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시리즈에서 연재 중인 BL웹툰 '최애가 나타났다?!' 표지 이미지. 사진=네이버시리즈 갈무리
네이버시리즈에서 연재 중인 BL웹툰 '최애가 나타났다?!' 표지 이미지. 사진=네이버시리즈 갈무리
"중1 때였던 것 같아요. 처음엔 소설 형태로 (BL 작품을) 접하다가 애니메이션도 좋아해서 동인지로 넘어갔고 웹소설에서 (BL)웹툰까지 보게 됐죠." (25세 여성 BL웹툰 독자)

BL은 'Boys Love'의 약자로 남성 간 동성애를 다룬 장르다. 한 국내 연구진이 BL웹툰 독자들을 조사한 결과 주로 여성 이성애자들이 10대 때 BL웹툰을 접하기 시작해 매주 1시간 정도 5000~1만원 정도를 써가면서 BL웹툰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학계 등에 따르면 고려대 미디어학부 연구진은 최근 BL웹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독자 500명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여성 이성애자가 77.8%(389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지 '미디어, 젠더&문화'를 통해 공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설문 참여자들이 BL웹툰을 처음 읽기 시작한 나이는 평균 18.97세. 10대 때 처음 읽었다는 응답이 61.4%(307명)에 달했다. 38.4%(192명)는 20대에 처음 읽었다고 답했다. 가장 이른 나이에 BL웹툰을 접한 응답자는 11세 때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BL웹툰 이용 시간은 주당 평균 1시간 이상~1시간 30분 미만이 50%(250명)로 가장 많았다. 30분 이상~1시간 미만 이용한다는 응답이 26%(130명)로 뒤를 이었다. 이어 '1시간 30분 이상, 2시간 미만' 13.6%(68명), '2시간 이상' 5.4%(27명), '10분 이상, 30분 미만' 5%(25명) 순이었다.

BL웹툰에 주당 5000원 이상에서 1만원 미만을 지출한다는 응답은 45%(225명)로 절반 수준이었다. 29%(145명)는 1만원 이상, 1만5000원 미만을 쓴다고 답했다. 5000원 미만으로 쓴다는 독자는 20%(100명), 1만5000원 이상 쓴다는 독자는 3%(15명)으로 조사됐다. 한 푼도 쓰지 않는 독자는 3%(15명)에 불과했다.
네이버시리즈에서 연재 중인 BL웹툰 '동정의 형태' 표지 이미지. 사진=네이버시리즈 갈무리
네이버시리즈에서 연재 중인 BL웹툰 '동정의 형태' 표지 이미지. 사진=네이버시리즈 갈무리
BL웹툰을 이용하는 상위 4개 플랫폼으로는 리디, 레진코믹스, 카카오웹툰, 네이버시리즈 등이 꼽혔다. 봄툰, 포스타입, 피너툰, 미스터블루, 코미코 등도 BL웹툰을 이용하는 주요 플랫폼 중 하나로 언급됐다.

이들은 BL웹툰이나 플랫폼을 선택할 때 '높은 수위'를 중시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선정적인 묘사 수위가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하진 않았다. 캐릭터의 외모나 성격, 분위기, 서사적 장치 등이 더 중요한 선택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20대 독자는 "이성애자이기 때문에 주인공들 감정이 와 닿지 않을 때도 있었다"면서 "스토리가 있고 주인공들 간에 감정적 교류나 서사를 독자들이 잘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품이 훨씬 낫다"고 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캐릭터 외모였다. 연구진은 "독자들이 어떤 작품을 읽을지 고르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표지나 상세 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캐릭터의 외모"라고 설명했다.

캐릭터 외모가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 일단 읽어보고, 작품 안에서 묘사되는 성격도 마음에 들 경우 계속해서 웹툰을 소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동성애적 관계에서 이성애적 관계가 재생되는 이유는 BL의 주 생산자가 여성으로 남성 동성애자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 이성에 규범성과 가부장적 질서가 공고히 작동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성애 성 각본을 탈피한 완전히 새로운 관계성을 묘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고 했다.

BL웹툰은 탄탄한 독자층을 발판 삼아 웹툰산업을 지탱하는 한 축으로 성장 중이다.

네이버시리즈에서 제공하는 웹툰은 이날 기준 일반 만화를 포함해 총 4만6030개. 이 가운데 BL웹툰은 8938개로 19.4%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를 보면 웹툰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3400명 중 3.6%(중복응답)가 즐겨보는 장르로 BL과 GL을 꼽았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