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시중은행이 지난 5년간 전국 오프라인 지점을 20% 넘게 줄이는 동안 고액 자산가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뱅킹(PB)센터’는 20% 가까이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저출산·고령화로 증여와 상속을 포함한 전문적인 자산관리(WM)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전통적인 대출 확대 전략이 어려워진 결과다.

점포 줄이는 4대銀, PB센터는 늘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고액 자산가 전용 PB센터는 지난 4월 말 기준 총 87개로 집계됐다. 2018년 말(75개)과 비교해 5년여 동안 16%(12개)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PB센터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국민은행으로, 2018년 21개에서 올 4월 말 33개로 12개(57.1%)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PB센터는 2곳에서 6곳으로 3배 확대됐다. 신한은행(27개→25개)과 하나은행(25개→23개)은 두 곳씩 PB센터가 줄었다. 하지만 두 은행 모두 PB센터의 대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감소했을 뿐 향후 PB센터를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PB센터와 달리 대중을 상대로 영업하는 오프라인 지점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포(지점+출장소) 수는 2018년 말 3563개에서 작년 말 2826개로 20.1%(737개) 줄었다. 인터넷뱅킹이 활발해지면서 오프라인 지점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감소한 탓이다.

이처럼 영업점포가 줄어드는 가운데 PB센터만 유독 증가하는 이유는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WM 사업이 은행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기 자산을 일군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가업승계, 증여·상속 등 전문적인 WM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령층이 늘어난 것이다.

PB센터는 보통 금융자산을 3억원 이상 보유한 부유층에 WM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다. 최근엔 3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등급 PB센터가 증가하는 추세다.

은행들은 WM 서비스 수요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앞으로도 PB센터를 늘릴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는 PB센터 ‘투체어스W(TCW)’를 현재 3개에서 2026년까지 20개로 늘리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자산가를 고객으로 삼는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2호점을 서울 반포에 열었다. 신한은행은 올 1월 금융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신한PIB강남센터’를 열었다. 한 시중은행장은 “10년 후엔 WM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은행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