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잦은 결항과 지연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엔데믹 이후 폭발한 여행 수요를 잡기 위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운항 횟수를 대폭 늘린 탓이다. 불만이 커진 승객들이 국내 LCC를 떠나면, 그 자리를 외국계 항공사들이 채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운항편 45% 확대 후 결항 잇따라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티웨이항공 등 국내 8개 LCC는 늘어나는 해외여행 수요를 잡기 위해 올 1분기 국제선 항공편을 1년전 같은 기간보다 45% 늘렸다. 이들 8개사가 1분기에 운항한 국제선 편수만 4만2110회에 달한다.

작년말부터 시작된 증편 경쟁은 결항과 운항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감축한 정비 인력과 기자재 등을 그대로 둔 채 취항지를 대폭 늘린 탓이다.

에어프레미아가 대표적이다. 항공기 정비를 이유로 이달 스케줄 조정을 예고한 항공편만 인천~로스앤젤리스, 샌프란시스코, 도쿄 등 8편이다. 지난 2일과 3일엔 방콕, 로스앤젤레스 등 항공편이 지연됐다. 지난달 29일엔 인천~일본 나리타 항공편에서 여압 장치 이상이 발견돼 산소마스크가 내려오는 소동 끝에 1시간 만에 회항하기도 했다.

국내 LCC 최초로 장거리 노선을 띄운 에어프레미아는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자 작년 1분기 449편이었던 국제선 항공 편수를 올 1분기 695편으로 확대했다. 항공기 보유 대수는 지난해 하반기나 지금이나 5대로 똑같은데도 그랬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나리타행 비행기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해당 항공기 운항을 중지하기로 한 탓에 항공 스케줄이 변동됐다”며 “인테리어를 정비한 항공기를 이번 주에 투입하고, 연내 2대를 추가 도입하면 어느정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 문제는 ‘LCC 맏형’인 제주항공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3월 제주에서 김포로 가려던 항공기가 정비 등의 문제로 지연된 것. 지난해 10월과 11월엔 운항 중 배기가스 이상 고온으로 엔진 1개를 끈 채 회항하기도 했다. 티웨이항공도 올 1월 베트남 깜라인공항서 출발하려던 항공기가 기체 결함으로 15시간 지연되는 등 작년 하반기부터 지연·결항이 잇따르고 있다.

○외항사 점유율 29%→33%로 확대


운항편 확대는 LCC들을 살찌웠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매출(5392억원)을 냈다. 1년 전보다 28% 늘었다. 제주항공 하나 뿐이었던 '매출 1조 클럽' LCC 멤버에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이 지난해 가입하는 등 다들 몸집이 커졌다.

하지만 눈앞의 이익을 잡는데 올인하느라 상당수 LCC들이 운항·정비 등 안전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항 승무원 자격 기준이 말해준다. '비행 경력 1000시간 이상'인 대한항공보다 3분의 1 수준인 250~300시간에 불과해서다. 모회사의 지원을 받는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을 빼면 자체 정비 능력이 떨어져 해외업체의 도움을 받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선 LCC들이 '정시 비행' 약속을 못 지키는 일이 잦아지면 항공료 가격차가 크지 않은 외항사에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선에서 국적기가 차지하는 비중(작년 1분기 70.9%→ 올 1분기 67.2%)의 하락세가 한층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행 수요가 늘면서 항공편은 대폭 늘었지만, 과거 감축한 정비인력 등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결항과 지연이 반복되면 고객은 떠날 수 밖에 없는 만큼 LCC들이 노선 확대에 앞서 기본 인프라 확충부터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