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가치 5년간 95% 폭락…연말까지 2만 페소 지폐도 발행 계획
"인플레에 뭉칫돈 들고다녀" 아르헨, 최고액 1만페소 지폐 발행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화폐 가치가 폭락한 아르헨티나에서 새로운 최고액권 지폐가 발행됐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7일(현지시간) 기존 최고액권인 2천 페소의 5배 가치인 1만 페소 지폐 유통을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1만 페소는 공식 환율 기준 11달러(약 1만5천원)에 해당한다.

아르헨티나 당국은 지난해 최고액권을 1천 페소에서 2천 페소로 올렸고 시중에서는 아직 2천 페소 지폐 사용도 비교적 드문 상황인데, 또다시 최고액권을 바꾼 것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연말까지 2만페소권 지폐 유통도 시작할 계획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번 1만 페소권 지폐 발행을 통해 이용자 간 거래를 용이하게 하는 한편 금융시스템을 효율화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르헨티나는 3월 기준 연간 인플레이션이 287%에 달할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한 상태이며, 페소 가치는 지난 5년간 95%나 줄어들었다.

아르헨티나 상점들이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작은 물건을 살 때도 뭉칫돈을 들고 다니고 지출 규모가 커지면 가방에 돈을 넣어 짊어지고 다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페소화 가치를 진정시키기 위해 화폐 발행을 통해 지출해온 전임 정부의 관행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밀레이 대통령은 또 대선 과정서 페소화를 폐지하고 달러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지만, 우선은 페소화의 가치하락을 인정하고 이를 유지하면서 고액권 지폐 신규 발행에 나서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해 133%였던 기준금리를 5차례에 걸쳐 50%로 낮춘 상태다.

아르헨티나의 월간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2월 26%로 고점을 찍은 뒤 3월에는 11%로 떨어졌으며, 밀레이 대통령은 다음 주 발표될 4월 수치가 한 자릿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AFP는 아르헨티나에서 고액권 지폐 발행은 새로운 일이 아니며 1980년대에는 액면가 100만 페소 지폐도 발행된 적 있다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가 1991년 당시 화폐 단위인 1만 아우스트랄을 1페소로 개혁하면서 탄생한 현재의 페소화는 '1페소=1달러'의 가치로 시작했지만 이후 가치가 폭락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