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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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1주일 안에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이번주까지 정부의 증원 관련 자료를 받아 다음주 2000명 증원과 배분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전후인 의대생의 집단유급 시한과도 맞물려 있어 장기화된 ‘의정 갈등’ 사태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쟁점으로 떠오른 증원 배정 회의록

[단독] 집행정지·집단유급…의대증원 '운명의 한주'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 재판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이달 중순까지 집행정지 인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정부에 총 다섯 가지 의대 증원 및 대학별 배분의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2000명 증원 규모 도출 및 분배 관련 회의 자료 △증원된 의대에 인적·물적 시설을 조사한 자료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 절차와 관련한 법령 자료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 계획 △지원을 뒷받침하는 예산 실행 계획 등이다.

재판부 요구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등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교육부는 대학별 정원 배정 심사와 관련한 회의록은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보정심과 달리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는 법정 위원회가 아니므로 회의록을 작성할 의무가 없다”며 “고등법원에서도 배정위 회의록을 별도로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원의 자료 제출 요구 이후 정부가 배정위 회의록을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공공기록물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형태의 회의록은 작성하지 않았다고 처음 공개한 것이다. 오 차관은 “증원된 2000명을 대학별로 배분하는 절차는 회의록 대신 별도 자료로 소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재판부가 배정위 회의록을 내라고 요구했는데도 교육부가 거짓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의교협 측 이병철 변호사는 “배정 심사 회의에 대학 관계자가 아니라 충청북도 보건 담당자가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개되면 안 되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배정위 회의록을 제출하지 않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전의교협은 9일 김영환 충북지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예정이다.

○서울고법 결정에 법정 다툼 일단락 전망

서울고법 결정에 따라 의대 증원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된다. 집행정지 신청이 각하되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달 말까지 의대 증원을 포함한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승인한다. 반면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 정부의 의대 증원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수년이 걸리는 본안 소송 결론이 나기까지 정부의 증원 집행이 정지되기 때문이다. 전의교협은 집행정지 신청이 각하되더라도 더 이상 법정 다툼은 실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달 말까지인 2025학년도 대학 정원 확정 일정 외에 20일 전후가 의대생 집단유급의 데드라인인 점도 법원이 판결을 서두르는 이유로 꼽힌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일부 학교에서는 당장 다음주부터 집단유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의대는 한 학기에 15주 이상 운영해야 하고, 학생은 이 중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F학점을 받아 유급 처리된다.

법원 결정을 앞두고 일부 대학에서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개정안을 부결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전날 부산대가 교무회의에서 증원안을 부결한 데 이어 이날 제주대에서도 증원안의 대학평의원회 처리가 보류됐다. 같은 날 강원대에서도 대학평의원회가 대학 본부에 상정했던 의대 증원 학칙 개정 안건을 철회했다. 의대 증원이 배정된 32개 학교 중 현재까지 12개교가 증원 학칙 변경을 완료했고 나머지 20개교는 아직 미정이다.

허란/강영연 기자 why@hankyung.com