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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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계가 팬데믹 시기 축적한 초과저축이 소진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계 여윳돈이 2년여만에 바닥남에 따라 미국 경제를 떠받쳐온 개인 소비가 줄어들 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자료를 인용, 팬데믹 이후 미국 가계가 축적한 초과저축액이 올 3월 기준으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가계는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초과저축액을 축적했다. 이 기간 중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출이 줄어든 데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으로 인해 여윳돈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미국 가계의 초과저축액은 2021년 8월에 2조1000억달러(약 2850조원)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반 동안 점진적으로 줄어들었다. 월 평균 700억달러로 줄던 초과저축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월 850억달러로 감소 속도가 빨라졌다.
美 경제 받치던 초과저축 '바닥'…그래도 끄떡없다는데 왜?
초과저축이 바닥나면서 미국 소비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초과저축은 미국 가계의 전반적인 재정 건전성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왔고 소비자 지출은 미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지난 2년간 견조한 성장세를 이끌어왔다"고 분석했다.

다만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미국 가계의 초과저축이 소진되더라도 미국 소비는 급감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초과저축은 견조한 소비를 이끈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해 다른 이유로 인해 소비는 계속 강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강력한 노동시장을 대표적 요인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역사적 최저 수준인 실업률과 평균 이상의 임금 증가 속도, 월별 신규 일자리라 꾸준히 20만개 가량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함께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팬데믹과 무관한 저축을 소비의 다른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햄자 압델라흐만 샌프란시스코 연은 연구원은 "지난 한 해 동안 가계의 주식과 기타 자산 보유액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가계가 여러 자산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한 소비는 견조한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고금리로 인해 팬데믹 이전 10년 기간보다 금융비용이 더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신용카드와 개인 대출을 이용해 현재의 소비습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