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회 선거]"회계업계 쟁점, 치밀하게 밀어붙일 것…직역·지역별 지원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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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딜로이트안진 회장
업권 먹거리 넓혀온 '합리적 승부사'…정재계 네트워크 탄탄
균형있게 전반 아우르는 한공회 추진
이사회는 세대교체, 지방회계사회는 지원 확대
"경험·자원 총동원해 업권 대변할 것…안진 회장은 내려놓겠다"
"주기적지정제 수성…신규 공인회계사 교육 프로그램 만들어 업권 단결도"
업권 먹거리 넓혀온 '합리적 승부사'…정재계 네트워크 탄탄
균형있게 전반 아우르는 한공회 추진
이사회는 세대교체, 지방회계사회는 지원 확대
"경험·자원 총동원해 업권 대변할 것…안진 회장은 내려놓겠다"
"주기적지정제 수성…신규 공인회계사 교육 프로그램 만들어 업권 단결도"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회장은 묵묵한 승부 근성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딜로이트안진 세무본부장 시절, 당시까지는 법무법인의 독점 영역으로 통했던 조세불복·법령개정·국제조세 등 세무자문 사업을 개척해 회계법인의 먹거리로 끌고 왔다. 2017년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이후 크게 흔들린 딜로이트안진의 대표로 뽑혔다. 정관계와 산업계 등 백방으로 뛰며 사태를 수습했다.
이 회장은 다음달 19일 치러질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낸다. 선거가 끝나면 당락과 관계없이 딜로이트안진을 완전히 떠나겠다며 배수진도 쳤다. 특정 조직이 아니라 40여년간 몸담은 회계업계 전반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놓겠다는 각오다.
이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쌓은 경험과 자원을 총동원해 회계업계의 이해 사안을 밀어붙일 자신이 있다”며 “요란하지 않더라도 일을 효과적으로 성사시킬 방법을 치밀하게 찾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출마 이유는
1983년에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해 40여년간 회계사로 일했다. 모든 회계사들이 그렇겠지만 매일 출근해 일하면서 쌓인 생각들이 많다. 회계업계의 위상 등에 대해 아쉬운 점도 있고, 업계 내부에 대해 보완이 필요한 점도 보인다. 이런 점을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
Q. 이른바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소속 회계사다
한 조직에서 오래 일한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근본적으로는 회계업 자체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이제는 개별 법인이 아니라 업권 전체를 위해 전력을 다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선거가 열리는 당일엔 당락과 관계없이 딜로이트안진 회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다. 조직에서 완전히 은퇴해 돌아가지 않겠다. 이미 딜로이트안진 임원들에겐 이같은 결정을 얘기했다.
업계 일각에선 한공회가 그간 ‘빅4’ 위주 이해관계에 충실했다는 불만이나 문제의식이 있다. 이같은 생각의 골을 잘 메꿔내고 업권 전부를 아우르는 통합 작업이 필요하다.
빅4든 로컬이든 어느 한 쪽이 없는 회계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 빅4 출신이 로컬 회계법인의 사정을 아주 깊이 알 수 없듯, 로컬 회계법인 역시 빅4에 대해 그렇다.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점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한공회 운영 청사진을 그려가겠다. 지역별 리더십을 비롯해 단위체계별로 의견을 경청하겠다. 이는 단순히 한공회 대내적인 문제도 아니다. 협회가 잘 조직돼있지 않으면 대외적으로 힘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Q. 한공회장이 되기 위한 강점이 있다면
딜로이트안진이라는 큰 조직의 대표를 맡아 까다로운 일 처리를 여럿 해봤다는 점이다. 주기적 지정제 수성 등 이해 사안을 성사시키는 것은 단순히 의지로만 되는 게 아니다. 온갖 이해관계자들과 부딪히며 일이 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때마다 강경하게 버틸 줄도, 설득할 줄도, 그리고 읍소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엔 본부장과 대표 등을 거치면서 이골이 났다.
정재계와 학계, 언론, 시민사회 등에 발이 넓은 것도 장점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통해 업계 외부에서도 회계업계의 목소리를 좀더 주의깊게 듣도록 할 수 있어서다. 특히 지금은 외부감사법과 회계사 선발 인원 등 법과 제도 관련 사안이 중요한 때라 소통력이 중요할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과는 1990년대부터 단체 활동을 해오면서 교류를 해왔다. IMF 이후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법인 '함께 일하는 사회(옛 실업극복 국민운동위원회)' 감사로 활동한 게 대표적이다. 법무부와 함께하며 직접 이사장을 맡았던 자원봉사단체 '좋은친구 만들기 운동'에는 17대 국회 여야 초선의원들이 참여해 함께 활동했다.
당시 활발하게 협업한 여야 의원 중엔 이제 중진급으로 22대 국회에도 입성할 예정인 이들이 여럿 있다. 처음부터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라 봉사활동을 위해 만난 이들인 만큼 이야기가 잘 통한다. 재정학회 이사, 회계학회 부회장, 조세정책학회와 세무학회 고문 등을 역임하며 회계관련 학계와도 인연이 깊다.
Q. 공인회계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싶은가
공인회계사회가 직역단체로서 아직 회원들에게도, 대중에게도 큰 신뢰나 영향력을 주진 못하고 있다. 회계사가 3만명인 시대인데도 그렇다. 주요 전문가 집단으로서 사회적으로 입장을 더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주요 회계 사안에 대한 목소리를 훨씬 키울 것이다. 단순히 발표만 해선 얘기가 통하지 않을테니 영역별로 회계산업적 입장을 정리하고, 관계자들과 대화·설득·조율을 하는 조직을 만들겠다. '회계와 사회위원회'다. 정부, 국회, 언론, 학계, 시민사회 5대 영역을 겨냥해 업계의 공동 노력을 일관된 계획 하에 전략적으로 실천하도록 하겠다. 우리끼리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제로 어젠다 실행력이 있는 조직을 만들자는 것이다.
회계산업의 성장과 균형발전을 위해 감사, 재무자문, 세무자문 및 경영자문 등 직역별 성장계획을 수립하고 회계사회 주요 사업 체제를 개편하겠다. 각 직역별로 소위도 구성해 5대 소위체제로 운영할 것이다.
5대 지방회계사회 위상 제고에도 나서겠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전주 5대 지회에 3000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회계사회의 존재와 역할을 사회 전반에 전파하고 구현하는 중요 단위다. 공인회계사회의 대외활동에 있어선 대(對) 국회 관계가 중요하다. 이를 고려해도 전국 각지에 지역적 근거를 갖고 있는 지방회계사회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경쟁 영역에 있는 다른 전문자격사 단체와의 비교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시급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지회의 위상과 존재의의에 맞는 인식 제고, 경제적 지원 확대, 한공회 리더십에의 참여 확대가 각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규 선발 회계사들의 합숙 연수 프로그램도 추진하고자 한다. 변호사들과 달리 회계사들은 자기 기수를 모르기가 일쑤다. 개별 회계법인이나 회사에서만 수습 생활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입사기수만 알게 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회계사들이 소속한 조직을 넘어 직역군으로서의 동류의식을 키우기가 어렵다. 이렇다보니 업권 내에서도 서로간 갈등 요소에 집중한채로 한 목소리를 내기가 계속 어려워지는 구조다. 회계사들이 사회에 나가기 직전에 짧게나마 합숙 연수를 제공하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사회에 본격적으로 나가기 직전에 같은 업권에서 마음 맞는 이들을 찾고, 인맥을 쌓는 것은 회계사 각자의 인생에도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Q. 회계사회와 감독당국과의 관계는 어떻다고 보나
회계사회와 감독당국은 한국 회계산업의 공적 분담을 위해 역할을 나누고 있다. 즉 서로 수평을 지향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맥락에서 마치 수직관계처럼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회계 산업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으니 감독기구의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현재 '빅4'의 경우엔 조직이 큰 만큼 대응 능력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문제 의식이 적을 수 있지만, 빅4가 아닌 다른 회계법인들은 당국에 대해 상당히 애로사항이 많다. 인적·물적 한계가 큰 소규모 회계법인에서 당국의 요구에 잘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사안별로 회계사회가 입장정리를 해 개별 법인들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감독기관에 설명하고, 건의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한다. 한국회계산업의 미래라는 차원에서 적시에 적절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본다. 필요한 경우엔 설득을 하고. 때로는 싸울 수 있는 결기도 있어야 한다.
Q. 중소회계법인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감독당국이 등록법인협의회 소속 법인들을 비롯한 중견·중소 회계법인을 너무 계도의 대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원펌 체제'를 유도하는 게 그렇다. 각 법인들이 길게는 수십년간 원펌을 하지 않은 근거 또한 있을 것이다.
원펌 체제의 목적은 원펌이라는 구조 자체를 이루는 게 아니라 회계감사의 품질 제고다. 그렇다면 무조건 '원펌'이라는 길 하나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같은 목적지로 가는 다른 길을 찾고 그 길을 정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감독당국과 협의해 이 길을 찾는 과정을 적극 돕겠다.
적절한 기준에 의한 시장 균분도 고려해 볼 문제다. 회계업계 곳곳에선 '빅4'가 빅4 마켓에 충실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계산업에선 대기업 격인데 골목상권까지 들어오느냐는 지적이다.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중소기업 고유업종을 설정하는 것처럼 산업적으로 봐도 일부 고유의 영역과 시장을 균분해주는 것이 전체 파이를 키우는 길이라고 본다. 이는 개별 법인간 협상으론 할 수 없는 일이고, 협회가 큰 틀에서의 지도력을 발휘해 나서야 한다. 상호간에 동의할 수 있는 법인유형별 규모와 주요 시장 등의 존재를 인정하고 협력하도록 돕겠다.
Q. 신외감법에 대한 입장은
주기적지정제로 대표되는 신외감체제는 반드시 수성해야 한다. 2017년 만들어져서 2018년부터 시행됐으니 아직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제도다. 이 제도를 한동안 유효하게 지켜나가야 한다는게 회계업계 최대의 현안이자 과제라고 본다. 앞서 언급한 대외적 협의체를 강화하려는 것도 이 이유가 크다.
Q. 기업들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주기적 지정제가 공인회계사회와 피감기업들간의 대결인 것처럼 흔히 얘기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 회계의 주체는 기업이다. 회계산업은 이를 지원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다 정부가 제도를 관리하는 구조다.
기업의 회계 실패는 기업의 실패다. 타격이 기업에 가장 크게 간다. 여기에다 검증단위로서 회계법인, 정책 관리자로서의 정부도 실패를 공유하게 된다. 결국 셋이 한 배를 탄 구도라는 얘기다.
기업 회계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화 된 만큼 더욱 중요해졌다. 회계를 믿지 못하는 기업에게 글로벌 투자자들이 돈을 대겠는가. 한국 안에서 내가 이기고 네가 지는 내부 게임이 아니라 이미 글로벌 게임이다. 일부 기업들이 제기한 '갑질' 문제 등은 주기적지정제의 근본적인 폐해가 아니다. 제도 자체를 바꿀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지혈해야 하는 것이 맞다.
Q. 회계사 선발인원은 어떻게 보나
선발 인원을 결정하는 금융위원회와 논의해 신규 자격사 공급이 실제 회계산업의 수요와 좀더 연동이 되도록 해야 한다. 작년 1100명이 최소 선발인원이었다. 이중 빅4는 750~800명을 수용했다. 원하는 수습처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약 300명쯤 된다는 얘기다. 올해는 선발 인원이 1250명으로 더 늘어나기 때문에 이 갭이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현재는 선발 인원 결정 과정이나 근거도 공개되어 있지 않다.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요 고려요소가 어떻게 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회계산업의 전반적인 수용을 끌어올리고,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내년에 몇 명을 뽑겠다'는 식이 아니라 3~5년간 중기적인 기간 범위 안에서 예시제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경기 전망과 수급관계를 고려해 탄력성을 반영할 수 있지 않나. 경기가 급격히 둔화한 해에도 전년도 정해진 수치를 따르는 것은 회계산업의 수요 공급에 대한 고려가 빠진 것으로 보인다.
Q. 한공회 내 세대 교체를 주요 사안으로 짚었다
공인회계사회의 75%가 청년이다. 여성의 비율도 누적으로는 20%, 최근 자격사를 취득하는 비율로는 40%까지 올랐다. 이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한공회 이사회의 구성 방식을 바꿔서 이들의 목소리를 좀더 반영하도록 하겠다. 이사회는 다수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대의 조직인데, 보통 각 법인의 대표와 파트너들이 참석한다. 젊은 세대 목소리가 아젠다에 반영될 여지부터가 없다는 얘기다. 사실 대표와 파트너는 이사회 말고도 소통 자리가 많으니 이사회 구성을 바꾸더라도 기존 대비 '마이너스'의 여지는 크지 않다. 반면 이사회에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간 경우에 따른 상방 여지는 크다. 이사회를 청년층에 더 열어주면 한공회와 회계업계 전반에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선한결/김익환 기자 always@hankyung.com
이 회장은 다음달 19일 치러질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낸다. 선거가 끝나면 당락과 관계없이 딜로이트안진을 완전히 떠나겠다며 배수진도 쳤다. 특정 조직이 아니라 40여년간 몸담은 회계업계 전반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놓겠다는 각오다.
이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쌓은 경험과 자원을 총동원해 회계업계의 이해 사안을 밀어붙일 자신이 있다”며 “요란하지 않더라도 일을 효과적으로 성사시킬 방법을 치밀하게 찾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출마 이유는
1983년에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해 40여년간 회계사로 일했다. 모든 회계사들이 그렇겠지만 매일 출근해 일하면서 쌓인 생각들이 많다. 회계업계의 위상 등에 대해 아쉬운 점도 있고, 업계 내부에 대해 보완이 필요한 점도 보인다. 이런 점을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
Q. 이른바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소속 회계사다
한 조직에서 오래 일한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근본적으로는 회계업 자체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이제는 개별 법인이 아니라 업권 전체를 위해 전력을 다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선거가 열리는 당일엔 당락과 관계없이 딜로이트안진 회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다. 조직에서 완전히 은퇴해 돌아가지 않겠다. 이미 딜로이트안진 임원들에겐 이같은 결정을 얘기했다.
업계 일각에선 한공회가 그간 ‘빅4’ 위주 이해관계에 충실했다는 불만이나 문제의식이 있다. 이같은 생각의 골을 잘 메꿔내고 업권 전부를 아우르는 통합 작업이 필요하다.
빅4든 로컬이든 어느 한 쪽이 없는 회계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 빅4 출신이 로컬 회계법인의 사정을 아주 깊이 알 수 없듯, 로컬 회계법인 역시 빅4에 대해 그렇다.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점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한공회 운영 청사진을 그려가겠다. 지역별 리더십을 비롯해 단위체계별로 의견을 경청하겠다. 이는 단순히 한공회 대내적인 문제도 아니다. 협회가 잘 조직돼있지 않으면 대외적으로 힘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Q. 한공회장이 되기 위한 강점이 있다면
딜로이트안진이라는 큰 조직의 대표를 맡아 까다로운 일 처리를 여럿 해봤다는 점이다. 주기적 지정제 수성 등 이해 사안을 성사시키는 것은 단순히 의지로만 되는 게 아니다. 온갖 이해관계자들과 부딪히며 일이 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때마다 강경하게 버틸 줄도, 설득할 줄도, 그리고 읍소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엔 본부장과 대표 등을 거치면서 이골이 났다.
정재계와 학계, 언론, 시민사회 등에 발이 넓은 것도 장점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통해 업계 외부에서도 회계업계의 목소리를 좀더 주의깊게 듣도록 할 수 있어서다. 특히 지금은 외부감사법과 회계사 선발 인원 등 법과 제도 관련 사안이 중요한 때라 소통력이 중요할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과는 1990년대부터 단체 활동을 해오면서 교류를 해왔다. IMF 이후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법인 '함께 일하는 사회(옛 실업극복 국민운동위원회)' 감사로 활동한 게 대표적이다. 법무부와 함께하며 직접 이사장을 맡았던 자원봉사단체 '좋은친구 만들기 운동'에는 17대 국회 여야 초선의원들이 참여해 함께 활동했다.
당시 활발하게 협업한 여야 의원 중엔 이제 중진급으로 22대 국회에도 입성할 예정인 이들이 여럿 있다. 처음부터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라 봉사활동을 위해 만난 이들인 만큼 이야기가 잘 통한다. 재정학회 이사, 회계학회 부회장, 조세정책학회와 세무학회 고문 등을 역임하며 회계관련 학계와도 인연이 깊다.
Q. 공인회계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싶은가
공인회계사회가 직역단체로서 아직 회원들에게도, 대중에게도 큰 신뢰나 영향력을 주진 못하고 있다. 회계사가 3만명인 시대인데도 그렇다. 주요 전문가 집단으로서 사회적으로 입장을 더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주요 회계 사안에 대한 목소리를 훨씬 키울 것이다. 단순히 발표만 해선 얘기가 통하지 않을테니 영역별로 회계산업적 입장을 정리하고, 관계자들과 대화·설득·조율을 하는 조직을 만들겠다. '회계와 사회위원회'다. 정부, 국회, 언론, 학계, 시민사회 5대 영역을 겨냥해 업계의 공동 노력을 일관된 계획 하에 전략적으로 실천하도록 하겠다. 우리끼리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제로 어젠다 실행력이 있는 조직을 만들자는 것이다.
회계산업의 성장과 균형발전을 위해 감사, 재무자문, 세무자문 및 경영자문 등 직역별 성장계획을 수립하고 회계사회 주요 사업 체제를 개편하겠다. 각 직역별로 소위도 구성해 5대 소위체제로 운영할 것이다.
5대 지방회계사회 위상 제고에도 나서겠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전주 5대 지회에 3000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회계사회의 존재와 역할을 사회 전반에 전파하고 구현하는 중요 단위다. 공인회계사회의 대외활동에 있어선 대(對) 국회 관계가 중요하다. 이를 고려해도 전국 각지에 지역적 근거를 갖고 있는 지방회계사회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경쟁 영역에 있는 다른 전문자격사 단체와의 비교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시급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지회의 위상과 존재의의에 맞는 인식 제고, 경제적 지원 확대, 한공회 리더십에의 참여 확대가 각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규 선발 회계사들의 합숙 연수 프로그램도 추진하고자 한다. 변호사들과 달리 회계사들은 자기 기수를 모르기가 일쑤다. 개별 회계법인이나 회사에서만 수습 생활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입사기수만 알게 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회계사들이 소속한 조직을 넘어 직역군으로서의 동류의식을 키우기가 어렵다. 이렇다보니 업권 내에서도 서로간 갈등 요소에 집중한채로 한 목소리를 내기가 계속 어려워지는 구조다. 회계사들이 사회에 나가기 직전에 짧게나마 합숙 연수를 제공하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사회에 본격적으로 나가기 직전에 같은 업권에서 마음 맞는 이들을 찾고, 인맥을 쌓는 것은 회계사 각자의 인생에도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Q. 회계사회와 감독당국과의 관계는 어떻다고 보나
회계사회와 감독당국은 한국 회계산업의 공적 분담을 위해 역할을 나누고 있다. 즉 서로 수평을 지향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맥락에서 마치 수직관계처럼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회계 산업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으니 감독기구의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현재 '빅4'의 경우엔 조직이 큰 만큼 대응 능력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문제 의식이 적을 수 있지만, 빅4가 아닌 다른 회계법인들은 당국에 대해 상당히 애로사항이 많다. 인적·물적 한계가 큰 소규모 회계법인에서 당국의 요구에 잘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사안별로 회계사회가 입장정리를 해 개별 법인들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감독기관에 설명하고, 건의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한다. 한국회계산업의 미래라는 차원에서 적시에 적절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본다. 필요한 경우엔 설득을 하고. 때로는 싸울 수 있는 결기도 있어야 한다.
Q. 중소회계법인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감독당국이 등록법인협의회 소속 법인들을 비롯한 중견·중소 회계법인을 너무 계도의 대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원펌 체제'를 유도하는 게 그렇다. 각 법인들이 길게는 수십년간 원펌을 하지 않은 근거 또한 있을 것이다.
원펌 체제의 목적은 원펌이라는 구조 자체를 이루는 게 아니라 회계감사의 품질 제고다. 그렇다면 무조건 '원펌'이라는 길 하나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같은 목적지로 가는 다른 길을 찾고 그 길을 정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감독당국과 협의해 이 길을 찾는 과정을 적극 돕겠다.
적절한 기준에 의한 시장 균분도 고려해 볼 문제다. 회계업계 곳곳에선 '빅4'가 빅4 마켓에 충실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계산업에선 대기업 격인데 골목상권까지 들어오느냐는 지적이다.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중소기업 고유업종을 설정하는 것처럼 산업적으로 봐도 일부 고유의 영역과 시장을 균분해주는 것이 전체 파이를 키우는 길이라고 본다. 이는 개별 법인간 협상으론 할 수 없는 일이고, 협회가 큰 틀에서의 지도력을 발휘해 나서야 한다. 상호간에 동의할 수 있는 법인유형별 규모와 주요 시장 등의 존재를 인정하고 협력하도록 돕겠다.
Q. 신외감법에 대한 입장은
주기적지정제로 대표되는 신외감체제는 반드시 수성해야 한다. 2017년 만들어져서 2018년부터 시행됐으니 아직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제도다. 이 제도를 한동안 유효하게 지켜나가야 한다는게 회계업계 최대의 현안이자 과제라고 본다. 앞서 언급한 대외적 협의체를 강화하려는 것도 이 이유가 크다.
Q. 기업들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주기적 지정제가 공인회계사회와 피감기업들간의 대결인 것처럼 흔히 얘기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 회계의 주체는 기업이다. 회계산업은 이를 지원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다 정부가 제도를 관리하는 구조다.
기업의 회계 실패는 기업의 실패다. 타격이 기업에 가장 크게 간다. 여기에다 검증단위로서 회계법인, 정책 관리자로서의 정부도 실패를 공유하게 된다. 결국 셋이 한 배를 탄 구도라는 얘기다.
기업 회계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화 된 만큼 더욱 중요해졌다. 회계를 믿지 못하는 기업에게 글로벌 투자자들이 돈을 대겠는가. 한국 안에서 내가 이기고 네가 지는 내부 게임이 아니라 이미 글로벌 게임이다. 일부 기업들이 제기한 '갑질' 문제 등은 주기적지정제의 근본적인 폐해가 아니다. 제도 자체를 바꿀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지혈해야 하는 것이 맞다.
Q. 회계사 선발인원은 어떻게 보나
선발 인원을 결정하는 금융위원회와 논의해 신규 자격사 공급이 실제 회계산업의 수요와 좀더 연동이 되도록 해야 한다. 작년 1100명이 최소 선발인원이었다. 이중 빅4는 750~800명을 수용했다. 원하는 수습처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약 300명쯤 된다는 얘기다. 올해는 선발 인원이 1250명으로 더 늘어나기 때문에 이 갭이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현재는 선발 인원 결정 과정이나 근거도 공개되어 있지 않다.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요 고려요소가 어떻게 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회계산업의 전반적인 수용을 끌어올리고,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내년에 몇 명을 뽑겠다'는 식이 아니라 3~5년간 중기적인 기간 범위 안에서 예시제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경기 전망과 수급관계를 고려해 탄력성을 반영할 수 있지 않나. 경기가 급격히 둔화한 해에도 전년도 정해진 수치를 따르는 것은 회계산업의 수요 공급에 대한 고려가 빠진 것으로 보인다.
Q. 한공회 내 세대 교체를 주요 사안으로 짚었다
공인회계사회의 75%가 청년이다. 여성의 비율도 누적으로는 20%, 최근 자격사를 취득하는 비율로는 40%까지 올랐다. 이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한공회 이사회의 구성 방식을 바꿔서 이들의 목소리를 좀더 반영하도록 하겠다. 이사회는 다수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대의 조직인데, 보통 각 법인의 대표와 파트너들이 참석한다. 젊은 세대 목소리가 아젠다에 반영될 여지부터가 없다는 얘기다. 사실 대표와 파트너는 이사회 말고도 소통 자리가 많으니 이사회 구성을 바꾸더라도 기존 대비 '마이너스'의 여지는 크지 않다. 반면 이사회에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간 경우에 따른 상방 여지는 크다. 이사회를 청년층에 더 열어주면 한공회와 회계업계 전반에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선한결/김익환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