고점론이 확산하면서 장기채 ETF에 다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1일 “다음 정책 금리 행보가 인상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이에 다음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오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42.6%로 4.5%포인트 뛰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지난달 연 4.7%대를 기록하며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추세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인기를 끈 미 장기채 ETF가 반등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올 들어 11.3% 하락했다. 엔화로 미국 장기채를 사들이는 상품인 ‘KBSTAR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은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같은 기간 14.69% 떨어져 손실 폭이 더 컸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경기 둔화 흐름을 고려할 때 미 장기채 상품을 매수하기 좋은 환경이 다가오고 있다”며 “다만 금리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장기채 가격 상승 폭은 작을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