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유일 한국인 사내이사' 물러난다…"네이버 위탁에서 독립 추진"
라인야후가 네이버로부터 '기술 독립'을 추진한다. 네이버에 위탁한 데이터 관리 등 정보기술(IT) 인프라 운영을 순차적으로 종료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늘려 독립 경영체제를 강화한다. 네이버 출신으로 라인 서비스를 기획·총괄해 '라인의 아버지'로 불린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상품책임자(CPO)도 이사회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대표(CEO)는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가 보유한 A홀딩스 지분과 관련해서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이데자와 대표는 일본 총무성이 지난 3월 라인 어플리케이션(앱) 이용자 정보 유출과 관련,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주요 주주인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이 같이 언급했다.

이데자와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서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으로 늘려 경영과 집행을 분리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에 사내이사 7인 중 유일한 한국인인 신중호 CPO를 포함한 2인이 물러나기로 했다. 다만 신중호 CPO는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후에도 CPO직은 그대로 맡는다. 소프트뱅크 측 인사인 오케타니 타쿠 최고전략책임자도 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소프트뱅크 측 인사인 카와베 켄타로 대표이사 회장과 이데자와 다케시 대표는 사내이사직을 유지한다.

이에 따라 사내이사 4명·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됐던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4명으로 개편된다.

이데자와 대표는 "보안 강화를 위해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를 줄이는 대신 사외이사를 늘려 독립적 경영체제를 갖추는 것으로 대주주들과 이전부터 얘기하던 사안"이라며 "경질로는 보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사회는 당초 발표대로 경영진에게 주식 보수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라인야후는 지난해 11월 약 52만건에 이르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일본 총무성으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주요 주주인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일 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가 그동안 기술적 파트너로 라인야후에 제공한 IT 인프라는 분리하는 방향성이 정해졌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행정지도 내용이 네이버에 대한 기술적 의존도가 높으니 해결하라는 것인데 기술독립 추진과 위탁관계 내용은 행정지도에 관한 답인 것 같다"며 "이사진 개편은 보안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네이버의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가 합병해 출범한 라인야후는 1억명 이상의 아이디(ID)를 보유한 일본 최대 종합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다.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A홀딩스(지분율 64.5%)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