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들여오는 ‘자본 리쇼어링’을 ‘유턴 투자’의 범위로 인정하고 보조금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업종의 유턴 투자 인센티브도 확대하기로 했다.

해외서 번 돈 국내 재투자도 '유턴' 인정…유통기업도 추가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안덕근 장관 주재로 열린 ‘유턴기업 지원정책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유턴 지원전략 2.0’을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주요 산업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자 첨단 기업의 국내 ‘유턴 투자’를 위한 인센티브를 강화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그동안 사업장 이전 등 물리적 이동에만 초점을 맞춰온 유턴 지원의 개념을 자본 이전으로 확장한 것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해외 법인에서 벌어들인 돈을 배당 등의 형태로 한국에 들여온 뒤 그 자금을 해외 생산을 대체할 국내 투자에 투입하면 유턴 투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자본 리쇼어링에 대한 기업 법인세 혜택이 늘어난 결과, 국내로 들어온 자금이 대폭 증가한 것을 보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144억1000만달러에 불과하던 자본 리쇼어링은 지난해 434억5000만달러(약 59조원)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 투자로 번 돈 일부가 유턴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관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유턴 투자의 기준과 혜택 등은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정하기로 했다.

첨단 기업의 유턴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강화했다. 정부는 유턴으로 인정받으려면 필요한 해외사업장 구조조정(청산·양도·축소) 의무를 면제해주는 업종을 현행 첨단기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핵심기술 제품에서 국가전략기술, 첨단전략기술, 미래자동차 부품·제품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첨단 기술 유턴 투자 시 보조금 지원 한도는 현행 최대 300억원(비수도권 기준)에서 400억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연구개발(R&D) 관련 비용을 50억원 추가 지원하는 내용도 담기로 했다.

국내 유턴을 막는다는 지적을 받는 규제도 완화한다. 정부는 제조업 중심인 유턴 인정 업종에 유통업을 새로 추가하고, 중장기적으론 아예 업종 요건을 폐지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외·국내 생산제품 간 동일성 기준도 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3단위)에서 중분류(2단위)로 완화한다.

업계는 이번 정책이 자국 내 첨단 산업을 지원하는 글로벌 흐름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체 지원 예산이 1000억원 수준으로 많지 않아 첨단 산업 투자를 주도하는 대기업이 받을 혜택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최근까지 유턴 지원을 받은 149개 기업 중 대기업은 4곳에 그친다. 산업계 관계자는 “첨단 기업의 국내 투자 유턴을 유도하기 위해선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