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저성과자, 바로 인사처분해도 될까
저성과자 인사관리제도는 조직 내 저성과자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거나 향상시킴으로써 저성과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전사적 차원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이다.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우수한 핵심인력의 충성도·직무만족도 저하 및 그로 인한 핵심인력의 이탈, 회사가 추구하는 조직경쟁력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 회사가 추구하는 조직문화에 반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의 확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불황이 오래 이어짐에 따라 기업들은 조직 내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를 통해 성과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최근 저성과자 관리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적법한 저성과자 인사관리제도를 설계함에 있어 그 설계 프로세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①공정한 인사평가·성과평가시스템 구축을 통한 저성과자 선정의 정당성 확보 ②공정한 평가를 기반으로 하여 선정된 저성과자의 업무역량·업무성과 관리프로그램 확보 ③공정한 평가 및 합리적인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하는 저성과자 인사처분(감봉, 전보, 대기발령, 징계, 해고 등) 내지 인사처분기준의 정당성 확보이다.

대법원 판례 역시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의 부족에 따른 업무저성과로 사용자가 소속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하여는 ①객관적인 자료에 입각한 평가 결과 당해 근로자가 그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직무수행능력이 결여되어 있어야 하고, 나아가 ②당해 근로자에게 그 직무수행능력의 부족을 시정하기 위한 기회(보직 변경 기타 경고 등의 인사명령에 의한 독려 및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등)가 제공되었음에도 직무수행능력의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설시하고 있다(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1두33470 판결;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카25420 판결; 대법원 1987. 4. 14. 선고 86다카1875판결 등 참조).

저성과자 인사관리 설계의 첫 단계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저성과자 선정시스템의 구축이다. 사용자가 특정한 근로자를 저성과자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해당 근로자가 저성과자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증명의 수단은 주로 업무성적평가이다. 업무성적평가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평가기준이 객관적이어야 하고, 평가절차가 공정하여야 한다.

①평가기준이 객관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i)평가항목의 구성요소의 성격이 정량적인지 또는 정성적인지를 절대적인 판단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ii)평가항목의 구성요소가 얼마나 객관화된 절차에 따라 수립되었는지, (iii)피평가자를 포함한 구성원 전체가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평가항목이 수립되었는지 등이 함께 고려한다.

② 평가절차가 공정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i)평가자 편향을 방지할 수 있도록 평가자의 수를 복수로 하거나 다단계 평가구조를 도입하고 있는지, (ii)(특히 정성평가항목의 경우) 상급자에 의한 수직적 평가 뿐만 아니라 동료 및 하급자에 의한 다면평가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지, (iii)평가결과에 대하여 피평가자에게 공개를 하고 있는지 및 평가결과에 해당 직원이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따라서, 저성과자를 관리하고자는 기업은 먼저 현재 채택하고 있는 평가방식, 평가기준, 평가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평가제도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하여야 한다. 필자의 실무적인 경험에 의하면 상당수의 기업들이 인사평가 제도에 있어 모순점 내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 가지고 있는 인사평가 제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만연히 믿을 것이 아니라 객관성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요소가 없는지 인사평가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사평가제도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하여, 그 인사평가결과에 따른 저성과자 선정이 반드시 정당한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인사평가결과에 따른 저성과자 선정의 합리성 및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일반적으로는 (i)회사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중 어느 방식에 따라 일정 인원들을 저성과자로 할당하고 있는지를 절대적인 판단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ii)각 평가방식 하에서 저성과자로 분류되는 기준이 실제로도 해당 근로자를 업무저성과자로 평가하기에 충분한지(특히 상대평가에 의할 경우 하위 몇 %의 인원이 저성과자로 분류되게 되는지), (iii)인사평가제도의 특성, 경영환경, 개인의 사정 등을 고려하여 예외적인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저성과자 선정에서 제외하는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게 된다. 기업들은 업무저성과의 정의와 선별기준, 선별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여 저성과자 선정결과에 대한 기업 내의 합의를 이끌어 내고, 저성과자로 선정된 근로자의 수용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기업이 저성과자에게 불리한 인사처분을 하려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저성과자 선정이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가 별다른 노력 없이 곧바로 저성과자에 대하여 인사처분을 내릴 경우 그 인사처분의 정당성이 부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근로자에게 가장 불이익한 인사처분에 해당하는 해고의 경우에는, 사용자가 저성과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 정당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저성과자를 선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추가하여, 저성과자에 대한 고용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합리적인 업무역량·성과향상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①저성과자에게 실질적인 업무능력 향상을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성과향상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②저성과자의 적성, 희망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저성과자의 업무수행에 적절한 보직으로 전환배치를 하는 인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 부분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저성과자 관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비용이나 시간을 고려할 때 저성과자에 대한 교육과 성과향상을 도모하는 것보다는 성과를 내고 있는 직원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성과자를 관리하고 그들의 성과향상을 이루어 내는 것은 단순히 저성과자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조직 전체의 활력과 긴장을 불어넣는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성과에 대해 보상의 차등을 크게 가져가기 어려운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성과자는 방치하고 고성과자에게만 집중하는 것은 자칫 조직기강의 해이를 가져오고 조직의 전체적인 차원에서 성과향상을 위한 동력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점이 최근 저성과자 관리가 강조되는 이유이다. 기업들이 시간과 비용의 문제에 집중하여 저성과자 문제를 포기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여, 동의하기 어렵다.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다소간의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더라도 저성과자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으로 판단된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