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보다 저급해" X등급 받고도 아카데미 석권한 최초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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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김효정의 금지된 영화 욕망의 기록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 스틸컷](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01.36653715.1.jpg)
존 슐레진저의 <미드나잇 카우보이>는 텍사스에서 접시닦이로 살아가던 ‘조 벅’ (존 보이트)이 뉴욕에서 노숙자이자 사기꾼인 ‘랫죠’ (더스틴 호프만)를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메이저 스튜디오 중심의 올드 할리우드 시대가 저물고 젊은 감독들의 대거 등장으로 새롭게 떠 오른 뉴 할리우드 시네마의 대표작인 <미드나잇 카우보이>는 남성의 성 노동, 동성애의 재현, 수위 높은 섹스신으로 X 등급 (등급 외 상영관에서만 상영이 가능한 등급, 포르노 영화나 문제적인 장면이 포함되는 영화들에게 부여된다)을 받기도 했다.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 스틸컷 ©IMDb](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01.36653917.1.jpg)
궁극적으로 <미드나잇 카우보이>는 가진 것은 건장한 육체와 수려한 외모뿐인 조 벅이 그의 ‘젊음’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속할 수 있는 공간이 미국 사회에서 가장 낮고 천한 지하 세계뿐이라는 암울한 사실을 암시한다. 이는 영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베트남 반전운동과 민권운동의 시위 현장과 무관하지 않다. 조 벅과 랫죠는 이 운동들과 전혀 무관한 인물인 듯 보이지만, 이들은 분명 시대의 변화를 종용하는 새로운 세대의 구성원이고, 이들의 끊임없는 추락은 세상의 변화를 저지하는 세대와 그들의 이치에 의한 결과인 것이다.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 포스터](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01.36653697.1.jpg)
랫죠의 폐허 아파트에서 함께 살면서 그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낀 조 벅은 간신히 첫 영업에 성공해 번 돈으로 그의 약과 식료품을 구한다. 그러나 죽음을 앞두고 있는 랫죠에게 따뜻한 수프도, 기침약도 더 이상 아무런 효과가 없는 듯하다. 랫죠는 암울하고 싸늘한 뉴욕을 떠나 햇살이 넘치는 플로리다로 그를 데려다주기를 조 벅에게 부탁한다. 플로리다로 떠나는 여정에서 조 벅은 처음으로 카우보이 차림을 모두 벗어버린다. 그에게는 이제 정복할 땅도, 싸워 이겨야 할 총잡이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화려한 하와이안 셔츠로 갈아입고 마이애미에서의 새로운 꿈을 꾼다. 아름다운 미녀들과 야자수가 빼곡한 해변가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조 벅과 렛죠의 환상은 달리는 버스 안에서 줄곧 이어진다.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 스틸컷 ©IMDb](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01.36653662.1.jpg)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 스틸컷](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01.36653716.1.jpg)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