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의과대학 정원을 38명 증원하기로 했던 부산대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안을 7일 부결했다. 의대 증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의대 증원을 신청한 32개 대학 중 관련 학칙 개정안을 부결한 건 부산대가 처음이다. 의대 증원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대학들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대는 이날 대학본부에서 열린 교무회의에서 정부의 정원 배정에 따른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심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단과대학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로써 부산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고 기존 정원인 125명만 선발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산대는 당초 75명을 배정받았으나 2025학년도에는 50%인 38명만 뽑기로 했다. 하지만 교무회의에서 38명 증원도 부결한 것이다.

부산대는 “적절한 규모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 필요성에 이견이 없었지만 개별 대학이 증원 규모를 확정하기 전에 국가공동체의 책임 있는 주체들이 하루속히 만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선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교무위원들이 의대생 집단유급 위기와 전공의 부재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대학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에 모두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교무회의에 앞서 의대생과 교수들은 피켓 시위를 벌였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정부의 증원 결정 과정에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대생의 의견 수렴 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법상 의대 학생 정원은 대학의 장이 학칙으로 정할 때,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며 “부산대의 학칙 개정이 최종 무산되면 교육부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학생 모집 정지 등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