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록물관리법상 작성 의무 준수…보정심 회의록 있다"
의료계는 '불신' 역력…"보정심 회의록 '미작성' 사유로 고발"
의사들 "증원 확정하면 1주일 휴진하겠다 vs 정부 "환자들 생각해달라"
'의대증원 회의록' 공방…작성했다는 정부 vs 못믿는다는 의료계(종합)
의대 증원을 논의한 위원회, 협의체 등의 회의록을 둘러싼 의정(醫政) 공방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논의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을 작성하고,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합의 하에 보도자료 등으로 대신했다고 밝혔지만, 의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일부 사직 전공의는 7일 '회의록 미작성'을 이유로 조규홍 장관 등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고발했고, 정부 주장을 "범죄자의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의대 증원이 확정될 경우 의대 교수들은 '일주일 휴진'까지 불사할 수 있다는 입장마저 내비쳐 의정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악화하는 양상이다.

'의대증원 회의록' 공방…작성했다는 정부 vs 못믿는다는 의료계(종합)
◇ 정부 "보정심 회의록 있다…의정협의체는 의협과 협의해 회의록 안 남겨"
의료계와 복지부 등에 따르면 의대 증원이 논의된 회의체는 보정심, 의료현안협의체 등이다.

의대 2천명 증원이 결정된 후 학교별 배정은 교육부 산하 정원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에서 논의됐다.

이 중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기구는 보정심이다.

의료현안협의체와 배정위는 모두 공공기록물법에 따른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18조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회의, 주요 정책 심의를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 주요 직위자를 구성원으로 해 운영하는 회의, 개별법 또는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 그밖에 회의록의 작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요 회의 등은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

보정심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의료에 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위원회로, 정부와 의료 공급자 및 수요자, 전문가로 구성된다.

보정심은 지난 2월 6일 복지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의대 입학정원을 2천명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2천명 증원을 결정한 회의록을 공개하라면서 아예 회의록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이 확산하자 복지부는 지난 5일 "보정심 등 관련 회의체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일부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복지부는 이날도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보정심과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에 대한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대 증원을 결정한 근거 자료를 오는 10일까지 달라는 서울고등법원 요청에 따라 보정심 회의록 등을 제출할 계획이다.

'의대증원 회의록' 공방…작성했다는 정부 vs 못믿는다는 의료계(종합)
'회의록이 없는' 의료현안협의체는 논란에 휩싸였다.

의료현안협의체는 법에서 규정한 협의체가 아니라, 2020년 9월 4일 정부와 의협 간 합의에 따라 의사인력 확충 등을 포함한 의료현안 전반을 논의하고자 구성됐다.

지난해 1월 출범할 때 복지부와 당시 의협 집행부는 원활한 논의를 위해 회의록을 남기지 않기로 합의했다.

의사인력 확충 등 의료계 안팎에서 민감한 사항을 논의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회의록을 남기지 않는 대신 양측은 모두발언을 공개하고, 종료 후에는 서로 조율해 만든 문장이 담긴 합의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양측이 모두 배석한 상태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기도 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현안협의체는 의협과 협의해서 별도로 회의록 작성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그날그날 바로바로 언론인들에 상세하기 설명했기 때문에 문건으로 회의록을 작성한 것보다 훨씬 더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증원 회의록' 공방…작성했다는 정부 vs 못믿는다는 의료계(종합)

◇ "회의록 미작성은 직무유기"…의사들, 복지장관 고발 강행
보정심 회의록을 작성했다는 복지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직 전공의는 이날 '회의록 미작성'을 이유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 차관을 고발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복지부 장·차관과 교육부 이주호 장관·오석환 차관·심인철 인재정책기획관을 직무 유기, 공공기록물 폐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 변호사는 의대 증원 관련 다른 소송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다.

이들은 "보정심이 의대 증원 규모를 2천명으로 심의할 때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직무 유기, 폐기했다면 공공기록물 은닉·멸실 등에 해당한다"며 "2천명이 결정된 최초 회의록 공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의교협도 이날 성명에서 "보정심 회의에서 의대 증원 방안을 논의했다면 증원 찬반 여부, 증원한다면 몇 명을 증원할 것인가 등에 대한 치열한 논의와 표결 등 과정을 거쳐서 2천명이라는 숫자가 결정됐어야 한다"며 "우리는 이 논의 과정을 기록한 회의록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보정심 회의록을 작성했다고 밝힌 지난 5일 이후 사흘째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했으나, 의료계는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정 대표는 이날 고발의 변에서도 "만약 회의록이 없으면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시길 바란다"며 의구심을 거두지 못했다.

이 변호사 등 고발인들은 복지부가 의협과 협의해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을 남기지 않았고,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의료현안협의체는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에 있는 '그밖에 회의록의 작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요 회의'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이 변호사는 "회의록은 회의를 소집 또는 주관한 공공기관이 작성해야 하므로 박 차관이 '의협과 합의해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공공기록물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범죄자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전의교협 역시 이날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기로 의협과 합의했다고 해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 건 공공기관의 회의록 작성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말을 보탰다.

전의교협은 배정위도 회의록이 작성돼야 하는 '주요 회의'라고 주장하면서 참여한 위원들의 명단 역시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의료현안협의체, 보정심은 명단을 공개하면서 유독 배정위만 명단을 공개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배정위가 유명무실한 거수기 역할을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현안협의체의 회의록이 없는 건 당시 의협 집행부와의 합의에 따른 것이지만, 현 집행부도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임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백 년 국가 의료정책에 대해 회의 후 남은 게 겨우 보도자료밖에 없다"고 적었다.

의협은 회의록 대신 남아있는 보도자료를 보더라도 '2천명 증원'이 언급된 적이 없다며 증원 논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정부는 최종 증원 규모를 결정하기 전에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사 수 부족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반박한다.

박 차관은 "정부가 여러 의견을 듣고 2천명을 결정하는 것이지, 그것을 의협과 미리 사전에 상의하고 동의받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의료현안협의체에서) 2천명 언급이 없으므로 증원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하는 데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의대증원 회의록' 공방…작성했다는 정부 vs 못믿는다는 의료계(종합)
◇ 회의록 공방 속 '일주일 휴진' 가능성…정부 "환자 생각해야"
회의록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진료 현장에서는 의대 교수들의 휴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오는 10일 전국에서 하루 동안 휴진할 계획을 알리면서 정부가 의대 증원을 확정하면 일주일간 집단 휴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 일부가 지난달 30일과 지난 3일 하루 휴진한 바 있는데, 일주일로 기간이 길어질 경우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증원 확정 시 의대 교수들은 진료를 더 축소하는 쪽으로 추가 대응도 고려 중이다.

주 1회인 휴진 횟수를 더 늘리거나, 정기적인 휴진을 계속하면서 반발할 수 있다.

의대 교수들이 '10일 전국 휴진'과 '1주일간 휴진' 계획을 밝히자 정부는 집단행동을 멈추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일부 의대교수 단체는 5월 10일 전국 휴진, 증원 확정 시 1주간 집단 휴진을 거론하고 있다"며 "생사의 기로에서 싸우고 있는 환자분들과 가족들을 생각해 집단행동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의료개혁을 끝까지 완수해내겠다"며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