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활발해지면서 다음달까지 미국 증시의 상승 랠리를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전략가인 스콧 루브너는 투자자 메모를 통해 올해 예상되는 9340억달러(약 1275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중 6분의 1 정도가 5월과 6월 실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들어 지금까지 이미 5500억달러(약 751조원)이상의 자사주 매입이 승인됐다.

지난주 애플 이사회도 11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 이는 미국 증시 사상 역대 최대 규모로, 이날 애플 주가는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은 700억달러, 메타 플랫폼은 50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고착화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기업들의 이같은 주주환원 정책이 올해 증시가 상승세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루브너는 “추세에 따라 매매하는 모멘텀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를 준비 중”이라며 “미국 증시가 우호적인 계절로 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도 장기적으로 자사주 매입으로 주식 수가 감소하는 것은 주식 수익률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매입의 목적은 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장기적으로 주식수가 감소하면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게 마켓워치 진단이다.

다만 대부분 기업들이 경영진에게 지속적으로 신규 발행 주식을 넘겨주면서 주식 수가 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 주식 기반 보상으로 인한 주식수 희석을 완화하는 데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기업들이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을 발행하면 주식수가 늘어난다.

마켓워치는 자사주 매입 효과로 주가를 끌어올린 S&P500기업 20곳을 선별했다. 팩트셋 데이터에 따르면 상장된 지 10년이 넘고, 자사주 매입에 150억달러 이상 쓴 기업 108개 중 주식수를 가장 많이 줄인 기업은 애플을 포함해 이베이, HP, 오라클, 디스커버파이낸셜서비스, 오레일리오토모티브, 로이스, 맥켄슨 등이 꼽혔다. 이들 기업은 지난 10년간 자사주 매입으로 주식수를 37~59% 줄였다.

이중 12개 종목은 지난 10년간 S&P500의 수익률(232%)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6곳이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성과를 낸 셈이다. 10년이상 거래되고 있는 S&P500 종목 469개 가운데 202개(43%)만 시장 수익률을 웃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