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장은 조만간 HBM4로 옮겨붙는다. 내년 양산할 예정인 6세대 HBM인 HBM4는 설계부터 제조까지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제작된다. 초미세공정이 필요한 만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와의 협업은 필수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다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D램)+대만 TSMC(파운드리)’ 연합군 간 대결로 재편된다는 얘기다.

HBM은 맨 밑에 까는 ‘로직 다이(베이스 다이)’와 D램 단품칩을 뜻하는 ‘코어 다이’로 구성된다. 로직 다이는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프로세서처럼 HBM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과 SK는 HBM3E까진 로직 다이를 직접 제조했다. 하지만 로직 다이에 기능을 추가하고 전력 소모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초미세공정에 능한 파운드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에 러브콜을 보냈고, 삼성전자는 자사 파운드리사업부를 HBM4 개발에 끌어들였다.

HBM4에선 적층 공법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지금 나온 HBM은 수직으로 D램 칩을 쌓은 뒤 각 칩에 구멍을 뚫어 ‘실리콘관통전극(TSV)’을 통해 연결하는 구조다. 각 칩의 TSV를 연결하기 위해 ‘솔더볼’(마이크로 범프)을 사용한다. 여기서 중요한 게 솔더볼 간 갭을 채우는 기술이다. 고층 빌딩을 올릴 때 기둥을 잘 세우고 외벽 공사를 튼튼하게 해야 무너지지 않고 열 관리가 잘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삼성은 ‘TC NCF 기술’을 쓴다. 칩 사이에 비전도성 접착 필름(NCF)을 넣은 뒤 녹여 연결한다. SK는 ‘MR-MUF 기술’을 활용한다. 여러 층의 D램을 한 번에 포장하는 기술이다. 칩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한 번에 주입한 뒤 이를 굳혀 칩 간 연결을 강화한다.

이런 업체 간 공법 차별성은 곧 사라질 수도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이 연구되고 있어서다. 솔더볼을 없애고 칩과 칩을 직접 연결해 밀착시키는 기술이다. 기존 공법보다 쉽게 연결하고, 높이도 낮출 수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이 33%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D램을 쌓은 HBM와 GPU를 옆으로 연결하는 2.5D 구조가 3D로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GPU 위에 HBM을 쌓는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GPU와 HBM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져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