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사진=한경DB
국회의사당/ 사진=한경DB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3주가량 남은 상황에서, 줄을 잇는 '임기 막판' 해외 출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외 출장자에는 낙선·낙천한 의원도 대거 포함돼 '졸업여행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7일 국회사무처와 상임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달 중 계획된 해외 출장이 10여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총선 이후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이달 29일까지 승인된 출장은 15건에 달했다.

우선 연금 개혁 좌초 위기 속에 해외로 떠나는 국회 연금 개혁특별위원회는 유럽을 출장지로 정했다. 연급 개혁 합의한 도출을 위한 출장이라지만,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커 출장지에서 이견을 좁힌다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외에도 국회 상임위별로 다양한 출장이 계획돼 있다. 여성가족위원회는 스위스 제네바를, 행정안전위원회도 카자흐스탄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의 소병훈·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초까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다녀왔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의원들도 지난달 말 우즈베키스탄으로 출발했다.

설훈 새로운미래 의원과 신현영 민주당 의원 등은 9일부터 보건의료 강화 및 연대 목적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하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 황보승희 자유통일당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도 참석하지 않고 아시아인권의원연맹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우루과이·아르헨티나 순방길에 올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 참석을 위해 중남미와 미국을 도는 10박 15일짜리 출장길에 올라 있는데, 여야 의원 5명을 대동했다.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도 국회 평화외교포럼 대표단 자격으로 동료 의원 5명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일본 출장 중이다.

또 박 의원과 같은 포럼에 소속된 민주당 김경협·김영배 의원 등은 20일부터 26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

부실한 출장 계획으로 국회 사무처가 반려한 출장도 있었다. 이용빈·김성주·신정훈 민주당 의원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친환경 자전거 협력 방안 연구'를 하겠다며 이달 13∼20일 프랑스와 네덜란드 출장을 신청했으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출장'이라는 이유로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서영교·이정문 민주당 의원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현장을 방문하겠다며 신청한 12~18일 캐나다 출장 역시 같은 이유로 반려됐다.

임기 종료 직전 상임위별로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은 일종의 국회 관례로 굳어져 왔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최악의 입법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고되는 상황에서 해외 출장이 이어지자 빈축을 사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안 건수는 2만5830건으로 역대 최고치이지만, 처리된 법안은 9455건(36.60%)으로, 나머지 1만6375건은 계류 중이다. 이는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쓴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인 37.9%(2만4141건 발의,)보다도 낮은 것이다.

이에 정치권 안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21대 국회가 다 끝나가는데 이것이 무슨 뒷북 출장이냐"며 해외 출장에 나선 이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천 당선인은 특히 연금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출장에 대해 "미래세대 등골을 부러뜨리는 공론화위원회의 연금 개악안이 무엇이 잘 됐다고 포상 휴가를 가느냐"며 "지금이라도 국내 여러 전문가, 특히 신연금과 구연금을 분리하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가들 모셔서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안을 짜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