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느니 일본 여행 간다"…중국인들 '돌변'한 이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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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짠물 소비'
유커 특수, 일본으로 향한 모양새
국내 방문 외국인 코로나 이전 대비 89%
중국인 줄고 타 국적 관광객 늘어
"한국 관광 산업,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돼야"
유커 특수, 일본으로 향한 모양새
국내 방문 외국인 코로나 이전 대비 89%
중국인 줄고 타 국적 관광객 늘어
"한국 관광 산업,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돼야"
1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중국의 노동절 연휴 소비 성적표가 나왔다. 중국인 국내 여행객은 3억명에 달했고, 전체 관광 지출도 31조원을 넘어섰다.
1인당 지출액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못 미쳤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관광지로 인파가 몰리는 등 중국인도 지갑 사정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 중국 내 높은 청년 실업률 등이 작용했다. 이에 한국을 찾는 중국인 수도 예전만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큰 손 유커'가 옛말이 된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 CCTV에 따르면 중국 문화여유부는 이번 노동절 연휴에 국내 관광객이 2억950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6%,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노동절 연휴보다 28.2% 증가한 수치다. 국내 관광 수입은 1668억9000만위안(약 31조3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2019년 대비 13.5% 늘었다.
다만 이번 연휴 기간 중국인들이 쓴 돈은 1인당 565.73위안(약 10만6000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으나 2019년보다는 6.2% 쪼그라들었다. 올해 노동절 연휴가 2019년보다 하루 더 길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중국인들이 가성비를 따져가며 연휴를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글로벌 컨설팅 기업 롤랜드버거의 조나단 옌 컨설턴트의 말을 빌려 "중국인들은 이전보다 많은 돈을 지출하지 않고 있다"며 "보다 저렴한 제품을 사는 '트레이딩 다운(trading down)'을 하며 여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기 여행지로 중국 내 소도시가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최대 여행사 씨트립(携程 셰청·트립닷컴)에 따르면, 올해 노동절 연휴 기간 광시자치구 허츠시 등 현(시의 가장 작은 단위)급 도시의 여행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40% 급증했다. 이들 지역의 관광지 티켓 구매량은 151%, 호텔 예약은 68% 증가했다. 이를 두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득 기대치가 낮아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새롭고 저렴한 도시로 여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중국인이 가성비 소비 패턴을 보이는 가운데 소위 올해 '유커 특수'는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이 누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중국 온라인 여행 사이트에서 일본 여행 검색이 폭증했다. 씨트립에 따르면 올해 노동절 연휴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국가는 일본이었다. 태국과 한국이 2, 3위로 뒤를 이었다.
중국 항공사인 길상항공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 중국-일본 노선 승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20% 이상 증가했다. 중국인도 이왕이면 국내 여행을 택하고,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달러 대비 환율이 낮은 일본을 택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 2, 3월에 자국민의 외국 단체여행 허용 대상 국가 총 60개국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잇달아 제외한 바 있다. 올해 초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로 '비자 제한' 공방이 일면서 보복성 조치가 유지된 것으로 풀이된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2024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340만명으로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19년 1분기 대비 89% 수준까지 회복했다. 다만 일본의 인기와 중국의 관광 견제 조치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관광 산업도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중국 여행객에게 의존하던 과거에 비해 외국인 여행객의 국적이 다양해졌다. 동일한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한국을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는 중국(30%), 일본(20%), 대만(9%) 순이긴 하나 2019년과 비교하면 중국과 일본 방문객 수는 각각 24%, 16% 감소했다. 빈자리는 스페인, 스위스,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방문객이 채웠다. 이들 국가의 한국 방문객 수는 2019년 대비 각각 50% 이상 늘었다.
단체 관광객 대비 개별 여행객 비중도 크게 늘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에 따르면 업계서 추산하는 외국인 개별 관광객과 단체 관광객의 비중은 7:3 수준이다. 개별 관광객이 늘면서, 2019년 10월 대비 2023년 10월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최근 외국인들 사이서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는 한강진역(한남·이태원역 포함)의 외국인 승하차 인원은 이 기간 118%, 성수역은 350% 증가했다.
정란수 교수는 "과거 유커가 단체 여행을 즐겼던 건 한국 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쇼핑 위주의 관광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중국인의 한국 비자 발급이 간편해졌고 직구가 워낙 발달해 굳이 단체 여행을 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케이팝 등 한류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며 한국을 찾는 이들의 국적도 다양해졌는데 한류가 한국에 방문하는 계기가 될 순 있어도 관광의 만족감을 극대화해줄 콘텐츠로서는 한계가 있다"면서 "최근 외국인들 사이서 인기인 사찰 음식이나 성수동 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고안해야 할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1인당 지출액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못 미쳤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관광지로 인파가 몰리는 등 중국인도 지갑 사정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 중국 내 높은 청년 실업률 등이 작용했다. 이에 한국을 찾는 중국인 수도 예전만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큰 손 유커'가 옛말이 된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 CCTV에 따르면 중국 문화여유부는 이번 노동절 연휴에 국내 관광객이 2억950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6%,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노동절 연휴보다 28.2% 증가한 수치다. 국내 관광 수입은 1668억9000만위안(약 31조3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2019년 대비 13.5% 늘었다.
다만 이번 연휴 기간 중국인들이 쓴 돈은 1인당 565.73위안(약 10만6000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으나 2019년보다는 6.2% 쪼그라들었다. 올해 노동절 연휴가 2019년보다 하루 더 길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중국인들이 가성비를 따져가며 연휴를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글로벌 컨설팅 기업 롤랜드버거의 조나단 옌 컨설턴트의 말을 빌려 "중국인들은 이전보다 많은 돈을 지출하지 않고 있다"며 "보다 저렴한 제품을 사는 '트레이딩 다운(trading down)'을 하며 여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기 여행지로 중국 내 소도시가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최대 여행사 씨트립(携程 셰청·트립닷컴)에 따르면, 올해 노동절 연휴 기간 광시자치구 허츠시 등 현(시의 가장 작은 단위)급 도시의 여행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40% 급증했다. 이들 지역의 관광지 티켓 구매량은 151%, 호텔 예약은 68% 증가했다. 이를 두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득 기대치가 낮아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새롭고 저렴한 도시로 여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중국인이 가성비 소비 패턴을 보이는 가운데 소위 올해 '유커 특수'는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이 누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중국 온라인 여행 사이트에서 일본 여행 검색이 폭증했다. 씨트립에 따르면 올해 노동절 연휴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국가는 일본이었다. 태국과 한국이 2, 3위로 뒤를 이었다.
중국 항공사인 길상항공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 중국-일본 노선 승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20% 이상 증가했다. 중국인도 이왕이면 국내 여행을 택하고,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달러 대비 환율이 낮은 일본을 택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 2, 3월에 자국민의 외국 단체여행 허용 대상 국가 총 60개국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잇달아 제외한 바 있다. 올해 초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로 '비자 제한' 공방이 일면서 보복성 조치가 유지된 것으로 풀이된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2024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340만명으로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19년 1분기 대비 89% 수준까지 회복했다. 다만 일본의 인기와 중국의 관광 견제 조치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관광 산업도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중국 여행객에게 의존하던 과거에 비해 외국인 여행객의 국적이 다양해졌다. 동일한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한국을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는 중국(30%), 일본(20%), 대만(9%) 순이긴 하나 2019년과 비교하면 중국과 일본 방문객 수는 각각 24%, 16% 감소했다. 빈자리는 스페인, 스위스,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방문객이 채웠다. 이들 국가의 한국 방문객 수는 2019년 대비 각각 50% 이상 늘었다.
단체 관광객 대비 개별 여행객 비중도 크게 늘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에 따르면 업계서 추산하는 외국인 개별 관광객과 단체 관광객의 비중은 7:3 수준이다. 개별 관광객이 늘면서, 2019년 10월 대비 2023년 10월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최근 외국인들 사이서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는 한강진역(한남·이태원역 포함)의 외국인 승하차 인원은 이 기간 118%, 성수역은 350% 증가했다.
정란수 교수는 "과거 유커가 단체 여행을 즐겼던 건 한국 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쇼핑 위주의 관광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중국인의 한국 비자 발급이 간편해졌고 직구가 워낙 발달해 굳이 단체 여행을 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케이팝 등 한류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며 한국을 찾는 이들의 국적도 다양해졌는데 한류가 한국에 방문하는 계기가 될 순 있어도 관광의 만족감을 극대화해줄 콘텐츠로서는 한계가 있다"면서 "최근 외국인들 사이서 인기인 사찰 음식이나 성수동 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고안해야 할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