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하나하나의 단위를 활용하여 건축물을 설계하는 데 장점을 가진 건축가인 만큼 피어에 남겨진 부러진 나무 기둥들에서 영감을 받아 허드슨강에 콘크리트 기둥을 활용한 인공화분 형식의 공공공원을 제안하였다. 총 280개의 피어 화분은 강바닥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인공구조물로 서로서로 연결되어 넓은 인공지반을 만들고, 강으로 나아가며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면서 사람들의 시야에 역동성을 준다. 섬의 끝부분에서는 허드슨강을 극적으로 내려다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그 인공섬에 서면 뉴욕의 맨해튼을 거꾸로 바라볼 수 있게 하여, 순전히 인공섬은 그 자체가 주인공이 아니라 허드슨강과 뉴욕을 구경하는 최고의 장소가 되도록 자신을 비우고 있다.
멀리서 보아 꽃잎을 겹쳐놓은 것 같은 세빛섬의 건물 모양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바라다보는 즐거움을 준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야간조명은 밤의 검은 강물과 대비되며 시각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또한 세빛섬 안에는 연회장, 레스토랑, 카페 등 강물과 섬, 건물의 독특한 조합 위에서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구비되어 있다.
건물이 섬을 차지하고 있기에, 사람들은 강의 한 부분을 차지하며 떠 있는 건물섬을 구경하거나, 아니면 섬 안에 있는 건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한강의 공터에 하나의 볼거리가 들어섰고, 활동을 진작시킬 수 있는 여가 공간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바라다보던 강, 쉽게 접근되지 않는 흐르는 강 위에 주인공처럼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물을 통해, 선상에서의 파티나 경회루에서의 연회를 즐기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일상적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여흥을 돋운다는 점은, 관점에 따라서는 경관의 주인공은 누구여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비껴가는 것 같다.
리틀아일랜드가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비워진 장소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자연과 어우러진 동양적 문화의 건축이라면, 세빛섬은 강이라는 공간을 차지하며 그 안에서 즐거운 행위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연이라는 대상과 그곳에 있는 건물, 그리고 그 속에서 무엇을 바라보거나 어떤 생각이나 활동을 하고 있을지 모를 ‘사람’이라는 주체가 3박자를 이루며 만들어가는 한국 현대사회의 한 풍경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