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의 유명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71)가 “인공지능(AI)이 단기적으로 과대 평가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적극적으로 사들인 엔비디아 투자 비중도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드러켄밀러의 발언에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10% 이상 폭락했다.

월가의 전설 "AI株 거품 껴있다"…엔비디아 주가 출렁
드러켄밀러는 7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엔비디아 주가가 150달러에서 900달러로 폭등한 뒤 투자 비중을 줄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나는 워런 버핏처럼 한 종목을 10~20년씩 소유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주식 매도량은 언급하지 않았다. 드러켄밀러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1992년 파운드화 공매도 베팅으로 영국 중앙은행을 파산 위기에 몰아넣으며 유명해진 인물이다.

AI 관련주가 단기적으로 거품이 껴 있다는 그의 발언에 엔비디아 주가는 출렁였다. 그의 발언이 나온 뒤 장중 10.7% 폭락했다. 이후 저가 매수 유입으로 1.72% 하락 마감했다. 고급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차세대 AI 칩을 개발한 엔비디아 주가는 작년 한 해 238% 급등했다. 올해 들어서만 87.85% 더 올랐다.

드러켄밀러는 지난해엔 엔비디아 상승에 베팅했다. 그는 작년 말 엔비디아 주식 약 25만 주를 매각하고, 약 48만 주의 콜옵션(주식을 행사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수했다. 지난 2월 기준 드러켄밀러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엔비디아는 콜옵션 주식 등을 전부 포함해 1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엔비디아 외에 AI 열풍의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어도비, 팔로알토네트웍스, 아리스타네트웍스 등을 신규 종목으로 편입했다.

AI에 대한 장기적인 낙관론은 유지했다. 드러켄밀러는 “지금 약간 과대 평가돼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과소 평가돼 있다”며 “지금으로부터 4~5년 뒤에는 큰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하반기 챗GPT 출시를 앞두고 처음 엔비디아 주식을 매입한 그는 당시만 해도 AI보다 블록체인에 관심이 더 많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종전 1000달러에서 1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AI에 대한 수요가 강력해 여전히 20%가 넘는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도시야 하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AI 수요는 엔비디아 주가를 하늘 높이 끌어올릴 만큼 충분해 보인다”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능은 물론 수십 년간 구축한 설치 기반과 생태계에 걸친 경쟁 우위 요소를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가까운 미래에도 업계 표준으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