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태 칼럼] 정책결정 프로세스 이래도 되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연금개혁·의대증원 싸움에서
정부가 고전하는 이유는
정책결정 프로세스 무시한 탓
집권내내 巨野 넘어야 하는데
주먹구구 의사결정 체계론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정종태 한경닷컴 대표
정부가 고전하는 이유는
정책결정 프로세스 무시한 탓
집권내내 巨野 넘어야 하는데
주먹구구 의사결정 체계론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정종태 한경닷컴 대표
![[정종태 칼럼] 정책결정 프로세스 이래도 되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07.34745331.1.jpg)
첫 번째에 해당하는 게 국민연금 공론화 과정이다. 연금 개편 논의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실패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지금 정부가 연금 개혁 논의를 시작한 것은 2022년. 그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연금을 3대 개혁의 첫 번째로 강조하면서부터다.
아니나 다를까. 특위는 난데없이 공론화 계획을 꺼내 들었다. 말이 공론화지 발을 빼겠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해서 시민대표단 500명이 선발됐고, 3주라는 짧은 학습 기간을 거쳐 ‘더 내고 더 받는’ 안이 도출됐다.
뒤늦게 시민대표단의 연령별 구성에서 미래에 돈을 내야 할 18세 미만은 배제됐고, 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 제공이 부실했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애당초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를 시민 500명한테 맡긴다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특위는 2017년 신고리 원전 재가동을 놓고 공론화에 부쳤던 사례를 참고했다고 하지만, 당시에도 국가 에너지 대계를 비전문가 시민들에게 맡긴다는 걸 놓고 얼마나 많은 논란이 일었나.
아직도 명확한 결론이 안 난 의대 증원 논란은 연금 공론화 과정과는 정반대의 경우다. 정부가 과도한 확신으로 절차를 아예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것에서 문제가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때도 임기 중반 의대 증원 문제를 불쑥 꺼냈다가 추진조차 못하고 거둔 적이 있다. 당시 의료 수요가 폭발한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밀린 측면도 있지만, 모든 절차를 생략하면서 여론전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이유가 컸다.
지금은 코로나 상황도 아니고, 의대 정원 확대는 의사 집단과 그들의 가족 말고는 전 국민 99%가 찬성하는 이슈다. 이렇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을 벌이면서 정부가 갈수록 코너로 몰리는 것은 정책 결정 프로세스를 무시한 탓이다. 뒤틀린 의료수가 체계, 이로 인해 필수의료가 펑크 난 문제부터 대안을 제시하고, 이걸 위해선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여론전을 벌인 후 숫자를 맨 마지막에 제시했다면 무난히 정부가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이걸 성급하게 숫자부터 질러놓고 과정은 생략한 채 밀어붙이니 꼬일 수밖에….
연금개혁과 의대 증원, 두 정책의 추진 과정은 정반대지만 공통점은 같다. 바로 집권자의 의지 문제다. 첫 번째는 밀어붙이겠다는 의지 없이 숙의민주주의를 내세워 회피하다 배가 산으로 간 것이고, 두 번째는 의지가 과해 절차를 무시하다가 벽에 부딪힌 것이다. 집권 내내 여소야대를 헤쳐가야 할 윤석열 정부는 정책을 추진할 때 지금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성사될까 말까다. 지금처럼 주먹구구식 의사결정 체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