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늘어나면 집값 떨어지는거 아니었어?" [송승현의 부동산 플러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변화'는 경제학의 기본 논리입니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하락하고,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릅니다. 반면 수요가 늘면 가격이 뛰고,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내리죠.
하지만 시장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발생합니다. 매물이 늘고 있는데도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패러독스(모순)입니다.
부동산 정보제공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5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물은 37만건이 쌓여있습니다.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이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집값이 내리는 모습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급이 계속되는 데 가격이 뛰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먼저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때는 매물이 함께 늘더라도 수요를 충족시키기 충분치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지역이 성장하는 과정에선 인프라, 교육 시설, 교통 편의성 등이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함께 작용할 때 해당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주택 가치가 상승합니다. 성장지역에서는 매물 수가 증가하더라도 가격이 뛸 수 있는 것입니다.
투자나 투기적인 요인이 맞물릴 때도 이런 현상이 빚어집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외지인의 매매 건수가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지난 3월 기준 외지인이 매수한 서울 아파트는 785가구였습니다. 전월보다 164건 증가한 수준입니다.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전체 건수의 22.54%로 10명 중 2명의 외지인이 서울 아파트를 산 셈입니다. 정책적인 부분도 부동산 시장의 '모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올해는 신생아 특례대출이라는 정책 대출이 시장에 풀렸습니다. 지난해 나왔던 특례보금자리론보다는 정책 파급력이 낮지만, 시장에선 이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084건으로 2021년 8월(4065건) 이후 2년 7개월 만에 4000건을 넘겼습니다. 작년보다 힘이 약한 정책에도 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유의미한 결과입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인 부분도 크게 작용합니다. 매물이 늘더라도 시장을 옥죄는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가격이 뛸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정부는 최근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운 상황에 부딪혔습니다.
법안이 통과돼야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이에 따라 공급량이 늘어날 겁니다. 그런데 규제로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소비자들은 현 상황에서 집을 사는 등 선택에 나서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만 가격 변동을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습니다. 매물은 물론 상승과 하락 거래의 비중, 경기를 판단하는 다양한 지수,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지수, 통화량 등 다양한 요인들이 얽히고설켜 집값을 만들어냅니다.
휴지 한 통을 사더라도 다양한 플랫폼을 검색하고 100원이라도 싼 곳을 찾아 사는 시대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내 집 마련'이라는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면 단순하게 수요와 공급만 볼 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하지만 시장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발생합니다. 매물이 늘고 있는데도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패러독스(모순)입니다.
부동산 정보제공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5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물은 37만건이 쌓여있습니다.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이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집값이 내리는 모습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급이 계속되는 데 가격이 뛰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먼저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때는 매물이 함께 늘더라도 수요를 충족시키기 충분치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지역이 성장하는 과정에선 인프라, 교육 시설, 교통 편의성 등이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함께 작용할 때 해당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주택 가치가 상승합니다. 성장지역에서는 매물 수가 증가하더라도 가격이 뛸 수 있는 것입니다.
투자나 투기적인 요인이 맞물릴 때도 이런 현상이 빚어집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외지인의 매매 건수가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지난 3월 기준 외지인이 매수한 서울 아파트는 785가구였습니다. 전월보다 164건 증가한 수준입니다.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전체 건수의 22.54%로 10명 중 2명의 외지인이 서울 아파트를 산 셈입니다. 정책적인 부분도 부동산 시장의 '모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올해는 신생아 특례대출이라는 정책 대출이 시장에 풀렸습니다. 지난해 나왔던 특례보금자리론보다는 정책 파급력이 낮지만, 시장에선 이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084건으로 2021년 8월(4065건) 이후 2년 7개월 만에 4000건을 넘겼습니다. 작년보다 힘이 약한 정책에도 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유의미한 결과입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인 부분도 크게 작용합니다. 매물이 늘더라도 시장을 옥죄는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가격이 뛸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정부는 최근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운 상황에 부딪혔습니다.
법안이 통과돼야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이에 따라 공급량이 늘어날 겁니다. 그런데 규제로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소비자들은 현 상황에서 집을 사는 등 선택에 나서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만 가격 변동을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습니다. 매물은 물론 상승과 하락 거래의 비중, 경기를 판단하는 다양한 지수,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지수, 통화량 등 다양한 요인들이 얽히고설켜 집값을 만들어냅니다.
휴지 한 통을 사더라도 다양한 플랫폼을 검색하고 100원이라도 싼 곳을 찾아 사는 시대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내 집 마련'이라는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면 단순하게 수요와 공급만 볼 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